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타임(1TYM) – 2nd Round – Cream, 2000 한국에서 음악으로 가장 쉽게 돈버는 방법은? 우선 개성있게 생긴 남자아이들을 모집·선발한다(잘생긴 애들보다 예쁜 애들이면 더 좋다). 재미교포 몇 명은 기본이다. 음악스타일은 요즘 10대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힙합’이 좋겠다. 여기에 괜찮은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붙여주고, 왕년에 잘나가던 스타가 키우는 그룹이라고 적극 광고하고 다닌다. 이제 방송국만 열심히 들락거리면 히트는 보증수표다. 물론 이것은 음모이다. 원타임의 경우, 맞는 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운이 좋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양현석이라는 든든한 백을 등에 업고, 감각적인 작곡가 Perry와 Q의 환상적인 지원을 받아 원타임은 1998년 말 가요차트를 가뿐히 정복했다. 그룹의 이름(One Time for Your Mind)대로 단번에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드렁큰 타이거, 조PD와 더불어 힙합을 대중 음악의 화두로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들이 힙합 씬에 남긴 것이라곤 별로 없어 보인다. 특색있는 사운드나 독특한 래핑 스타일, 논쟁적인 가사보다는 말랑말랑한 멜로디와 귀여운 안무가 이들 인기의 원동력이었다. 또 그들에 열광하는 이들 중에는 비보이들(B-Boys)보다 여의도로 출근하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그렇다고 ‘힙합의 순수성’이라는 잣대로 이들을 평가하고픈 생각은 없다. 언더와 주류의 도식적인 평가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이들이 가요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던 것만은 사실이고, 데뷔 앨범 [1TYM]은 훵키한 그루브의 “Good Love”, “Heaven” 등 꽤 쓸 만한 곡들을 담고 있었다. 2집 [2nd Round]는 그들의 야심이 잘 드러나는 앨범이다. 우선 멤버인 송백경과 Teddy가 데뷔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곡 작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음악적으로도 훵크와 R&B가 적절하게 안배되었던 1집과 달리 다양한 스펙트럼을 두루 보여준다. 먼저 첫 곡 “악(惡)”은 록비트를 강조한 하드코어 넘버이고, “쾌지나 칭칭”은 힙합과 국악의 만남을 모색한 곡이다. 방송용으로 열심히 밀고 있는 “One Love”는 R&B 발라드이고, “너와 나 우리 영원히 또 하나!”는 도회지 풍의 팝 성향의 곡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것저것 시도해봤다는 느낌 이상을 주지 않는다. 야심 있는 앨범, 그러나 야심만 있는 앨범… 또 하나 문제는 결과적으로 이들의 색깔이 불분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쾌지나 칭칭”은 여러모로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창법은 “컴백홈”에서 서태지가 보여줬던 것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21세기란게 뭐야”는 모노크롬의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를 떠올리게 하고, “구제불능”은 자미로콰이(Jamiroquai)에 바치는 곡처럼 들린다. 또 가사는 종종 운을 맞추기 위해 짜맞춘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특히 “쾌지나 칭칭”의 둘째 절). 결국 스스로의 음악에 대한 자의식과 노력이 반영되었다는 것으로 그나마 만족해야 할까. 20000514 | 장호연 ravel52@nownuri.net 4/10 수록곡 1. 악(惡) 2. (Interlude) 흑과 백 3. Ready or not Yo! (Korean Version) 4. 쾌지나 칭칭 5. 구제불능 6. One Love 7. 21세기란게 뭐야 8. 1TYMillenium 9. 항해가 10. 너와 나 우리 영원히 또 하나! 11. Ready or not Yo! (English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