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 Ziq – Royal Astronomy – Astralwerks/Virgin, 1999 1919년 영국 작곡가 홀스트(Gustav Holst)는 오케스트라 조곡 [행성]을 통해 당대 알려져 있던 행성들의 신화적 성격을 매혹적으로 포착했다. 1973년 핑크 플로이드는 앨범 [Dark Side of the Moon]으로 록음악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했다. 1991년 오브는 앰비언트 하우스 앨범 [Adventures Beyond the Ultraworld]로 우주여행의 흥분을 멋지게 시뮬레이트했다. 그리고 1999년 뮤직은 고전적 아우라가 느껴지는 고품격 일렉트로닉 앨범 [Royal Astronomy]를 완성했다. 우주는 항상 인간에게 최고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다. 이는 허블망원경으로 대표되는 첨단 과학기기들이 우주를 관측하고 우주 여행의 시나리오를 차츰 실현시켜가고 있는 오늘날에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새로운 사운드 실험에 몰두하는 호기심 많은 음악가들에게 있어 그 존재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우주를 테마로 한 음악은 진보적이긴 하지만 무겁고 진지하고 어려우며, 나아가서는 따분하다는 인상마저 주기 쉽다. 뮤직의 [Royal Astronomy]는 이런 선입견을 일순간 날려버릴 만큼 흥미롭고 유머가 있으며 다채로운 곡들로 가득하다. 첫 곡 “Scaling”은 섬세하게 편곡된 현악기 연주로 시작된다. 비트에 맞춰 연주되는 종소리와 멀리서 은은하게 퍼지는 코러스가 펼치는 웅장한 스케일은 듣는 이에게 긴장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어지는 “The Hwicci Song”은 놀랍게도 관/현악기들의 대위적 병렬과 브레이크비트, 샘플링, 스크래치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곡이다. “Autumn Acid”는 뮤직의 전작 [Lunatic Harness]의 분위기를 많이 풍기는 곡으로, 앰비언트 테크노 풍의 신서사이저 음향과 왜곡되고 뒤틀린 비트박스 리듬이 결합되어 있다. 나른한 코러스가 배경으로 깔리고 전자 음향들은 어지럽게 떠다니고, 곡은 한순간 현기증이 날 정도로 휘청거린다. 아날로그 신서사이저와 현악기가 조화를 이룬 “Slice”는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의 분위기를 짙게 풍긴다. 여기서 우주 여행 첫날의 편안한 휴식을 연상해도 좋을 듯하다. “Carpet Muncher”는 질주하는 듯한 드럼앤베이스 리듬이 유머러스하게 표현되어 있는 곡이다. 힙합 뮤지션 갱 스타(Gang Starr)의 곡에서 샘플을 빌어온 “The Motorbike Track”은 마치 레프트필드를 듣는 듯한 현기증 나는 속도감을 선사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The Fear”는 산 정상에 올라 맞이하는 상쾌한 바람과도 같다. 일본 출신 보컬리스트 카즈미(Kazumi)가 맡은 멜로디 부분은 여섯 소절이 계속 되풀이되는데, 교향악적 반주와 드럼앤베이스 리듬이 서로 경쟁하면서 드라마틱한 구성을 펼치는 대목이 압권이다. 불길하고 음산한 “Gruber’s Mandolin”에 이은 “World of Leather”는 힙합 특유의 톡톡 튀는 리듬과 뱀처럼 축축 늘어지는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56”은 유치한 상상력을 빌자면 우주를 떠도는 카우보이의 고독을 담고 있는 곡이다(카우보이 비밥의 사운드트랙?). 뮤직은 마이크 패러디너스(Mike Paradinas)의 일인밴드로, 그의 전자음향 세계는 춤추기 위한 댄스 플로어용이 아니라 집에서 감상하기에 알맞다. 종종 ‘헤드폰 드럼앤베이스’라고 불리며 그런 점에서 에이펙스 트윈과 곧잘 비교된다. 또한 앰비언트 테크노 분위기를 풍기는 복고적인 신서사이저 음향과 살을 파고들 것 같은 강렬한 드럼앤베이스 리듬으로 ‘드릴앤베이스(drill’n’bass)’라는 명칭을 얻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하지만 뮤직은 [Royal Astronomy]를 통해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유쾌하고 독창적인 앨범을 만들어냈다. 학구적인 오케스트라 편곡과 광기 넘치는 드럼 비트, 목가적인 분위기와 질주하는 속도감, 장대한 스케일과 유머를 독창적으로 결합한, 실험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일렉트로닉 앨범이다. 20000428 | 장호연 ravel52@nownuri.net 8/10 수록곡 1. Scaling 2. The Hwicci Song 3. Autumn Acid 4. Slice 5. Carpet Muncher 6. The Motorbike Track 7. Mentim 8. The Fear 9. Gruber’s Mandolin 10. World of Leather 11. Scrape 12. 56 13. Burst Your Arm 14. Goodbye, Goodbye 관련 사이트 소속 음반사 아티스트 홈페이지 http://www.caroline.com/astralwerks/muzi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