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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 – Mo Beats Album – Dharma Music/ DMR, 2000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모하비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다면? 그렇다면 2년 전 레코드 가게 한 구석-정확하게는 한국 인디 코너-에 조용히 자리하던 조악한 빨간 재킷의 앨범을 기억하시는지. 기억력이 좋다면 그 위에 안 어울리는 명조체로 “테크노전자음악잡동사니 = 타나토스”라고 쓰여있던 것도 기억해낼 것이다. 만약 충동구매로라도 이 시디를 구입했었다면 당신은 정말 좋은 ‘경험’을 한 사람이다. 노랑머리의 ‘애들’이나 아역 출신 여가수가 ‘테크노’라는 말을 전국적으로 유행시키기도 전에 나온 ‘제대로 된’ 테크노 앨범을 동시대에 들어봤다는 자체가 어찌 보면 행운이니 말이다. 게다가 그 안에는 김춘수 시인의 <꽃을 위한 서시>에서 가사를 차용한 “쌍꼭점” 같은 위대한 곡도 있고.

올해 29세가 되는 모하비(본명: 서민규)는 한평생을 전자음악에 ‘깨끗하게’ 바친 국내에 몇 안 되는 테크노 뮤지션이다. 올해로 두 번째인 솔로 앨범 작업은 물론이요, [techno@kr], [PLUR] 등의 테크노 컴필레이션에 참여하거나 몇몇 연극의 배경 음악을 담당한 바 있다. 가히 이쪽 계열의 진정한 선구자 중 한 명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금이야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를 불문하고 테크노의 열기가 뜨거운 상황이지만 적어도 앞서 말한 [테크노전자음악잡동사니 = 타나토스] 앨범을 자신의 홈스튜디오 Desert Fish Digital에서 자주제작한 것은 지극히 선구적인 작업이었다.

탠저린 드림(Tangerine Dream)과 장 미셸 자르(Jean Michelle Jarre),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그리고 백남준에게 영향받았다고 모하비 본인이 밝히듯이, 전작 [타나토스] 앨범은 범상치 않은 실험적인 전자음악(굳이 분류하자면 앰비언트 테크노)을 들려주었고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앨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조악한 앨범 재킷이나 녹음 상태는 감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닐지라도 애정을 갖고 듣기에는 방해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극소수의 청자만이 감상 가능한 자위행위성 앨범이라는 비판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년만에 나온 본작 [Mo Beats Album]은 전작의 후진 면들을 커버한 수작이라고 하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앨범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트랜지스터헤드의 [Housology]와 함께 2000년을 화려하게 장식한 일렉트로니카 음반으로 기억될 것이다.

창문 열듯이 열어보게 되어있는 부클릿부터 전작과는 달리 상당히 신경을 쓴 듯하다. 음악적으로는 전작의 인텔리전트한 면모를 그대로 계승할 뿐만 아니라 간간이 드러나는 유머감각이 적재적소에 박혀 청자를 결코 지루하지 않게 하는 정혜쌍수의 음반이다. 특히, 다소 단조로웠던 전작(컨셉트 앨범이었으니 더구나)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거친 아날로그 전자음들이 향연을 이루며 다양한 소리의 풍경을 창출한다. [Mo(re) Beats Album]이라는 타이틀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 앨범의 미덕은 확실히 다양성이다. 따라서 분명히 댄스를 위한 음반은 아니지만 기능성을 떠나 심미적인 관점에서 귀를 자극하는 테크노 음악을 찾는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것이다.

시디를 거는 순간부터 노이지한 루프(loop)와 불길한 사운드가 위협적으로 다가오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기-승-전-결의 극적 구성으로 진행된다(“자유부인”). 잠시 쫄아 있는 동안 어느새 유머러스한 2번째 트랙이 시작되는데 곡 제목부터 골디(Goldie)의 [Saturnz Return]를 패러디한 듯한 “돌아온 요요/Yoyoz Return”다. 모하비 식 팝송이라 할 만한 곡으로 독특한 소리의 하우스 비트에 실험적인 디트로이트 필이 가미된 실험적인 작품이다.

한편 뒤이어 등장하는 “이왕표 군단 2″는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코믹한 드럼앤베이스 트랙으로, 비트 운용방식이 톡톡 튀는 재미있는 곡이다. 70년대의 앞자락을 잡고 태어난 사람답게 앨범 재킷의 라이너 노트에는 이 곡을 김일 선수와 이왕표 군단에게 바친다고 되어 있다. “오늘 산 리듬”과 “후회하길 바래”는 이어지는 곡인데,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삼도 설장고 가락에서 샘플링한 장고의 리듬이 출렁이다 초기 인더스트리얼을 연상시키는 긴박한 분위기로 이어지는 구성을 취한다. 한편 이 곡의 가사는 2번 트랙의 가사와 같은 스토리 상에 있는데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나비부인/Scream of Butterfly”과 “카르멜라” 또한 서로 연결되는 곡인데, ‘Scream of Butterfly’는 도어즈(The Doors)의 “When the Music Is Over”의 가사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역시나 이 트랙에서는 해먼드올갠 소리가 큰 비중으로 쓰이고 있다. 한편 이어지는 트랙은 산울림의 “내 마음은 황무지”의 앰비언트 테크노 버전이다.

앨범에서 가장 대담한 시도는 “올리브 트랜스”로 마치 드릴로 파는 듯한 정글 비트 위에 기타리스트의 즉흥연주가 진행되는 재즈적인 발상의 곡이다. 개인적으로 잘 매치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실험 자체는 멋지다는 느낌이다. “타임머쉰”과 “나팔바지”는 아날로그 무그 신디를 다양하게 사용한 곡으로 대단히 경쾌하다. 마지막 곡 “남은 거라곤”은 첫 곡과 연결되는 곡으로 오실레이터의 향연을 벌이며 앨범의 대미를 무겁게 장식한다. 20000415 | 장원 krusher@nownuri.net

7/10

수록곡
1. 자유부인 (Mo Beats)
2. 돌아온 요요 (Yoyoz Return)
3. 이왕표 군단 2 (The Power Ground Part Two: Face off)
4. 붉은 순정 (Believe in Angels)
5. 트랜지스터 (Transistor Song)
6. 오늘 산 리듬 (Intro)
7. 후회하길 바래 (Big Turning)
8. 나비부인 (Scream of Butterfly)
9. 카르멜라 (Carmella)
10. 내 마음은 황무지 (My Heart)
11. 진주소녀 (Pearls Her Pulse)
12. 올리브 트랜스 (Her Turkish Olive)
13. 타임머쉰 (Time Modulation)
14. 나팔바지 (Brassic Bob)
15. 이왕표 군단 (The Power Ground Part One: Theme)
16. 남은 거라곤 (Nothing But the Oscillator)

관련 글
트랜지스터헤드 [Housology] 리뷰 – vol.2/no.8 [20000416]
[techno@kr] 리뷰 – vol.1/no.5 [19991016]

관련 사이트
http://www.dmstrax.com/artists/artist_mojave.htm
dmsTrax의 모하비 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