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 La Tengo – And Then Nothing Turned Itself Inside Out – Matador, 2000 마타도어 레이블의 간판이자 미국 인디록계의 거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욜라텡고의 앨범이 3년만에 발매되었다. 이번 앨범은 그들의 10번째 정규 앨범인데, 그들이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이 대략 지난 앨범인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부터라고 본다면 상당히 늦게 우리에게 알려진 셈이다. 욜라텡고는 1984년 뉴저지 주 호보켄에서 이러 캐플런(Ira Kaplan, 기타/보컬)과 조지아 허블리(Georgia Hubley, 드럼/보컬)를 중심으로 결성되었다. 1993년 발표된 7집 [Painful]로 피드백을 앞세운 노이즈와 감미로운 선율이라는 그들의 공식이 완성되었으며, 1997년 앞서 말한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 앨범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도 폭넓은 팬들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앨범은 전작과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짙은 보라색 앨범 자켓에서 드러나듯 좀더 내향적이고 정적인 사운드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180도 방향전환은 결코 아니다. 전작과 비교하자면 태양/달의 비유보다는 보름달/초승달 정도의 비유가 적절할 듯하다. 확실히 이들은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에 어울린다. 하지만 그 어둠이란 불안감과 두려움을 주는 대상이 아니라 무언가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애틋함에 가깝다. 첫 번째 곡인 “Everyday”는 예외로 생각해도 되겠다. 불길한 기타의 드론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반복적인 퍼커션 연주와 반음씩 오르고 내리는 저음의 음형, 여기에 표정없는 보컬이 차례로 더해지면서 음산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만든다. 일렉트릭 기타의 영롱한 울림이 잠깐씩 등장했다가 이내 사라지는 것을 제외하곤 별다른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는 듯한, 혹은 끝없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듯한 느낌은 이어지는 “Our Way to Fall”에 이르러 비로소 극복된다. 욜라텡고 특유의 아련한 울림을 담고 있는 이 곡은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는 봄비의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이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인 곡은 일곱 번째 트랙인 “You Can Have It All”이다(“Rock You Baby”로 잘 알려져 있는 1970년대 디스코 뮤지션인 조지 맥크래(George McCrae)의 1974년도 곡이 원곡이다). “빰바라 빠”하는 보컬의 흥겨운 멜로디를 반주로 진행되는데, 일체의 꾸밈이나 과장도 없이 듣고 있는 사람을 마냥 편안하게 해준다. 단순한 멜로디에 경쾌한 드럼 소리와 오르간, 첼로 연주를 적절하게 배치한 곡으로, 전작의 “One PM Again”와 비슷한 정겨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밖에도 어두운 도로를 질주하는 듯한 “Cherry Chapstick”(이 곡은 전작의 “Little Honda”에 비교될 수 있다), 오르간의 음향이 듣기 좋은 “Let’s Save Tony Orlando’s House” 등이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욜라텡고를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두 가지를 공통적으로 거론하는데, 하나는 평론가 취향의 밴드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음악적으로 절충주의적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절충주의에도 물리적인 절충주의와 화학적인 절충주의가 있다. 벡(Beck)이 전자를 대표한다면, 욜라텡고는 후자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다. 마치 물에서 수소와 산소의 특징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욜라텡고의 음악에서는 그 출처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용해되어 있다. 이들?지난 앨범이 새로운 화학공식을 만들어냈다면, 이번 앨범은 그 공식을 시험하는 기회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그런 점에서 U2의 [Zooropa] 앨범과 비슷하다). 좀더 새로운 것을 기대한 사람들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3년을 기다려온 사람들에게는 그 시간을 보상해 주기에 충분하다. 20000328 | 장호연 ravel52@nownuri.net 7/10 수록곡 1. Everyday 2. Our Way to Fall 3. Saturday 4. Let’s Save Tony Orlando’s House 5. Last Days of Disco 6. The Crying of Lot G 7. You Can Have It All 8. Tears Are in Your Eyes 9. Cherry Chapstick 10. From Black to Blue 11. Madeline 12. Tired Hippo 13. Night Falls on Hoboken 관련 사이트 욜라텡고의 레이블 마타도르의 홈페이지. http://www.matador.recs.com/bands/ylt/ 앨범 소개와 인터뷰, 공연 일지 등을 볼 수 있다. 욜라텡고의 홈페이지 http://www.sba.muohio.edu/ylt/ 앨범, 가사, 리뷰, 바이오 등 밴드의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