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sis –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 – Creation/Sony, 2000 영국 국민 밴드이자 국제적인 록큰롤 스타 오아시스가 3년만에 내는 네 번째의 앨범이라… 그런데 솔직히 이상하게도 별로 기대되는 게 없었다. 그들의 등장 이후, 너무나도 당당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찬성과 반대를 줄기차게 오가게 했던 그들의 불손함들, 예를 들어 “예수보다 위대하다” “비틀즈보다 위대해질 것이다”라며 거들먹거렸던 태도나, 베끼기를 아주 당연하다는 듯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식의 오만방자함을 이슈로 삼기에는 이제 너무 식상하고 재미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1997년 3집 [Be Here Now]의 부진함, 이번 음반 녹음 후 기타리스트 폴 아더스(Paul “Bonehead” Arthurs)와 베이시스트 폴 맥기건(Paul “Guigs” McGuigan)이 탈퇴한 것, 그리고 그들을 키워낸 크리에이션 레코드 사장 앨런 맥기(Alan Mcgee)가 레코드사를 떠난 것 등을 볼 때, 오아시스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 멤버 앤디 벨(Andy Bell: 라이드와 허리케인 넘버 원 출신 베이시스트)의 영입이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가는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지만. 싱글로 18만장이 팔려나갔다는 “Go Let It Out”은 흥겨운 드럼 루프와 그루브한 베이스 라인 위에서 그르렁거리는 보컬이 얹혀져서 멜로트론과 같은 건반 소리 등이 울려퍼지는 곡이다. 대중성을 의식한 듯 보이는(다른 곡은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다) 느낌이다. 이 음반의 음악들이 좀 변화했다면, 여러 샘플들을 이용하고 합성하는 기법을 도입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루브한 베이스가 ‘들린다’. 첫 곡 “Fuckin’ in the Bushes”에서 들리는 일렉트로닉 스타일로 강타하는 드럼 루프와 소란스러운 사운드 콜라주는 그들이 변했다는 느낌을 안겨준다. “Gas Panic”나 “I Can See a Liar”는 트립합적인 몽롱한 음영도 들린다. 이처럼 변화된 사운드는 그들이 케미컬 브라더스, 골디, 매시브 어택 등 많은 일레트로니카 뮤지션과 작업해온 데서 비롯된 듯 하다. 또한 새 프로듀서 마크 스턴트(Mark “Spike” Stent)는 매시브 어택이나 브욕, U2를 만들어낸 사람이기도 하니까 그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변했다고 느낀 순간,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보여준다. 위에 열거한 곡들 내에서도 시간이 좀 지나면 인트로나 중간중간의 이질적인 느낌은 사라지고 마니까. 게다가 오아시스 ‘같은’ 곡들도 많다. 얼마나 오아시스적인가, 하는 점은 듣는 사람 마음대로겠지만. “Where Did It Go All Wrong?”이나 “I Can See a Liar”는 흥겨운 로큰롤, “Sunday Morning Call”이나, “Little James”(싱어 리엄 갤러거(Liam Gallagher)의 첫 작품이라고 부추겨지는) 발라드(?) 풍의 곡은 당연히 들어가 있다. 그런데 새로운 분위기의 곡이든, 오아시스적인 곡들이든, 본인(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는 친절하게도 곡마다 누구누구의 무슨 곡을 어찌했다는 등의 코멘트를 붙이기도 했다)을 비롯하여 감상자나 비평가에 이르기까지 비틀스, 후, 롤링 스톤스, 섹스 피스톨스 등과 비교하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언제는 안그랬나?) 앨범 타이틀마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가 아닌가. 그 거인들의 어깨를 넘어서는, 복제 속의 신선함(?)을 기대했던 건 조금 무리였을까. 20000316 | 최지선 fust@nownuri.net 5/10 수록곡 1. Fuckin’ in the Bushes 2. Go Let It Out 3. Who Feels the Love? 4. Put Yer Money Where Yer Mouth Is 5. Little James 6. Gas Panic 7. Where Did It Go All Wrong? 8. Sunday Morning Call 9. I Can See a Liar 10. Roll It Over 관련 사이트 오아시스 공식 홈페이지 http://www.oasisi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