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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ment Jaxx – Remedy – Astralwerks/XL Recordings, 1999

 

 

2000년 브릿 어워드 일렉트로니카 부문에서 ‘큰형들’ 케미컬 브라더스와 경합을 벌였던 그 밴드, 베이스먼트 잭스(Basement Jaxx)를 기억하시는지.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이제 겨우 거라쥐 파티를 빠져나와 첫 앨범을 낸, 그것도 이제 좀 진부하다면 진부한 하우스와 오만가지 잡종 음악을 뒤섞은 소위 “펑크 거라쥐(punk garage)” 밴드가 이토록 큰 주목을 받았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잘 알려진 대로 테크노 씬은 신인에게 그다지 관대한 곳이 아니다. 수많은 DJ/뮤지션들이 사방에 널려있는 이 바닥에서 타고난 재능과 오랜 세월 갈고 닦은 확실한 ‘실력’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히트라는 단물을 맛보기가 어렵다. 흡사 고만고만한 밴드들이 줄을 선 펑크 씬에서 그린 데이나 오프스프링과 같은 스타 밴드가 나오기 어려운 것과도 비슷하다. 그래서 우리는 사이먼 랫클리프(Simon Ratcliffe)와 펠릭스 벅스턴(Felix Buxton)의 2인조로 이루어진 베이스먼트 잭스라는 앙팡 테리블에 대한 호기심을 좀처럼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베이스먼트 잭스의 작년 히트 비디오 클립 “Rendez-Vu”나 “Red Alert”를 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음악적 뿌리에 대한 감을 이미 잡았을런지도 모르겠다. 이 두 곡의 비디오 클립은 베이스먼트 잭스가 갖고 있는 음악의 양대 축을 가장 잘 드러내준다.

“Rendez-Vu”의 경우, 멕시코 사막에서 벌어지는 말도 안되는 해프닝을 담은, 비스티 보이즈의 “Intergalactic”을 연상시키는 유치한 클립이다. 도무지, 진지한 테크노 마에스트로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보인다. 하지만 베이스먼트 잭스가 단순히 이런 광대 이미지를 팔아먹는 ‘장사꾼’에 불과하다면 MUZIK 誌 ’99년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비디오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곡을 집중해서 들어보면, 플라멩고 기타 리프가 넘실대는 훵키 하우스가 가히 범상치 않음을 느낄 것이다. 분명 누구라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100%’ 댄스용 하우스지만 상당히 신선하다. 아니나 다를까, 소속 레이블 애스트럴웍스(Astralwerks)에서 공개하는 프로필에 의하면 베이스먼트 잭스는 심지어 멕시코 식당에서도 파티를 열었다는 재미있고도 무서운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우스의 통념을 깨는 기발함, 플라멩고에서 살사, 라가, 소울, 힙합, 하우스, 재즈, 빅비트에 이르는 오만가지 장르를 섞어버리는 이 방대한 음악적 영감의 소스가 이들의 거대한 댄스 에네르기의 출처를 확인하는 한 실마리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Daft Punk, Armand Van Helden 등 이 계통의 유명 아티스트나, 최근 부상한 Cassius, Groove Armada 등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베이스먼트 잭스는 이들보다 각종 장르를 규합하는 데 있어서 더 자유로워 보인다. 실제로 이 앨범에서 스타일이 비슷한 곡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이다. 3번 “Jump N’ Shout”는 블러드하운드 갱을 연상시키는 하우스이고, 4번 “U Can’t Stop Me”는 비트가 약간 엉킬 뿐이지 완연한 R&B/Soul 트랙이다. 세번째 싱글로 소개된 11번 “Bingo Bango”는 이 앨범이 진정 테크노 음반인지 의문에 빠뜨리는 전형적인 메렝게 사운드를 내고 있다. 이처럼 [Remedy]는 온갖 댄스음악의 고굴절 스펙트럼이다.

한편 “Red Alert”의 비디오 클립은 분위기상 “Rendez-Vu”와는 사뭇 다르다. 그 내용은 경찰이 베이스먼트 잭스의 스튜디오(로 추정되는 장소)를 덮치고 레코딩 스탭들을 체포하는 것으로, 훵키함의 극을 달리는 신나는 곡과 대조적으로 비장하기까지 하다. 훵키한 기타/베이스 샘플 위로 소울풀한 목소리의 디바가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열창을 하는데, “and the music keeps on playing on and on”의 후렴과 경찰이 뮤지션과 레이브 파티를 탄압하는 영상이 매치될 때는 자못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이 클립은 밴드 자신들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한다. 가히 베이스먼트 잭스가 현재의 영예로운 위치를 획득하기까지 어떤 경로를 통해 왔는지 짐작케한다. 실제로 이들은 1980년대 말에 시카고의 불법 창고 파티에서 경력을 시작한 이래, 뉴욕과 런던을 비롯한 온갖 도시에서 이름없는 파티 DJ로 ‘굴러먹던’ 진정한 펑크 거라쥐의 화신들이다. [Remedy] 이전에는 몇 장의 EP를 냈을 뿐이다. 결국 이 음반 [Remedy]에 담겨있는, 듣기에 따라서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음악들은 판을 팔아먹기 위한 상업적인 술수가 아니라 언더그라운드의 키치적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언더그라운드라는 건 사고방식(mentality)을 말하는 거죠. 우리는 그 사고방식을 언제나 우리 음악에 적용할 겁니다. 메인스트림에서 시도하지 않는 음악이죠. 우리는 언제나 우리 자신을 뭔가 다르게 표현합니다.” – 펠릭스 벅스턴

하지만 너무 남들이 안하는 음악을 하려고 해서인지 각 트랙마다 음악 스타일은 물론이요 (심지어) 러닝타임마저 들쭉날쭉인 것은 이 앨범이 지닌 단점이다. 4곡이나 되는 “interlude”는 상당히 짜증스럽다. 앨범을 듣고 뭔가 조잡스럽고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아마 이들은 이 앨범 한 장에 그들이 갖고 있는 모든 스펙트럼을 전사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제 겨우 정규 데뷔 앨범을 낸 신인 아닌 신인으로서 향후 추이가 기대되는 뮤지션임에는 확실하다. 20000328 | 장원 krusher@nownuri.net

6/10

수록곡
1. Rendez-Vu
2. Yo-Yo
3. Jump N’ Shout
4. U Can’t Stop Me
5. Jaxxalude
6. Red Alert
7. Jazzalude
8. Always Be There
9. Sneakalude
10. Same Old Show
11. Bingo Bango
12. Gemilude
13. Stop 4 Love
14. Don’t Give Up
15. Being With U

관련 사이트
베이스먼트 잭스의 레이블 애스트럴웍스의 홈페이지.
http://www.astralwerks.com/basementjaxx
밴드의 바이오, 뉴스, 사운드클립 등이 정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