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face Killah – Supreme Clientele – Sony/Epic, 2000

 

 

Ghostface Killah(GFK)는 그의 음악적 재능이나 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에도 불구하고 Wu-Tang Clan이 처음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할 무렵에는 Raekwon, Ol’Dirty Bastard(ODB), Method Man과 같은 다른 우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못한 존재였다. 그가 어느 정도 자신의 능력을 우탱 팬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것은 Raekwon의 솔로앨범, [Only Built 4 Cuban Nix](1995)를 통해서였다. Genius/Gza의 [Liquid Swords](1995)와 함께 우탱의 양대 클래식으로 꼽히는 이 앨범은 대부분의 트랙들을 수놓고 있는 GFK의 빛나는 버스와 라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그의 첫 번째 솔로앨범 [Ironman](1996) 역시, 비록 앞서 나왔던 Method Man, ODB, Raekwon의 솔로 앨범들만큼 상업적 성공을 누리지는 못했으나, 우탱의 대표적인 작품들로 이들 앨범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앞선 다른 우탱들의 앨범들보다 경쾌한 톤을 특징으로 하는 이 앨범을 통해 프로듀서 Rza는 훵키한 소울 음악의 샘플들과 단단한 비트를 효과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는 가장 적당한 해법을 제시하였고, GFK는 자신만의 버스와 라임을 완성하였다.

실로 4년만에 나온 그의 두 번째 솔로앨범 [Supreme Clientele] 역시 사운드 면에서 이러한 톤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1집과는 변별되는 특성들 또한 존재한다. 동시에 이러한 특성들은 최근 1-2년 사이에 발매되었던 다른 우탱들의 앨범들(팬과 평자들을 모두 실망시켜왔던)의 진부해진 사운드와의 구별점이기도 하다.

이 앨범은 일단 다양한 재능의 프로듀서들의 공동작업으로 만들어졌다. 우탱의 대장, Rza가 여전히 주축을 이루지만, Hassan, Mathematics, Carlos Broady, Inspecta Deck(또 다른 우탱 중의 한 명), 그리고 the Beatnuts의 Juju가 새로운 프로듀서들로 참여하여 앨범 곳곳에서 사운드를 엮어내었다. 그렇다면 그 사운드는? 현명하게도 이 앨범은 우탱의 성격을 기본적으로 규정해온, “수많은 게스트들의 협업”, 그리고 다소 역설적인 듯한 “지극히 추상적인 사실적 미학”의 강점들에 천착하면서 동시에 그 약점들 또한 교묘히 빠져나간다.

“Intro”를 곧바로 이어받는 “Nutmeg”은 오프닝으로 아주 적절한 트랙이다. Eddie Holman의 훵키한 소울, “It’s Over”의 샘플링이 전반적인 백그라운드 사운드를 형성하는 가운데, GFT는 특유의 라임을 그 위에 수놓는다. 막판에 이어받는 이 곡의 프로듀서 Rza의 래핑과 버스(전형적인 “Bobby Digital” 모드!) 역시 듣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Rza와 같은 정교한 비트는 아니지만, 새로운 프로듀서 Juju는 다음 트랙 “One”에서 매우 직선적인 루프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Saturday Nite”은 GFK가 자신의 현란한 구술(story-telling) 능력을 마음껏 과시하는 장이다.

“Apollo Kids”는 이 앨범에서 가장 밀고 있는 곡이다. 새로운 프로듀서 Hassan의 비트와 까메오 Raekwon의 버스, 귀를 찌르는 관악 사운드가 보태져서 물 흐르는 듯한, 듣기 좋은 힙합 싱글의 전형을 보여준다. Biz Markie의 “The Biz Dance”를 재활용한 “The Grain”의 유쾌한 훵키 비트에 이어지는 “Buck 50″은 직선적인 비트 위에 Method Man과 Red Man이 명성에 걸맞은 라임으로 GFT와 멋진 대결을 펼친다. 한편으로, Inspecta Deck의 “Elevation”이 재활용된 “Stay True”는 적절한 “비트의 재활용”의 모범을 보여준다.

우탱 클랜의 트레이드마크인 바이올린 소리를 기다려왔던 팬들은 “We Made It”에서 효과만점의 현악사운드의 결합을 만끽할 수 있다. 이번에는 “Iron Man”의 샘플까지 사용하는데, 전체적인 사운드의 일관성은 여전히 지속된다.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에서 다소 일탈된 듯이 들리는 “Cherchez La Ghost”는 전체적으로 여성 보컬리스트의 노래가 압도를 하는 듯하지만, 간헐적으로 폭발하는 GFT와 우탱의 동료 U-God의 짧은 버스들이 강렬한 베이스라인과 함께 귀에 속속 들어오는 효과를 준다. 앨범의 마무리로 준비된 “Wu-Banger 101″은 우탱식 떼거지 릴레이 래핑을 기대하고 있는 이들을 배려한 곡이다. “우탱의 라임 마스터” Gza, “우탱의 열 번째 멤버”로 별칭되는 Cappadonna가 한정된 시간 내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앨범의 정점이자 동시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트랙은 “Child’s Play”이다. 물론 피아노와 오르간의 정적인 소리와 느린 소울의 멜로우한 감성이 결합된 매력적인 사운드는 전혀 하자가 없다. 문제는 가사인 것 같다. 얼핏 들으면 동심 어린 사랑 이야기 같지만, 상당히 섹슈얼한, 하드코어 랩처럼 들린다: “Pretty young Sally sat up by the tree trunk / White mini-skirt with the Betty Boo bump…” 하지만 그 진의는 파악하기 어려운 것 같다. GFT 특유의 (힙합 버스의) 전통적인 문법을 파괴하고 동시에 비밀스러운 슬랭들을 적절히 섞어서 진행되는 가사는 실로 난해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탱의 열혈팬들조차 간혹 난감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소 부자연스럽고 문법 파괴적인 그의 버스들은 다른 엠씨들에 비해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the vivid laser eye guy, jump in a harley ride, clarks, I freak a lemon pie…”(“Nutmeg”), “Dust and Alize / Three-Quarter Tims / Cherry cornrows / Crisp hundreds in an envelope…”(“Stroke of Death”). 하지만 이러한 그의 난해하고 불규칙적인 가사 쓰기와 라임은 오히려 이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와 굉장히 자연스러운, 물 흐르는 듯한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용 면에서 그는 일상의 세부적인 상황들을 포착하여 버스와 라임을 구성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Saturday Nite”와 “Marlcom”!). 전통적 문법의 파괴는 그러한 능력을 극도로 발휘하기에 더 없이 적절한 전략인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앨범에서 GFT(혹은 우탱들)는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서서히 깨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샘플링은 단연 이 앨범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이다. 고전적인 훵키한 소울 트랙들을 사용하여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단단하면서도 유려한 1993년의 사운드([Enter The Wu-Tang(36 Chambers)])를 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 앨범을 가장 평가절하해서 얘기한다해도 최소한 [Ironman] 만큼은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Wu-Tang Forever](1997) 앨범 이후의 우탱의 작업들이 상업적으로나 음악적으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1월에 나온 Raekwon의 신작 [Immobilarity] 역시 별로 귀에 감기는 맛이 없었고 따라서 우탱이 당분간 장기침체의 국면에서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단정을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연이어 발매된 Ghostface Killah의 이 앨범, [Supreme Clientele]을 들으면서 생각은 복잡해진다. 이 앨범의 예상을 뛰어넘는 우수한 사운드의 질감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과연 이 앨범은 우탱 클랜의 savior가 될 수 있을까? 우탱은 이 앨범을 기점으로 새로운 상승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20000313 | 양재영 cocto@hotmail.com

7/10

수록곡
1. Intro
2. Nutmeg – (featuring RZA)
3. One
4. Saturday Nite
5. Ghost Deini – (featuring Superb)
6. Apollo Kids – (featuring Raekwon)
7. Grain, The – (featuring RZA)
8. Buck 50 – (featuring Cappadonna/Method Man/Masta Killah/Redman)
9. Mighty Healthy
10. Woodrow The Base Head – (skit)
11. Stay True – (featuring 60 Second Assassin)
12. We Made It – (featuring Superb)
13. Stroke Of Death
14. Iron’s Theme (Intermission)
15. Malcolm
16. Who Would You Fuck – (skit)
17. Child’s Play
18. Cherchez LaGhost
19. Wu Banga 101 – (featuring GZA/Cappadonna/Masta Killah/Raekwon)
20. Clyde Smith – (skit)
21. Iron’s Theme (Concl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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