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m – Headsparks & Kernel – Homestead/강아지문화예술, 1992/2000 미국 시카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디 밴드 심(Seam)이 한국에 알려지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아직 심의 이름은 소수에게만 알려져 있다(물론 미국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소수라는 말이 좀 애매한 규정이긴 하지만, 어쨌든 극소수에서 ‘극’자를 떼어내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1999년 이들의 내한이었을 것이다. 그 이전까지 이들의 존재는 극소수에게만 알려져 있었다. 1999년 10월말 내한한 심은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페스티벌 ‘소란’에 헤드라이너로 서고 FM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델리 스파이스의 3집 녹음에도 참여하고 여러 매체에 관련 기사가 나가면서 인지도를 넓힐 수 있었다. 1999년 11월 인디 레이블 ‘강아지 문화/예술’을 통해 4집 [The Pace Is Glacial](1998)이 라이센스로 소개되면서 음반으로 다가서기도 했다. 1999년 심의 내한으로 촉발된 이들에 관한 관심은 대중적인 반향과는 거리가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4집 라이센스 음반의 판매고도 그리 높지 않았을 듯하다. 하지만 발매사인 ‘강아지 문화/예술’에서는 약속대로 심의 앨범을 다시 내놓았다(이들은 심의 정규 앨범 전작을 라이센스화할 예정이다). 이번에 나온 앨범은 심의 데뷔작 [Headsparks](1992)이다. 특이한 점은 이들의 EP [Kernel](1992) 수록곡 4곡이 보너스 트랙으로 담겨 있다는 것. 심에 대해 모르는 ‘다수’를 위해 이 밴드에 관한 간단한 언급이 필요할 듯하다. 심은 1991년 박수영(Sooyoung Park: 보컬, 기타), 렉시 미첼(Lexi Mitchell: 베이스), 맥 맥코건(Mac McCaughan: 드럼)의 라인업으로 결성되었고, 시카고에 둥지를 튼 뒤 1992년 데뷔 앨범 [Headsparks]와 EP [Kernel]을 내놓아 인디 씬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 후 인디 레이블 ‘Touch & Go’를 통해 [The Problem With Me](1993) [Are You Driving Me Crazy?](1995) [The Pace Is Glacial](1998)을 발매하였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대표적인 시카고 인디 록 밴드로 자리를 잡았으며, 몇 번의 멤버 교체를 거쳐 1999년부터는 한국계 미국인이 드러머를 제외한 전 멤버를 구성하고 있다. [Headsparks]가 심의 대표작은 아니다. 대신, 이 음반은 심의 초기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이유 말고도 포스트 펑크, 얼터너티브, 포스트 록의 어떤 모습/국면을 보여준다는 점,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Kernel]을 덤으로 들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매력적이다. 이들의 데뷔작을 들으면서 느끼는 사실은 지금까지 심의 음악이 그리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들이 그동안 안주했다는 진술이 아니라, 시대의 대세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정말이지 고집스럽게 인디 씬을 지켜왔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심에 대한 여러 평가 중 하나는 이들의 음악이 실험적이라는 것이다. 그걸 아주 난해하다는 뜻으로 해석하지만 않는다면, 실험적이란 말은 심 음악의 일면을 적절히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음악은 인디 록, 포스트 펑크, 얼터너티브 등 포괄적인 메타 장르로(하지만 흔히 장르처럼 쓰이는) 분류되곤 한다. 기존의 특정 장르의 틀로 묶기에 부적절하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이들은 (1980년대 포스트/하드코어) 펑크의 격함과 포크의 유연함과 노이즈 록의 혼돈스러움을 지혜롭게 혼융한다. 얼터너티브로 얘기하자면, 이들의 음악은 얼터너티브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져 보면, 그런지의 상처받은 듯한 분노와 비관, 그리고 R.E.M./닐 영 류의 투박한 서정성과 친화력이 있지만, 동일한 스타일이란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구조적으로, 이들의 음악은 단순함을 바탕으로 하지만, 조금씩 변형시키고 조합하고 오밀조밀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의 변이를 만들어 낸다. 단순한 듯하지만 쉽지 않고, 복잡한 듯하지만 심플하다. 심의 음악은 전위주의와 절충주의의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좌표는, 한 마디로 말하기에 난감한 지점이지만 개성적인 위치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Headsparks]에서 보여주는 음악도 그렇다. (포스트) 펑크적인 “Grain”과 서정적인 느린 템포의 “Feather”가 공존하고 있으면서도 서로 이질적이라는 느낌은 없다. 거의 모든 곡들이 (전에 박수영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조용한 것과 시끄러운 것, 복잡한 것과 엉성한 것, 빠른 것과 느린 것’ 등이 공존하는 ‘둘 다의 미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 곡 한 곡은 그 안에 반복과 변형을 거쳐 강함과 부드러움, 빠름과 느림, 공격성과 서정성을 묘하게 섞어 놓는다. 기타 연주는 톤과 주법의 다양한 변화를 통해 질감을 상이하게 조절하며, 드럼은 백비트의 전형적인 패턴을 가능하면 피하고 비트를 잘게 잘라 그루브감을 만든다. 그렇게 구축된 음악은 고도의 서정성과 몽환성을 준다. 박수영의 보컬이 잘 드러내듯, 이들의 음악은 곰삭은 분노와 슬픔을 곱씹는 듯한 이미지를 준다. 이번 앨범으로 심의 음악이 더 많이 알려지게 될까. 글쎄. 상업적인 성공을 기대하기는 힘들 듯하다. 이 음반에 한국형 발라드가 담긴 것도 아니고 이들의 음악이 한국인의 취향(이라고 주입되는 성향)에 가까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 핏줄’이라면 살뜰한 관심을 쏟아 붓는 우리네 집단 최면이 유포되거나 ‘성공시대’ 류의 프로그램에 다뤄지면 또 모를까. 그렇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며, 설사 미디어 화제로 떠오른다 하더라도 ‘원 히트 원더’에 그치겠지. 2000년 6월 초 심이 다시 한국에 와서 (이번에는) 단독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그런데 연례 페스티벌 ‘자유’, 델리 스파이스 콘서트와 일정이 겹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은 이번 내한 공연으로 소수를 넘어설 수 있을까. 숫자가 꼭 중요한 것은 아닐테지만, 그렇다고 무시할만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인디라도. 나의 바람은… 20000508 | 이용우 pink72@nownuri.net 6/10 수록곡 1. Decatur 2. Grain 3. Sky City 4. Pins and Needles 5. Feather 6. Atari 7. King Rice 8. New Year’s 9. Shame 10. Granny 9x 11. Kernel 12. Sweet Pea 13. Shame (kernel remix version) 14. Driving the Dynamite Truck 관련 글 Seam in Seoul: 소란 99 공연 리뷰 – vol.1/no.9 [19991216] 한 ‘코리안 아메리칸’ 경계인의 예술과 삶: 심(Seam)의 박수영 – vol.1/no.6 [19991101] 미국 인디 씬의 히어로 박수영의 Seam – vol.1/no.6 [19991101] Seam Live In Madison – vol.1/no.1 [19990816] 관련 사이트 Seam 공식 팬사이트 http://listen.to/seam 심의 뉴스, 투어, 사진, 디스코그래피, 인터뷰와 기사, FAQ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