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802021608-3

Asian Dub Foundation – Community Music – London/Warner Music Korea, 2000

 

 

공동체 음악? ‘Community Music’은 아시안 덥 파운데이션의 멤버 중 베이스와 보컬을 맡고 있는 다스(Das)에 의해 창설된 청년 음악 워크샾이며, 영국내의 소수민족(=유색인종?) 청소년들에게 기본적인 음악 교육을 제공해서 음악을 통해 인종장벽을 허물고자 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1998년의 데뷔앨범 [Rafi’s Revenge]로 아시안 덥 파운데이션은 그들의 음악적 뿌리이자 영감의 원천인 인도의 소리를 덥(dub)과 정글(jungle), 그리고 자메이칸 레게, 펑크와 같은 이질적인 사운드 질료들과 뒤섞는 ‘실험’을 통해 자신들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확립했다.

사운드만으로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그들의 민족적 정체성은 이들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로 음악을 들어도 간과할 수가 없다. (더불어 가사의 이해가 가능한 사람들에겐 영국 식민주의시대의 유색인종 이민자의 후예들이 품고 있는 정치적 견해까지도.)

그들이 들려주는 ‘인도의 소리’에 대해 ‘에스닉’이라는, 다분히 서구 식민주의 중심적인 규정을 들이대는 것은, 비록 그것이 보편적인 ‘편의성’에 기댄 것이었다고 해도 이제 삼가자. 본 앨범 중 “Committed to Life”의 한 구절을 빌어 말하면 소수민족으로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성의 날, 혹은 저항성은 “육체적, 정신적, 영적, 정서적, 환경적”으로 당연한 음악 원칙의 제1 요소이다. 그리고 [Community Music]은 그들만의 사운드 시스템에 대한 부단한 실험성이 더욱 큰 성공을 맺은 결실이다.

고의적으로 왜곡된 일렉트로닉 라가(raga), 시타, 타블라와 주술적인 공간감이 가득 차 오는 스크래칭 정글 비트, 묵직하게 깔리는 드럼앤베이스와 덥베이스, 펑크 에네르기가 충만한 헤비함, 매스터 D의 철분성 래핑과 챈팅(chanting)은 변함없지만 여기에 애시드 사운드와 각종 효과 노이즈, 콩가, 관악 오케스트라, 프로파겐다 스포큰 워드 등이 접목되어 현란할 정도로 충만한 사운드의 질감을 느끼게 해 준다.

물론 극렬한 반골 정신이 살아 숨쉬는 선동적인 가사들도 여전하다. 첫 트랙 “Real Great Britain”은 1960년대 보수주의 정권의 향수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현 영국 정부를 “신발 끝만 쳐다보면서 언제나 뒤쪽만 바라보고 있는 나라(Shoegazing nation forever looking backward)”라고 가차없이 비판하는 헤비 아시안 펑크 곡이다. 이는 클래쉬를 연상케 하는 덥 리프 송인 두 번째 트랙 “Memory War”에서 강경한 투쟁의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분서갱유가 여전한 영국 정부의 폭력에 가려진 ‘진실’을 ‘범죄’로 단언,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라고 쏘아붙이면서 “햇빛 아래에서도 투쟁은 계속된다(Struggle continues while di sunshine)”라고 말한다. “New Way, New Life”는 아시아 공동체의 힘에 대한 찬양가이며, 댄서블한 정글 비트와 주술적인 드럼앤베이스가 벤자민 자파니아의 샘플링된 목소리와 함께 가사 없이 진행되는 “Riddim I like”는 플로어 넘버 원 트랙으로 손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인도의 향기’가 멋지게 잠식한 키보드 인트로가 잊혀지지 않는 “Collective Mode”, 스카와 콩가가 숨가쁜 정글 비트와 버무려지는 “Crash” , 타블라의 절묘한 세팅이 인도 출신의 성우 암발라바네르 시바난단의 스포큰 워드 뒤로 빛나는 “Colour Line”에서도 ADF의 정치적 날은 무디어지지 않고 IMF, 인종 차별, 식민 자본주의의 병폐에 대한 비판을 쉬지 않고 뱉어낸다. “Taa Deem”은 얼마 전 4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파키스탄의 음악성인(聖人) 누스라 파테 알리 칸(Nusrat Fateh Ali Khan)의 음성이 샘플링된 ‘Indian chanting dub song’이며, 타블라와 어쿠스틱 기타가 영적으로 울려 퍼지는 “The Judgement”는 메시지상 “New Way, New Life”, “Collective Mode”와, 여가수 카탈리사의 슬로우 래핑이 인상적인 “Truth Hides”로 이어진다. “Rebel Warrior”는 선(禪)적인 고요한 인트로에서 폭발하듯 쏟아지는 하드코어 래핑으로 이어지며, “Committed to Life”에서는 무정부주의적 이상향까지 드러낸다. 20000429 | 최세희 nutshelter@hotmail.com

7/10

수록곡
1. Real Great Britain
2. Memory War
3. Officer XX
4. New Way, New Life
5. Riddim I like
6. Collective Mode
7. Crash
8. Colour Line
9. Taa Deem
10. The Judgement
11. Truth Hides
12. Rebel Warrior
13. Committed to Life
14. Scaling New Heights

관련 사이트
아시안덥파운데이션 공식 홈페이지
http://www.asiandubfoundation.com/satp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