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023095150-hawRichie Hawtin – Decks, EFX & 909 – M_nus/Novamute, 1999

 

 

쓰래쉬 메틀 밴드에게 두 대의 잭슨 기타가 있다면 레이브 파티의 DJ에게는 턴테이블과 롤랜드 909가 있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909의 소리를 들으면 메가데쓰 류의 그루브한 스래쉬 메탈이 연상되는건 왜일까. 말도 안되는 비유같지만 디스트 만빵 걸린 메틀 기타나 909 킥 드럼이나 특정 장소에 모인 사람들을 거의 실신지경으로 몰아간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이 앨범은 타이틀부터 사람을 흥분시킨다. ‘deck’이란 말에서는 일단 땀냄새 물씬풍기는 새벽 두세시의 파티 현장이 연상된다. 파티 피플을 울렸다 웃겼다 하는 바로 그 에너지의 원천이 바로 덱아닌가. 또 ‘EFX’란 말에서는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그야말로 테크노에서만 가능한 전자음이 떠오르고, ‘909’란 말에서는 주기적으로 대포가 터지는 듯한 사운드가 연상되는데…

하지만 과거 플라스틱맨(Plastikman)이나 사이버소닉(Cybersonik), F.U.S.E(Further Underground Subsonic Experiments), 써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 등의 이름으로 활동했던 리치 호틴의 전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감히 ‘화끈하게’ 놀아볼 생각부터 하지는 못할 것이다. 확실히 98년도까지 플라스틱맨의 이름으로 나온 앨범들은 앰비언트적인 텍스처와 미니멀하기 짝이 없는(모 님의 표현을 빌면 미니멀하다 못해 장엄하기까지한) 리듬들로 듣는 사람을 겁주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엽기적인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달렸던 [Sheet One](1993), [Consumed](1998), [Artifakts](1998) 이라던지, 1996년 한해 동안 한달에 한장씩 총 12장의 싱글을 내었던 [Concept 1] 시리즈는 리치 호틴식 미니멀리즘이 ‘갈 데까지 가는’ 앨범들이 아니었던가 싶다.

한편, 흥미롭게도 플라스틱맨이 아닌 리치 호틴 본명 하에서는 나름대로 화끈한 레이브 DJ의 면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자신이 설립한 plus 8의 레이블 메이트인 존 액쿠아비바(John Acquaviva)와 조인트로 낸 [X-mix] 같은 앨범을 들어보면 애시드 하우스와 테크노를 섞어서 미니멀 하면서도 폭발적인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한다. “Minus/Orange”와 같은 히트곡은 정말 광적인 하드테크하우스이다. 이런 리치 호틴이 플라스틱맨의 98년도 [Artifakts] 앨범을 마지막으로 미니멀리즘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롤랜드909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낸 첫 앨범이 바로 1시간 동안의 생생한 라이브 DJing의 현장, [Decks, EFX & 909]이다.

비닐을 뜯기도 전에 밀려오는 흥분감을 진정시키며 CD를 걸고 ‘play’를 누르고나면 30초 내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보통의 믹스 앨범들이 도입부 몇분을 잠잠한 상태에서 점점 고조되는 식으로 차지해버리는 반면, 이 앨범은 거의 시작하는 순간부터 130 BPM 정도의 하우스 비트가 먼저 나와버린다. 2번 트랙부터는 완연한 테크하우스로 전환되는데, 이후 약 1시간 동안, 총 37번 판을 갈아치우는 논스탑 하드 테크하우스 믹스가 계속된다.

앨범 전체를 관통해서 말하자면 비트는 질주할지라도 효과음과 샘플링은 해피한 분위기와는 꽤 거리가 있는 편이다. 한데 이런 암울함과 광폭한 비트의 공존이 뜻밖에도 누구든 미치지 않고 못배길 원시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한가지 불만이라면 앨범 전체에 걸쳐서 BPM이 한번도 변하지 않는다는 점. 사람에 따라서는 30분도 못듣고 질려버릴 우려가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변하는 비트의 성질과 약 2분마다 들어오는 새로운 소리들의 전개에 주목한다면 1시간 동안계속되는 박진감 넘치는 경험이 될 수 있다. 20000301 | 장원 krusher@nownuri.net

7/10

수록곡
1. Early Blow – Ratio
2. Dumped – G. Flame & Mr. G
3. User (02)-B2 – Richard Harvey
4. User (04)-A2 – Richard Harvey
5. User (02)-A2 – Richard Harvey
6. User (01)-B2
7. 001a-A2
8. B2
9. Road To Rio EP-B2
10. B1
11. Road To Rio EP-A2
12. A1
13. 002a-B1
14. Call Of The Wild
15. L8
16. Scout
17. L8
18. Orange/Minus 1
19. Orange/Minus 2
20. Minus/Orange 2
21. Let Your Body Learn
22. Minus/Orange 1
23. What The Hell Was That?
24. Killabite (002)-A1
25. The Loops-A1
26. Alarms
27. Force & Form (Surgeon Remake 2)
28. Zen
29. Five
30. Dead Eye
31. Club Soda
32. It’s Process Not Substance
33. 5
34. Neo
35. Aliens Don’t Boogie
36. Question (003)-B2
37. Kykeon
38. Never Tell You (Version)

관련 사이트
마이너스 레이블 홈페이지
http://www.m-nus.com/
리치호틴과 그의 프로젝트 밴드들 그리고 마이너스 레이블의 유망주들에 관한 앨범 감상 포인트, 디스코그래피, 투어 스케줄 등 망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