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024110855-cosmos1

코스모스 – Standard – 석기시대/신나라, 2000

 

 

지난 3년간 ‘가장 앨범이 기다려지는 클럽 밴드’ 중 하나로 꼽혀왔던 코스모스의 데뷔 앨범이다. 독한 카리스마의 소유자 김상혁의 주도로 베이시스트 한영수, 키보디스트 양용준, 드러머 박동훈의 라인업으로 1997년에 처음 결성된 이래 여러 일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열악한 국내 음악 환경 속에서 모르긴 몰라도 고생도 많았을 것이다. 코스모스의 경우,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불안정한 라인업 문제가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우선 이 앨범에 참가한 멤버 중 두 명이 현재 멤버가 아니다. 코스모스 라인업의 변천사를 우리가 굳이 알 필요는 없겠지만 현재 남아있는 멤버 중 결성 멤버는 리더 김상혁 뿐이라는 것만 봐도 상황을 짐작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모스는 클럽 팬들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소년의 얼굴과 감성으로 노래하는 경쾌한 모던 록은 이들의 트레이드마크이다. 물론 혹자들이 비판하듯 이들이 주목받은 것이 소속 동호회의 도움이라는 혐의도 있다. 어쨌거나 이제 4년간의 클럽 밴드 활동의 결과물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앨범이라는 모습으로 나온 이상, 클럽에서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의 귀에 들려질 수 있게 되었다는 자체가 기쁜 일이다.

그런데, 앨범 타이틀은 미심쩍게도 [Standard]이다. 무슨 생각으로 본인들 최초의 앨범을 [Standard]라 이름 붙였을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언뜻 드는 생각으로는 모던 록의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당찬 포부로 들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던 록의 스탠다드에서 머물겠다는 뉘앙스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이러한 의혹은 전형적인 브릿팝 기타톤의 전주로 시작하는 첫 곡 “Cliche”에서부터 강하게 증폭된다. 사실 보컬 겸 기타 김상혁은 예전부터 “버너드 버틀러와 폴 웰러의 연주를 무의식적으로 따라했다”고 밝혀왔다. 그리고 코스모스 초기에 라이드(Ride)와 샬라탄스(The Charlatans)를 자주 카피한 일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그렇다면 코스모스는 ‘한국어로 노래하는’ 브릿팝 밴드일까? 한데, 그렇게 단정짓기도 어려운 것이, 당장 블러나 스웨이드, 샬라탄스의 시디를 꺼내 들어보면 코스모스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그럼 코스모스라는 독특한 아우라(aura)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대답은 코스모스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코스모스의 열혈 팬임을 자처하는 누군가는 이들을 왜 좋아하냐는 물음에 ‘가요 같아서’라고 간단히 답했다. 흐음, 실마리가 조금 잡힌다. 요컨대 코스모스의 매력은 영국 가요와 한국 가요의 절묘한 교합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것은 때때로 영국 가요의 몸통에 한국 가요의 멜로디와 정서가 들어가기고 하고(“Cliche”, “Remember However”, “Oriental Boy”, “형용사”), 때로는 그 역의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캬라멜”, “소원”, “Starless Man”, “The Obscure”, “셔츠”).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소원”, “Oriental Boy”, “오늘은 또 뭘하나” 정도이다. “소원”은 김상혁의 호소력 있는 보컬과 정우민의 소녀같은 목소리가 번갈아 노래하는 예쁜 ‘발라드’ 곡이다. 이 곡은 조만간 각종 지상파 라디오 및 케이블 TV의 방송을 타게 될 것이라고 한다. “Oriental Boy”는 냉소적인 가사와 휘몰아치는 그루브가 인상적이다. “오늘은 또 뭘하나”는 정우민이 혼자 키보드를 치며 나직하게 노래하는 곡인데 특히 가슴이 미어지는 내용의 가사를 주목하기 바란다. 마치 우울한 고호경의 노래를 듣는 느낌이다. 20000415 | 장원 krusher@nownuri.net

5/10

수록곡
1. Cliche
2. 캬라멜
3. 소원
4. Remember However
5. Oriental Boy
6. 눈썹
7. Starless Man
8. 스탠다드
9. 오늘은 또 뭘하나
10. 형용사
11. 작은별
12. The Obscure
13. 셔츠

관련 사이트
코스모스 공식 홈페이지
http://www.cosmos-net.co.kr
아직은 게시판밖에….

코스모스 홈페이지 (by 윤병주)
http://www.nega.pe.kr/cosmos/cosmos.htm
밴드의 바이오와 멤버소개, 기사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