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m – The Pace Is Glacial – Touch’N’Go/강아지, 1998/1999 ‘미국의’ 인디 밴드 심(Seam: 보다 정확한 발음은 ‘씨임’)이 음반을 정식 라이센스 발매할 수 있었던 데는 ‘한국계’ 멤버가 세 명 있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저간의 사정은 남사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므로 생략하자. 처음으로 발매되는 앨범은 그들의 최근작 인 [The Pace Is Glacial]이다. 1년 전 인디 레이블 터치 앤 고(Touch’n’Go)에서 발표된 음반이다. 밴드의 리더가 ‘한국계’라고 하지만 이들은 ‘미국인’이기 때문에 음악 속에 특별히 ‘한국적’인 것을 느끼기는 힘들다. 한마디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에 포함될 곡은 별로 없다. 또한 ‘록 음악’인 것은 분명하지만 수만 명이 모인 장소에서 함께 열광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너바나(Nirvana)나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처럼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가 전면에 부각되지도 않는다. 듣다 보면 드는 ‘묘한 기분’을 표현하기도 어휘가 모자란다. ‘경쾌한 리듬을 가진 경우에도 내향적이고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시끄러운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멜로디가 숨어 있다’는 평은 그럭저럭 맞지만 음악을 들은 다음의 느낌이지 들을 당시의 느낌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The Problem With Me]나 [Are You Driving Me Crazy?] 등 심의 이전의 음반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잔뜩 찌푸린 날씨처럼 침울했던 분위기가 다소 외향적으로 변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앨범의 처음에 놓인 “Little Chang Big City”는 ‘로킹’하다. 이전에 이런 스타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첫 트랙이 쎄려대니까 많이 변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Get Higher”나 “Intifada Driving School”도 이런 로킹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노래 형식을 섬세한 진행으로 다듬는 재능이 여전히 뛰어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이 이전보다 ‘파퓰러’해진 건 아니다. “Wig”같이 인스트루멘틀 트랙을 들어도 그렇거니와 “Nisei Fight Song”의 중반 이후의 미니멀한 진행, 그리고 “Kanahwa”의 출렁거리는 기타 톤, “Inching Towards Ju rez”처럼 느릿느릿 진행하면서 기타 세 대(베이스 기타 포함)가 엮어내는 텍스처 등에서는 ‘베테랑 인디 밴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앨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Little Chang, Big City”와 “Nisei Fight Song” 같은 곡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테마로 담고 있다. ‘Chang’은 가사에 차이나타운의 거리명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중국계를 지칭하는 듯한데, ‘미국 대도시에서 아시아계로서 살아가는 정서를 묘사했다’고 우기기에는 가사가 그리 선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Nisei Fight Song”은 “일본계 남자가 [아마도 백인 미국인에게] 쥐어터진 다음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것을 지나가던 일본계 여자가 그를 부축하고 집으로 데려가서 치료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수영 박의 진술이 있으므로 우길 수도 있을 듯하다(Nisei는 일본계 2세대를 지칭하는 속어다). 그게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문제라기보다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문제라는 걸 모르고 누군가 할 지도 모를 헛소리가 좀 걱정되긴 하지만. 그런데 이렇게 아시아인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일이, 그리고 아시아계 멤버가 많다는 점이 미국에서 음악 활동을 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펑크 록 밴드 어미니어처(aMiniature)의 리더로 활동하다가 올해 심에 합류한 존 리(John Lee: 한국명 이승호)는 이런 말로 답했다. “인디 씬에서는 다르면 다를수록 좋다(the more different, the better)”라고. 추신: Seam은 미국 북서부 순회공연을 가질 예정이고 이게 끝나면 레코딩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수영 박과 존 리가 함께 작곡을 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상이한 음악 스타일을 가진 두 사람이 어떤 성과를 낼 지 궁금하다는 의견이 있다. “음표 하나하나를 중시하는 수영과 근육질의 힘센 코드(muscular chord)를 선호하는 존 리”라는 표현이 있던데… 그런데 공연에서 보니 존 리는 싱글 노트로 진행하는 백킹도 잘 하두만. 19991206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weiv plus] 이정엽: “절룩절룩거리며 흐트러질 것같으면서도 위태위태하게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변형된 세박자의 리듬. “The Prizefighters”는 플레이어에 이 앨범을 다시 걸고 새롭게 ‘발견’한, 겨울 내내 함께 할 것같은 곡이다.” (7/10점) 수록곡 1. Little Chang, Big City 2. Get Higher 3. Wig 4. Intifada Driving School 5. Kanawha 6. Nisei Fight Song 7. The Prizefighters 8. In the Sun 9. Inching Towards Ju rez 10. Pale Marble Movie 11. Aloha Spirit 관련 글 Seam in Seoul: 소란 99 공연 리뷰 – vol.1/no.9 [19991216] 한 ‘코리안 아메리칸’ 경계인의 예술과 삶: 심(Seam)의 박수영 – vol.1/no.6 [19991101] 미국 인디 씬의 히어로 박수영의 Seam – vol.1/no.6 [19991101] 관련 사이트 Seam의 공식 팬 사이트 http://seam.dh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