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 – Movement In Still Life – Pioneer, 1999 (국내 발매 SM, 2000)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신동의 유쾌한 장르 실험 만약 여러분이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그저 앨범 커버가 마음에 들어 이 앨범을 집어들었다면 도대체 BT가 누구냐며 흥분할지도 모르겠다. 분명 새롭거나 혁신적인 면은 없지만 익숙한 패턴들 사이로 드러나는 비범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계적이고 단조로운 비트만 들리게 볼륨을 한껏 내린 다음 서서히 볼륨을 올려 보라. 그러면 비트들 사이에 숨어있는 음원들 하나하나가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이면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낼 것이다. 첫 곡 “Movement in Still Life”는 제목 그대로 평온한 삶 속의 활기가 느껴지는 곡이다. TB-303의 베이스라인이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불어넣고, 여기에 그랜드마스터 플래시(Grandmaster Flash)의 “Message”에서 따온 샘플을 비롯한 각종 음원들이 BT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근사하게 조합된다. 이어지는 “Ride”는 유머러스한 보코더 소리가 리드하는 다프트 펑크(Daft Punk) 식의 하우스 넘버이다. 특히 원근감을 달리하면서 변형되는 소리들은 마치 3차원 입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Madskillz-Mic Chekka”는 후치(Hutchi), 래스코(Rascoe), 플래닛 애이저(Planet Asia)가 돌아가며 쏟아내는 랩과 비트가 인상적인 곡으로 앨범을 대표하는 트랙으로 손색이 없다. 댄서블한 테크노 앨범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소울풀한 여성 보컬이 바로 그것인데, 이 앨범의 중간에 포진하고 있는 곡들에서 보컬을 만날 수 있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넘버 “Mercury and Solace”는 어떤 공간이나 관념을 환기시키는 이미지로 충만해있는 곡이다. 오케스트라 편곡이 돋보이는 “Dreaming” 역시 마찬가지로 보컬이 있지만 좀더 명확한 선율을 가지고 있어서 앨범에서 가장 ‘노래’다운 곡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전의 “Blue Skies”나 “Remember” 같은 히트곡들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감칠맛 나는 보컬이 유혹적인 “Godspeed”가 주목할 만한데, 이 곡에서 BT의 장기인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잔향 풍부한 신서사이저의 울림은 수려한 멜로디와 결합되어 놀라운 효과를 준다. 이 곡과 폴 반 다이크(Paul Van Dyk)가 참여한 이어지는 곡 “Namistai”에서는 신스 팝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런데 BT는 도대체 누구인가. BT에 대한 설명은 이 앨범의 국내 발매반이나 아래의 관련 사이트에 가면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생략하자. 미국 태생이고 본명은 브라이언 트랜소우(Brian Transeau)라는 것, 정규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있고 90년대 중반 영국 쪽에서 먼저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만 이야기하자. 이번 앨범의 그의 세 번째 앨범이란 것도. 1995년 데뷔 앨범 [IMA]로 일약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신동으로 부각된 그는 [ESCM](1997)을 통해 훨씬 다양해진 음악적 스펙트럼과 신화적이고 서사적인 컨셉으로 찬사를 받았다. 그의 세 번째 앨범 [Movement In Still Life] 역시 여러 장르를 두루 포용하는 야심은 여전하다(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 앨범에 대해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와 록의 에너지 및 연주 미학, 그리고 힙합과 뉴 스쿨 브레이크비트의 결합”이라고 했다). 현란한 솜씨로 빚어낸 훵키한 그루브와 멜로디 감각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BT는 사람을 홀리는 능력에 있어서 발군의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너무 가까이 가지는 말 것. 한편 국내 발매반을 사면 보너스 씨디(extended and un-mixed)가 한 장 더 들어있다. “Fibonacci Sequence”를 제외한다면 앞의 곡들이 새롭게 수록된 것인데, 첫 번째 씨디의 곡들이 하나의 트랙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비해 두 번째 씨디는 트랙들간의 연결도 자연스럽지 않고 음악적으로도 그다지 매력을 느낄 수 없어서 자주 손이 가지 않는다. 20000629 | 장호연 ravel52@nownuri.net 6/10 수록곡 1. Movement in Still Life 2. Ride 3. Madskillz-Mic Chekka 4. The Hip Hop Phenomenon 5. Mercury and Solace 6. Dreaming 7. Giving Up the Ghost 8. Godspeed 9. Namistai 10. Running Down the Way Up 11. Satellite 관련 사이트 BT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btmus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