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촌장 – The Bridge – 작스 미디어/웅진뮤직, 2000 시인과 촌장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이자 12년만의 컴백 음반이다. 조성모의 “가시나무”의 원곡을 만들고 부른 하덕규가 기타 연주자 함춘호와 함께 만든 음반이다. “가시나무”의 히트에 편승하여 컴백했다고 말하면 ‘결례’다. 시인과 촌장은 1997년부터 음반 작업을 준비해 왔고, 작년 봄 ‘포크 페스티벌’에도 얼굴을 비추었고, 올해 초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단독 공연도 가진 바 있다. 이 정도면 오히려 음반이 너무 늦게 나와서 기다리던 사람을 지치게 만든 경우에 속한다. 오랜만에 나온 음반에 담긴 노래들은 14년 전 1집 [푸른 돛/사랑일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다. 방황하면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소년의 수줍은 목소리라는 뜻이다. 조금은 거칠어지고 원만해진(혹은 무뎌진?) 듯하지만, “뿌리”나 “대답(직립동물)”처럼 하덕규의 ‘물음’과 ‘찾음’은 지금도 여전히 필사적이고 근본적이다. 우주, 시간, 인간, 20세기, 대답 등 ‘거창한’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가사도 그렇다. 작곡 솜씨도 많이 녹슬지는 않았다. “뿌리”나 “대답”처럼 2부(혹은 3부) 구성을 가지고 있는 대곡의 구성(한국에서는 이러면 ‘프로그레시브하다’라고 부른다)만 그런 게 아니라 “Mr. Dylan”이나 “출구 없는 극장”같은 소품의 예쁜 멜로디에서도. ‘모던 록’ 밴드 델리 스파이스와 함께 연주하고 노래도 같이 부른 “출구 없는 극장”은 젊은 사람들의 취향에도 맞을 것이다. 물론 “별”이나 “Time in a Bottle”같은 곡의 멜로디는 다소 낡아 보인다. 이젠 또 한 명의 확실한 멤버인 함춘호는 저명한 기타 연주자답게 개별 곡들마다 적절한 주법과 톤(tone)을 만들어준다. 아울러 밴조(“Mr. Dylan”), 만돌린(“대답(직립동물)”), E 보우(E-bow) 등 기타의 삼촌이나 조카 쯤 되는 악기들에서도 솜씨를 보여준다. 세션에 참여한 연주자들도 휘슬(“다리 #1”), 리코더(“돌아보면”), 클라리넷(“장석봉”) 등 유럽풍의 악기를 정갈하게 곁들여 준다. 참, 1980년대 중반 이른바 ‘동아기획 사운드’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별”에서 조동익의 베이스 기타 소리도 반가울 것이다. 부웅붕거리는 ‘프렛 없는(fretless)’ 베이스 기타 소리 말이다. 앨범의 절정으로 보이는 아홉 번째 곡 “가시나무. 두 번째 이야기”는 곡은 고음으로 열창하는 후렴구에서 “아멘”을 외쳐도 좋을 만한 곡이다. 물론 신앙인이라면 말이다. 다음 곡 “이제 안녕이라고 말해요(거기 20세기가 있었네)”에서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라이브 연주를 음반에 옮긴 마지막 곡 “돌아보면”을 듣고 난 뒤 “할렐루야”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신앙인이 아니라면 솔직히 하품 나온다. 공연 중간에 ‘오버’하면서 강행하는 설교를 음반의 한 트랙으로 옮기지 않은 게 다행일 뿐. 그렇지만 스톱 버튼을 누르지 마라. ‘히든 트랙’인 “가시나무” 라이브 버전은 이 불후의 명곡을 ‘젊은애들의 사랑타령’으로 만들어버린 조성모의 노래보다 백 배는 낫다. 20000510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수록곡 1. 다리 #1 2. 뿌리 3. 별 4. Time in a Bottle 5. Mr. Dylan 6. 장석봉 7. 대답(직립동물?) 8. 출구 없는 극장 9. 가시나무. 두 번째 이야기 10. 이제 안녕이라고 말해요 11. 돌아보면 관련 글 시인과 촌장 공연 리뷰 – vol.2/no.6 [20000316] 관련 사이트 시인과 촌장 홈페이지 http://poet.jags-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