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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 The Story of Two Years – WEA, 2000

 

 

아주 잠시, 메탈(metal)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적이 있었다. 화제의 결혼(기억할려나? 미녀 수영선수 최윤희) 뒤 트로트 가수로 전환, 곧 잊혀진 백두산의 유현상에서, 쉴새없이 변하는 대중들의 감성을 따라 드디어 스카(ska)까지 진출한 시나위의 김종서, 한번의 이혼, 몇 번의 약물 같은 인생의 부침 속에서도 ‘이승철식 발라드’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부활의 이승철까지… 임재범을 그들 중 어느 곳에 위치시킨다고 불만을 품을 사람도 있겠지만, 그 어디쯤 임재범의 자리가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1991년 1집 [이밤이 지나면] 이후 2집 [그대는 어디에](“사랑보다 깊은 상처”로 유명한)를 내기까지 6년을 기다려야 했던 것과는 달리 2집의 예기치 못한 성공 후 1년쯤 뒤에 나온 정통 록 앨범(제목도 [Return To The Rock]이다) 후 근 2년만인 올해 2000년, 4집 [Story Of Two Years]이 나왔다. 발매기간이 짧아진 만큼 곡도 적다. 리메이크곡 2곡과 엠알(MR) 1곡을 제외하면 신곡은 7곡뿐이다.

이번 앨범은 2집이 보여주었던 예기치 못한 성공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은 바램(그것이 제작자의 바램이든, 임재범의 소망이든간에)을 보여주는 듯한 앨범이다. 좀더 말랑말랑해졌고 대중적이다. 허나, 정체와 졸속의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너를 위해”(유지태, 김하늘 주연인 영화 [동감]의 주제곡)도 “사랑보다 깊은 상처”의 성공을 이어주기엔 어딘지 모자라고, 가장 그다운 곡이라고 할 수 있는 “거인의 잠”도 “비상”이 주었던 정서적 함몰을 주지 못한다. 강수호 등의 ‘세션’은 군더더기 없이 날선 최고의 세련됨을 보여주지만 2집에서 보여주었던 김광민의 감수성 넘치는 ‘연주’에는 미치지 못한다. 단지, “You’re So Beautiful”, “Three Times A Lady” 등 2곡의 팝송 리메이크에서 보여주는 그의 발음과 곡 해석은 썩 괜찮은 팝리메이크 앨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해서 문득 반갑다.

어쨌든, TV 드라마 삽입에서 CF 배경음악까지의 예기치 못한 성공이 임재범을 변화시키지는 못한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 앨범발표 후 잠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박효신, 박완규 등 수많은 아류 보컬을 낳은 최고의 가창력이라는 평가도, 자신의 음악을 지키기 위해 대중 앞에 나서지 않은 지조(?)있는 뮤지션이라는 평가도, 적절한 신비감과 매체 활용을 통한 이미지 관리일거라는 의심도 그를 온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도 어느 순간에 유현상처럼 되지 않으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결국은 시장의 문제다. 자기 음악을 할 수 있는(정확히는 팔 수 있는) 시장이 있느냐의 문제이고 그 시장을 가능케 할 ‘팬’을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이제 더 이상 그가 잠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TV에 안나와도 좋으니, 꾸준히 자신의 음악과 교감할 수 있는 ‘팬’을 만드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나만의 것일까.

그렇게 쉽게 잊혀지기엔 임재범의 목소리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여전히 깊다. 20000530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5/10

수록곡
1. 너를 위해
2. 다시 시작해
3. 아직도 사랑할 뿐인데
4. You’re So Beautiful
5. To Me
6. 거인의 잠
7. Three Times A Lady
8. 더 늦기 전에
9. Reason’s To Me
10. 너를 위해(MR)

관련 사이트
팬이 만든 임재범 웹사이트
http://myhome.thrunet.com/∼neopron
가사와 곡 해설, 관련 기사 등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