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환 – I Still Believe – 신나라, 1999 안치환의 여섯 번째 음반의 제목은 [I Still Believe]다. ‘아직도 그가 믿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들어 보자. 전체적으로 다 듣고 나면 앨범의 분위기는 차분한 편이다. 하지만 시끄러운 곡들도 있다. 그의 전작들, 특히 4집과 5집에서 ‘로커’ 안치환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이 트랙들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이것들부터 먼저 들어보자. 첫 트랙 “나무의 서”는 일렉트릭 전기 기타의 백킹이 이끌고 나가고, 다섯 번째 트랙 “살고 지고”는 하드록 스타일로 거칠게 몰아대면서 트럼펫 등의 관악기가 울어예고, 여섯 번째 트랙 “악몽”은 기타 줄의 햄머링(hammering)과 서양의 전통악기 카주(kazoo)가 어우러진다. “살구꽃 지고 복사꽃 피던 날”(4번)과 “나도 그렇게”(12번)는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러밍이 록의 사운드 배치와 결합되어 있다(나는 이런 스타일의 곡을 들을 때면 1970년대의 컨트리 록을 연상하게 된다). 나머지 곡들은 대체로 차분하다. “그런 길은 없소”와 “돌맹이 하나”는 어쿠스틱 기타의 ‘쓰리 핑거 주법’에 의존하고 있다. 7번 트랙부터 중후반부는 오후 시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80년대 노래’의 느낌이다. 어쿠스틱 기타 중심으로 때로는 현악기가, 때로는 관악기가, 때로는 피아노가, 때로는 하모니카가 등장한다. 안치환의 메시지는? ‘사랑’이다. 그의 사랑은 ‘이땅'(“살고 지고… 살고 지고”)으로 향하다가 부모와 가족으로 이어지고(“어머니 전상서”, “삶을 위하여”) 마지막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으로 귀착된다(“사랑하게 되면”). 현세적이지만 세속적이지 않은 사랑이다. 따뜻하다. “나무의 서”와 “돌멩이 하나”는 그의 사랑법을 다짐하는 대목인데, 여기서는 따뜻함에 진지함이 더해진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든다. 어떤 생각? 익숙한 멜로디와 사운드에 담긴 건강하고 진보적인 메시지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 말이다. 아직도 그런 생각 하냐고 누군가 핀잔을 주는 듯하다. 아무리 들어도 오래된 팝송인 “You Are My sunshine”과 흡사한 멜로디를 가진(물론 앞의 ‘일부’다) “살구꽃 지고 복사꽃 피던 날”을 듣지 않았다면 이런 느낌이 덜했을텐데… 19991112 | 신현준 homey@orgio.net 4/10 [weiv plus] 이정엽: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그러나 음악적으로는 나태한 음반. 아니, 나는 이럴 때 ‘정치적 올바름’마저 의심한다.” (3/10점) 수록곡 1. 나무의 서 2. 그런 길은 업소! 3. 돌멩이 하나 A 4. 살구꽃 지고 복사꽃 피던 날 5. 살고 지고…살고 지고… 6. 악몽 7. 어머니 전상서 8. 삶을 위하여 9. 그대 있음에 10. 사랑하게 되면 11. 강변역에서 12. 나도 그렇게 13. 돌멩이 하나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