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nem – The Marshall Mathers LP – Interscope, 2000 에미넘의 첫 앨범 [Slim Shady LP]가 대성공을 거둘 때까지만 해도 디트로이트 출신 백인 래퍼 에미넘의 파장은 힙합 팬에 한정된 줄 알았다. 그렇지만 두 번째 앨범이 나오자마자 첫주에 1700만장 팔리며 솔로 가수 발매 첫주 최고 기록을 세우고 나서야, 에미넘 인기의 자장은 기벽을 가진 음악 팬뿐만 아니라 흑인과 백인, 록음악 팬과 10대 팝팬에까지 이른다는 사실을 알아채다니! 과장을 좀 한다면, 서로에게 무관심한 각각의 팬이 의기투합한 건 마이클 잭슨 이후 처음이 아닐까? (참고로 에미넘 이전에는 1300만장으로서 바로 몇주 전에 브릿니 스피어스가 [Oops!… I Did It Again]으로 가지고 있었다. 솔로와 그룹을 막론하면 이번 앨범에서 에미넘이 시종일관 씹어대는 소년 그룹 엔씽크(N’Sync)의 [No Strings Attached]가 2400만장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실명을 내건 두 번째 앨범 [The Marshall Mathers LP]로(그렇다면 세 번째 앨범은 [Eminem LP]가 될 것인가?) 에미넘이 ‘팝’의 왕자로 등극했다는 사실이 힙하퍼로서 그의 정체성에는 아무런 손상을 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퍽이나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에미넘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면서도 가장 우스꽝스러운 가사를 엮어내는 재주를 가졌다. 살인, 자살, 성적 판타지가 뒤죽박죽된 백일몽의 예는 자기 엄마를 갖가지 욕으로 ‘난도질’하는 “Kill You”나 자기 아내를 도마 위에 올려 전작의 “97 Bonnie & Clyde”의 엽기를 이어가는 “Kim” 같은 곡이다. 가사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데 이 무슨 소용이냐구? 그렇지만 에미넘은 그의 사부 닥터 드레의 부족한 가사 쓰기 능력만을 메꾼 것만은 아니고, 드레 역시 예전의 드레 그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첫 싱글 곡 “The Real Slim Shady”의 뒤뚱거리는 듯한 주제 라인은 재미와 팝적 감각이 넘치며, 코맹맹이 래핑은 놀랍도록 탄력있는 라임을 보여준다(그는 모든 단어를 라임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것같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Kill You”의 그루브나 마이크로 싱코페이션을 보여주는 “Who Knew” 또한 대중적인 힙합 조류를 따라가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가상의) 팬의 질문과 답변의 형식을 빈 “Stan”은 에미넘 음악세계의 또다른 면을 보여주면서 팬층을 넓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 앨범에서 특이한 점이라면 “Marshall Mathers”나 “I’m Back”처럼 보다 자기고백적이거나 “Amityville”처럼 무겁고 쓸쓸한 느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트릭일지 모르니깐 심각할 필요는 없다. 아,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 필요없다고? 내 생각도 그렇다. 더 이상 주절거리는건 “재미있으면 되는거니깐”이라는 에미넘의 절대명제에 대한 모독일수도 있다. 아참, 그런데 에미넘은 당신이(그리고 내가) 재미있어하든 재미없어하든 그것도 상관않고 계속 시체들을 난도질하면서 낄낄댈 것 같다. 20000701 | 이정엽 evol21@weppy.com 5/10 수록곡 1. Public Service Announcement 2000 2. Kill You 3. Stan 4. Paul (Skit) 5. Who Knew 6. Steve Berman (Skit) 7. The Way I Am 8. The Real Slim Shady 9. Remember Me 10. I’m Back 11. Marshall Mathers 12. Ken Kaniff (Skit) 13. Drug Ballad 14. Amityville 15. Bitch Please II 16. Kim 17. Under The Influence 18. Criminal 관련 글 Eminem [The Slim Shady LP] 리뷰 – vol.1/no.2 [1999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