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le & Sebastian – Fold Your Hands Child, You Walk Like a Peasant – Jeepster, 2000 관습적이지만 낯선 이미지로의 여행 단색 커버로 유명한 벨 앤 세바스찬의 이번 컨셉은 흰색, 빨간색 그리고 녹색에 이어 따뜻하면서 동시에 차가운, 빛바랜 느낌의 노란색이다. 이러한 복합적 이미지는 앨범에 등장하는 소녀에게서도 느낄 수 있는데, 소녀는 동일인이지만 서로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친근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소녀를 거울 속의 또 다른 소녀는 생경하게 응시하는데,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거지?’라며 묻는 듯하다. 이는 이미 존재하는 외연과, 그러나 그 속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내연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상징하는 것이며, 익숙하지만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자신들의 음악을 표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은 외적으로 평균률적인 음색들이 전체를 지배한다. 심하게 시니컬하지도 않고(“I Fought in a War”와 “Chalet Lines”, “Family Tree” 정도 외에는…?) 맹점을 향해 돌진하지도 않으며 연결고리의 비약도 줄어들어 감정의 기복에 따라 출렁거린다. 이는 밴드의 브레인이라 할 스튜어트 머독(Stuart Murdoch) 이외에도 이소벨, 새라, 크리스, 스티비 등 여러 멤버들이 곡 만들기에 참여하여 다양한 보컬과 감성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은 공통된 관심사의 다른 표현으로 드러나는데, 유연한 리듬을 바탕으로 애상(哀想), 그리움이 두드러지게 묘사된다. 결국 원형의 반추이자 왜곡으로서 기존 객체와 새로운 객체를 함께 포용할 만한 테두리를 형성하는 데 있어 놀라운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그것은 관습적이지만 낯선 이미지의 총체를 내면으로 다양한 감성의 프리즘을 통하여 발산하기에 가능하다. 음악의 표면적 변화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오래 전부터 들어왔던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여전히 전면에 부각되지 않는 다채로운 악기들–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트럼펫, 아코디언, 피리, 플륫, 오르간 그리고 이번에는 튜불러 벨즈까지–의 사용과 가성의 혼용으로 힘없이 나직이 무심하게 중얼거리는 목소리. (“Beyond the Sunrise”에서는 ‘느끼한’ 창법도 서슴지 않는다.) 요즈음 노래들의 감정과다에 비하면 ‘싱거운’ 느낌마저 든다. 이러한 객관적인 감정은 음악에 대한 객체의 몰입을 난감하게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요소들은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변환된다. 그것은 익숙한 감성의, 그러나 좀처럼 사용하지 않던 감성의, 꺼렸던 감성의, 영악한 감성의 도발적 행위로,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던 것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마치 오래된 노래를 듣는 듯한 기분으로 역행하지 않고 두드러지지 않는, 잠시 잊었던 기억을 새로울 것 없는 감정의 발산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감정을 바탕으로 드문드문 들리는 다양한 소리는 음질을 저하시키지 않고, 건조한 창법은 ‘무조건’ 감정몰입을 강요하지 않아 상투적인 감상을 거부하고 독특한 개성을 덧칠하게 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그 새로움은 증가한다. 그러면서 의도하지 않은 것처럼, 짐짓 시치미 뚝 떼는 의뭉스러운 가사가 흘러나온다. 이번 앨범은 “The Model”과 “Waiting for the Moon to Rise”를 위시하여 두 갈래로 분류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독립된 서브장르처럼 꿈틀거리는 감정으로 살아있다. 영악하지만 기분 좋게 속아줄 만한 그런 노래들로 말이다. 20000711 | 신주희 zoohere@hanmail.net 7/10 수록곡 1. Fought in a War 2. The Model 3. Beyond the Sunrise 4. Waiting for the Moon to Rise 5. Don’t Leave the Light on Baby 6. Wrong Girl 7. Chalet Lines 8. Nice Day for a Sulk 9. Women’s Realm 10. Family Tree 11. There’s Too Much Love 관련 글 Belle & Sebastian [If You’re Feeling Sinister] 리뷰 – vol.2/no.3 [20000201] 관련 사이트 벨 앤 세바스찬 공식 홈페이지 http://www.belleandsebastian.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