자우림 – B정규 작업 – 난장/DMR, 1999 자우림의 이번 음반은 ‘2.5집’이라고 홍보되고 있다. 정규 음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스페셜 앨범’ 혹은 ‘*.5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진짜 성의없는 음반이라고 부르기도 힘들다. 히트곡인 “Hey Hey Hey”나 “미안해 널 미워해”가 없으니 ‘베스트 음반’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비정규 작업’이 非정규작업이 아니라 B정규 작업이라고 이름붙인 것은 단순한 말장난은 아니다. B라는 용어는 예전의 싱글 레코드(한국에는 없었지만)의 뒷면(B side)의 성격에서 착안한 모양이다. A면이 대중적인 취향을 따른다면, B면은 뮤지션 본인의 취향을 따른다는 느슨한 불문율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전의 곡들을 적당히 짜깁기했다’는 비판은 이 음반에는 해당사항 없다. 신곡은 “나비”(9번 트랙)와 “레테”(13번 트랙) 두 개다. 나머지는 이전 곡들을 다시 편곡하여 녹음한 것들이다. 다시 녹음한 것이므로 리믹스(remix)가 아니며 굳이 말하면 리메이크(remake)다. 음반을 다 듣고 나서 드는 느낌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는 점이다. 전자 음향으로 수놓은 “B side”라는 제목의 짤막한 첫 트랙 이후 2번부터 7번 트랙까지는 테크노 성향의 사운드다. 자우림의 ‘테크노 음악 도입’은 대략 두 가지 방향을 취하고 있는데, “그래 제길”과 “밀랍 인형”은 록 스타일의 원곡을 강력한 전자 음향의 비트로 덧입혀 놓았고, “New 욕”과 “V.V.”는 이전에 “미안해 널 미워해”의 도입부에 잠깐 도입했던 트립합(trip-hop)의 사운드 텍스처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다른 한편 “A side”라는 제목의 8번 트랙은 재즈풍의 워킹 베이스(walking bass)와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가 들어 있다. 이후 8번부터 14번 트랙까지 어쿠스틱 성향의 사운드가 나올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때로는 관악기가, 때로는 현악기가 가미되어 고급스럽게 편곡되어 있다. 그래서 어쿠스틱 사운드지만 ‘소박한’ 포크송과는 다른 느낌이고 매끄러운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에 가깝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어떤 곡은 원곡보다 더 좋다고 할만한 곡도 있다(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자우림은 ‘홍대앞 인디 씬’ 출신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밴드다. 성공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대중음악계의 판세를 잘 읽어내는 능력이다. ‘일렉트로닉’한 테크노와 ‘어쿠스틱’한 포크라는 상반된 흐름이 1999년 대중음악계의 양대 트렌드였던 것을 상기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앞서 나가려는 젊은 애들의 취향에도 어느 정도 부합하고, 원만하고 평균적인 사운드를 즐기려는 성인들의 여가 감각과도 어느 정도 어울린다. 자우림은 이 ‘어느 정도’를 잘 조절하는 밴드다. 이번 음반의 경우를 들자면 전반부는 애들이 듣는 디스크맨에 들어가면 어울리고, 후반부는 어른들이 듣는 카스테레오 데크에 들어가면 어울릴 듯하다. 비정규작업에도 이렇게 안배의 전술을 발휘하는 걸 보면, 자우림은 특정한 음악 씬(scene)의 리더가 아니라 만인에게 사랑받는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그걸 이제 알았냐고? 긁적긁적. 19991112 | 신현준 homey@orgio.net 5/10 [weiv plus] 이정엽: “정말 솔직히 말하면 자우림은 얄밉다. ‘트집’을 잡으려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정도쯤은 가볍게 무시해도 좋을 만한 대중적인 감각, 균형 감각, 한걸음 앞선 트렌디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6/10점) 수록곡 1. B SIDE 2. 그래 제길 3. 밀랍천사 NO.9 4. NEW 욕 5. COMIX REMIX 6. V.V. 7. 알아 8. A SIDE 9. 나비 10. 마론인형 11. LIGHT, DELIGHT 12. MOTHER ANGEL 13. 레테 14. 안녕 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