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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tical Horizon – Everything You Want – RCA/BMG Music, 1999

 

 

후티 앤 더 블로우피시(Hootie & the Blowfish), 데이브 매튜스 밴드(Dave Matthews Band), 매치박스20(Matchbox20), 월플라워즈(Wallflowers), 컬렉티브 소울(Collective Soul), 라이브(Live), 베터 댄 에즈라(Better Than Ezra), R.E.M.까지 이들을 묶어낼 수 있는 장르가 있다면 그 안에 새롭게 들어갈 만한 이름이 버티칼 호라이즌(Vertical Horizon)이다. 1992년 쌈짓돈으로 제작한 첫 번째 앨범 이후 라이브 활동과 몇 장의 앨범으로 내공을 쌓으며 절치부심 중원정복의 꿈을 키우던 중, 드디어 1999년 메이저 데뷔 앨범 [Everything You Want]을 내게 된다(그래서인지 AMG에서마저 이전 앨범들의 자켓을 볼 수 없다). 그렇게 조금은 늦었지만 의외로 빨리 국내에서 올초 발매된 그들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

얼마 안 되는 우리나라의 매니아마저 라디오헤드나 벨 앤 세바스찬 같은 영국 모던쟁이들의 음악에는 너무 후한 반면 위와 같은 전형적인 미국 록에는 애써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사실 너무 풍성해 조금은 느끼하기도 한 점이나, 이면의 쓸쓸함을 전하기보다는 너무 명쾌한 그래서 매니아들의 정서를 울리지 못하는(사실, 팝에서는 미국 음악이 득세하는 현실을 보면 비단 정서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미국 록이 국내 매니아들에게 호감을 줄 요소를 갖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허나, 영국 모던 록의 영악한 절망에 지치거나 익숙한 쓸쓸함에 감동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

팝적인 코러스가 친숙한 싱글커트 곡 “We Are”로 시작한 이들의 음악은 진한 포크 록 분위기가 CCM의 냄새를 느끼게 하는 “You’re a God”, 짜임새 있는 구조로 서서히 상승감을 일으키는 타이틀곡, 마이클 런스 투 록(Michael Learns to Rock)의 록 버전 같은 “Best I Ever Had”, 전형적이지 않은 기타 리프로 시작해 시애틀 사운드로 마감하는 마지막 곡 “Shackled”까지 모든 곡들이 마치 라이브를 감안한 듯한 음악, 아니, 라이브에 어울릴 만한 음악들이다. 그만큼 넘치는 연주의 내공과 라이브로 다져진 팀웍에서 나오는 짜임새 있는 곡 구성 등 어디 흠잡을 만한 곳이 없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허나, 문제는 그래서 기억에 남지 못한다는 점이다. 마치 너무 익숙해 잊고 있던 우리 일상 같은 그런 음악들이다. 그래서 루츠(roots) 록인가?

이들의 음악을 다 듣고 나니 왠지 우리네 인생이라는 것이 살아볼 만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좀 지겹기는 하지만 ‘전원일기’를 보고 난 후의 따뜻함 같은… 아무리 그래도 패스트볼(Fastball)의 “The Way”같은 뽕(?)이 없는 한 이들의 음악이 국내에서 히트할 전망은 결코 없어 보인다. 20000508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7/10

수록곡
1. We Are
2. You’re A God
3. Everything You Want
4. Best I Ever Had (Grey Sky Morning)
5. You Say
6. Finding Me
7. Miracle
8. Send It Up
9. Give You Back
10. All Of You
11. Shack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