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ls – Daisies of the Galaxy – Universal/Dreamworks, 2000 “행복과 슬픔은 삶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슬퍼지는 것과 우울해지는(depressed) 것은 차이가 있다. 슬픔을 느끼는 것은 행복을 느끼는 것과 같으며, 그것은 삶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우울해지는 것은 당신이 슬픔을 느낄 수 없을 때 일어나는 것이다. 이 음반은 우울함을 가지지 않았다. 그것이 차이다.” 이것은 일스(Eels)의 작곡가이자, 기타, 보컬 등을 맡은, 일명 “E”(본명 Mark Everett)이 3집 [Daisies of the Galaxy]를 두고 한 말이다. 일스는 1995년 결성되어 첫 싱글 “Novocaine for the Soul”이 컬리지/얼터너티브 히트 송으로 군림하는 등, “미국 인디 록의 포스트 그런지 및 로파이 규범들을 혼합(혹은 비틀기)”한 차세대 뮤지션으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암으로 인한 어머니의 죽음과 여동생의 자살로 E는 우울하고 절망스러운 나날을 맞았고, 이 사건들의 파장은 두 번째 정규 앨범 [Electro-Shock Blues]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후 세 번째 음반은(두 번째 음반이 녹음될 때 프로듀싱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죽음과 광기가 스며나왔던 전작보다 다양한 정서를 드러낸다. E의 작곡과 노래, 프로듀스에, 그랜트 리 필립스(Grant Lee Philips)나 피터 벅(Peter Buck)의 도움은 일스의 때깔 좋은 완성을 위한 훌륭한 양념이었다. 3집의 첫 곡 “Grace Kelly Blues”의 오프닝은 뉴올리언즈의 장례식 행진곡을 차용한 장엄하고 숭고한 분위기를 통해 2집에서 보여주었던 어두운 정서를 드러낸다. 특히 관악 섹션을 통한 클래시컬하고 복고적인 느낌이 감지되는데, 이런 느낌은 북소리와 관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이 어우러지는 “Daises of the Galaxy”에서도 이어진다. 이는 훵키한 그루브의 흥겨운 비트가 섞인 곡이든, 어쿠스틱한 고요한 발라드든, 지배적인 분위기로 자리잡은 듯하다. 한편, 서정성과 흥겨움이라는 두 가지 흐름은 일스가 등장하면서부터 흔히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도식에 따르자면, 아마도 포크 혹은 발라드에 입각한 곡들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의 “It’s a Motherfucker”(가사나 곡 분위기는 상충적인 느낌)나, 몽환적인 연주곡 “Estate Sale”, 어쿠스틱 기타에 맞춰 첼로와 스틸기타의 예쁜 선율들이 어우러지는 “Wooden Nickels”일 것이다. 반면, 벨소리와 불협화음 및 지저분한 소리들이 등장하는 “Flyswatter”, 관악기와 건반 소리, 허스키한 보컬이 어우러지는 흥겨운 곡 “Tiger in My Tank”, 히든 트랙이면서 가장 먼저 싱글커트된 “Mr. E’s Beautiful Blues” 등은 재즈, 힙합, 일렉트로닉 음악 등을 묘하게 섞어놓는 경향의 곡들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일스에 대한 평가들을 두고 약간의 불만이 생긴다. 그들의 음악 저변에 벡과 R.E.M의 기법과 정서가 투영되었다는 음악 저널의 평가도 약간 호들갑은 아닐까. 일스가 (그들의 영향 유무와 무관하게) 무언가 서로 섞고 혼합하여 새로운 조합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 시대의 많은 뮤지션들의 특성이지 않을까. (물론 여기서 드는 인상은 일스의 이런 실험들이 멜로디나 리듬을 알아볼 수 없는 극도의 한계선으로 치닫거나 전위적인 시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비관적이고 암울한 정서에서 낙관적인 정서로의 이행(혹은 동행)은 일스(특히 E)의 예민하고 여린 감수성(이 또한 동세대 청년들의 몇몇 경향 중 하나일 것이다)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2집 앨범처럼 3집 앨범에서도 어둡고 우울한 가사를 담지한다. 그리고 고독과 절망의 정서는 곧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로 바뀐다. “난 생각한다. 당신이 알고있듯 난 좋아질 거라고”라는 가사가 들어있는 “E씨의 아름다운 블루스(Mr. E’s Beautiful Blues)”나, E가 한 마을에서 영화를 보고 갤럭시 극장을 나오며 데이지를 꺾었다는 이야기에 근거해 만들어졌다는 “Daises of the Galaxy”를 보면 무언가 알 수 없는 밝은 느낌이 비춰온다. 비온 뒤에 땅은 굳는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감수성은 지극히 통념적인(물론 쉽지만 아주 어려운 깨달음을 얻는)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닐까. 20000514 | 최지선 fust@nownuri.net 7/10 수록곡 1. Grace Kelly Blues 2. Packing Blankets 3. The Sound of Fear 4. I Like Birds 5. Daises of the Galaxy 6. Flyswatter 7. It’s a Motherfucker 8. Estate Sale 9. Tiger in My Tank 10. A Daisy Through Concrete 11. Jeannie’s Diary 12. Wooden Nickels 13. Something Is Sacred 14. Selective Memory 15. Mr. E’s Beautiful Blues (hidden track) 관련 글 Eels [ElectroShock Blues] 리뷰 – vol.5/no.14 [20030716] Eels [Souljacker] 리뷰 – vol.4/no.7 [20020401] Eels [Shootenanny!] 리뷰 – vol.5/no.14 [20030716] 관련 사이트 DreamWorks 레이블 공식 홈페이지: 리얼오디오로 3곡을 들을 수 있다. http://dreamworksrec.com/index.html?eels/artist/artist 소닉넷의 Eels 자료실: 뮤직비디오, 바이오그래피, 디스코그래피 등이 등록되어 있다. http://www.sonicnet.com/artists/ai_bio.jhtml?ai_id=338 Enjoy Eels: 가사, 악보, 바이오그래피 등을 볼 수 있다. http://www.rob-porter.demon.co.uk/eel.htm Mr E’s Beautiful Site: 아티클, 사진, 리뷰 등이 실려있는 홈페이지 http://www.theeels.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