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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 The Best of James – Uni/Mercury/Polygram, 1998

 

 

17년… 그 기간 동안 제임스(James)는 어디쯤 있었던 것일까? 그 흔한 전설도, 귀를 잡아끄는 끄는 루머도, 가시돋힌 독설도 없이, 매니아에겐 너무 익숙한 듯, 대중들에겐 조금은 낯설게. 그렇게 17년 동안 제임스라는 밴드는 국내에서는 ‘열외’였다. 동향의 모리시(Morrissey)가 제임스의 열렬한 팬이라는 정보도 ‘그냥 그러려니’하는 수준이다. 그런 제임스의 베스트 앨범이 우리 가까이 찾아왔다. 1998년에 발매되었지만 작년 말에야 수입되었고 올해가 되어서야 매장에서 발견했으니 말이다.

보컬 팀 부스(Tim Booth)가 인정하는 대로 베스트 앨범이란 분명 음악 비즈니스계의 속성이다. 허나, 그 속성 안에서의 완성도를 인정한다면 분명 제임스의 베스트 앨범은 참, 잘된 작품이다. “Come Home”, “Sit Down”, “She’s A Star”, “Say Something” 처럼 정서적 상승감을 주는 히트 트랙들, “Out To Get You”, “Born Of Frustration”, “Hymn From A Village”같이 자아성찰적인 트랙, “Destiny Calling”, “Lose Control” 같은 신곡에 이르기까지 제임스의 다층적인 면을 느낄 수 있는 상당히 잘 짜여진 컴필레이션이다. 물론 브라이언 이노와 작업한 [Wah Wah](1994)의 수록곡은 한 곡도 없지만, 원채 브라이언 이노의 색깔이 더 진했고 제임스의 음반 중 유일하게 아방가르드적인 색채가 강했던 앨범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아쉬워도 이해를 보낼 수 있다. 그만큼 기분좋은 베스트 앨범이다.

사실, 제임스의 음악은 결코 어렵지 않다. 훅(hook)으로 치자면 오아시스든 누구든 뒤질 게 없다. 단지, 그 훅(hook)에 담겨있는 정서가 온전히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이들을 독특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결정적 순간에 동화되지 않는 고집 — 예를 들어 1994년 미국 시장에서 뒤늦은 성공을 거둔 뒤 참여한 [우드스탁 ’94]에서 [Laid]의 히트곡이 아닌 [Wah Wah]에 수록된 실험적이고 앰비언트한 곡들만 연주했던 고집 — 이 있다. 그것이 한없이 대중적이면서도 컬트 추종자들을 놓치지 않는 지금 이들의 독특한 위치를 만들어 놓았다.

한 곡 한 곡씩의 해설은 생략하자. 말 그대로 ‘The Best of’ 이기에 의미가 없다. ‘성공’이 ‘인디’ 밴드를 망치지 않은 채. 대중에 대한 만족과 자신의 음악적 이상을 조금씩 성취해나가는, 17년째 늘 새롭게… 그런 밴드가 이제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아닐까? 소량 수입된 음반이라서 구매하기가 쉽지는 않다. 게다가 라이센스로 발매되었던 [Whiplash](1997)도 찾아볼 수 없다(이 음반도 “She’s A Star” 하나만으로도 좋은 앨범이다). 마지막으로 제임스의 로고인 데이지꽃이 전면에 피어있는 앨범 커버가 너무 예쁘다. 그런데 제임스가 누구냐고? 맨체스터에서 결성되어 1982년 데뷔한 6인조 인디 밴드다. 20000428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7/10

수록곡
1. Come Home
2. Sit Down
3. She’s A Star
4. Laid
5. Waltzing Along
6. Say Something
7. Born Of Frustration
8. Tomorrow
9. Destiny Calling
10. Out To Get You
11. Runaground
12. Lose Control
13. Sometimes
14. How Was It For You?
15. Seven
16. Sound
17. Ring The Bells
18. Hymn From A Vill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