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경 – +01 – 도레미, 1999 ‘달라졌나?’ ‘그녀만의 독특함은 어디에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유심히 들어본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했을 뿐인데,뭔가 ‘변신’한 모습으로 나타났을 것이라 어림짐작하며 듣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앨범을 두 장이나 낸 밴드의 보컬이었고 그 밴드의 색깔을 만드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더 더(The The)’하면 떠오르는 건 그녀의 목소리잖아) 그 이름을 떼어버리고 싶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 속지만 해도 그렇다. “Take one off”부터 “Take eight off”까지의 여덟 장의 사진, 그리고 “The another part of me #1, #2” 사진에 나타난 그녀의 모습. 뭔가를 벗는 포즈인데, 이건 ‘더 더의 박혜경’에서 ‘더 더’를 떼어버리고 싶어한 건 아닐까 하는 (어쩌면 나만의) 생각. 약간 무딘 사람에게 더 더 3집이라고 들려주어도 별 말 없이 그냥 지나갈 수도 있겠다. (계속 더 더 얘기를 꺼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더 더의 스타일을 그대로 가지고 있진 않다. ‘그녀의 음악’도(?) 모던 록이기 때문에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를 바라는 게 바보지. 잠깐, 그럼 모던 록이 뭐냐구? 그렇게 물어보면 뭐라 대답해야 하나 심난해 하다가 우물쭈물거리며 이러겠지. “우리 나라에선 자우림이나 주주클럽 같은 애들을 모던 록이라 하잖아. 더 더두 모던록 이라 하구. 임현정도 모던 록이라 하던가? 한 때 영국음악을 모던 록이라 부르던 때가 있었던 거 같애. 지금도 그러는 사람들 있구. 뭐 정확한 건 아니지. 빌보드 모던 록 차트랑 그냥 록 차트의 차이는 집계방식이래. 어, 그냥 모던 록하면 말이지, 단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히히. 그 구분이 필요한 건 대형 레코드 샵에서 앨범 어디에 있나 찾을 때, 인터넷에서 좋아하는 음악에 관한 자료 찾을 때, 그리고 또 어디에 쓰이겠어? 흠흠. 그냥 많이 들어봐.” 더 더의 김영준이 앨범에 참여한다는 건 헛소문이었는지 그의 이름은 그녀의 앨범에 보이지 않는다.(김영준은 새로운 보컬을 찾아서 더 더 3집을 낼 거라 한다.) 첫 타이틀 곡 “고백”은 일기예보의 강현민이 작사 작곡을 했다. 너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 곡이다.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리는 걸 보면 정말 무섭다. 스카 리듬에 맞춰 (나름대로) 거칠어진 목소리로 노래하는 “주문을 걸어”, 기타와 피아노 반주에 나즈막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듯한 “후회”는 잘 하면 ‘뜨지’ 않을까 하는 곡(‘뜨는’ 곡을 맞춰 본 적은 없지만). “Deep Love”는 힙합, R&B 같기도 하고 그리고 (조금) 싸이키델릭하기도 하다.(이렇게 뜯어보니 많이 달라졌네!) 아일랜드의 심현보의 이름도 곳곳에 보인다. 그리고 박혜경의 이름도 보인다. 그녀는 4곡의 작사, 작곡을 했다. 그녀의 곡이 ‘티’가 안 나는 건 다행이라 해야하나? (정말 인간의 ‘편견’도 무섭다니까. 그녀가 노래’만’ 잘 할 줄 알았는데…) the the에서의 맑고 투명하기’만’ 했던 소녀가 이젠 어른이 된 듯하다. 20000201 | 조진영 purenaru@orgio.net 6/10 수록곡 1. 주문을 걸어 2. 그럴꺼야 3. 웃고있지 4. 후회 5. 고백 6. Good Bye 7. 원인 8. 설레임 9. 해바라기 10. Deep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