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ic Youth – NYC Ghosts & Flowers – Geffen, 2000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혁명은 스타일이 되고 스타일은 장르가 되어 또 다른 충격에 의해 전복된다는 순환구조의 설정은, 혁명의 주체가 스타일로, 다시 장르로 이동하는 동안 본연의 음악을 고수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객체에 의한 주체의 도태와 방출 위험을 안고 있으며, 그런 이유로 아티스트의 변화는 음악적 횡단이자 차선적 대안이라는 미명으로 보상받는다. 문제는 그러한 과정에 의해 장르가 천박한 유행처럼 곳곳에서 도용된다는 데 있다(지금도 우리 대중음악계는 얄팍한 상술로 테크노, 힙합 등을 얼마나 우려먹고 있는가). 그럴수록 그 기류를 거스르는 아티스트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자의적이면서 동시에 타의적인 합의에 의해 오랜 기간 동안 혁명적 스타일의 독자적인 음악을 보유한 아티스트가 얼마나 있을까. 그러나, 여기 소닉 유스(Sonic Youth)가 있다. 소닉 유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언제까지 ‘음악적 젊음’을 유지할 수 있나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우려와는 다르게 여전히 초지일관, 독자적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여전히 소닉 유스의 음악은 전복적이고 혁명적이다.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뉴욕 아방가르드 정신을 전수받고, 스테레오랩(Stereolab)과 동기애를 키우며 너바나(Nirvana)에게 에너지를 부여했다고 하지만, 소닉 유스는 어떤 범주로도 나눌 수 없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어느 누가 선뜻 그들의 음악적 모험에 동참하랴. 소닉 유스의 음악 장르는 노이즈, 포스트록, 슈게이징도 아닌 소닉 유시즘으로 명명된다. 소닉 유스의 텍스트는 오직 그들뿐이다. 그들은 매번 자신이 소유한 음악적 영토를 조금씩 확장해 간다. 언제 모든 것을 공개할지 미지수인 미묘한 이동은 그러나, 늘 새로운 효과와 반향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번에 움직인 보폭은 제법 크다. 이번 앨범에서 공개한 그들의 영토는 컨셉의 표현주의적 이미지이다. 때문에 [NYC Ghosts & Flowers]는 일관적인 원형을 지니고 있다. 이제 ‘부르는 노래’는 마감한 듯이 대부분의 곡은 읊조림과 음향효과로 점철되어, 음악과 소리는 이질적으로 분리된다. 강렬하고 집약적이지만 다소 충동적이지 않은 거리감으로 목적 없이 흐를 뿐이다. 소리 하나 음절 하나는 바짝 곤두서서 동공의 핏발을 보는 듯하다. 결국 이런 이미지는 형체 없이 떠도는 유령을 연상시키지만 (때문에 무섭고 섬뜩한데) 음악이 끝날 때 즈음이면 난데없이 꽃을 보게 된다. 하지만 변형되고 일그러진, 꽃이라 부르기엔 어색한 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새로운 객체가 다가서기에는 거북스러운 장막이 몇 겹 있다는 것이다. 극적이고 점층적인 음악이라면 “Renegade Princess”와 “StreamXsonik Subway” 정도일까. 이외에는 대중적으로 추천할 만한 곡이 거의 없다. 과거 “Sunday”나 “Kool Thing” 수준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닉 유스는 그들의 오랜 지지자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 지금까지 소닉 유스를 따라왔다면 이번 앨범에서 또다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연계적으로 결탁되어 트랙 속에 감추어진 커다란 숨은 그림 찾기에서 출발한다. 서로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이번 앨범의 두드러진 장점이다. 모두 8곡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42분의 긴 한 곡을 듣는 듯하다. 이로서 시간을 망각하며 듣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가능하면 싱글이 아닌 앨범 전체를 들어보길 바란다(너무 자주 듣지는 말 것). 구성상 누락될 곡이 하나도 없다. “Free City Rhymes”를 지나 “Lightnin'”에 도달했을 때, 외마디 비명 소리를 지르며 깨어나지만 그땐 이미 소닉 유스의 환영(幻影)이 스쳐간 다음이다. 그것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갖게 될 ‘환상체험’이다. 20000613 | 신주희 zoohere@hanmail.net 8/10 수록곡 1. Free City Rhymes 2. Renegade Princess 3. Nevermind (What Was It Anyway) 4. Small Flowers Crack Concrete 5. Side2side 6. StreamXsonik Subway 7. NYC Ghosts & Flowers 8. Lightnin’ 관련 사이트 소닉 유스 공식 홈페이지 http://www.sonicyou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