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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 & 더 콰이엇(P&Q) – Supremacy – Soul Company/CJ (2006)

 

 

좋거나 혹은 시큰둥하거나

이 음반은 아마도 올 해 들어 언더그라운드 힙합 청중의 가장 큰 기대 속에서 발매된 디스크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 몇 년 간 팔로알토(Paloalto)와 더 콰이엇(The Quiett)이라는 ‘젊은 피’가 한국 힙합계의 주요 동맥에 원활히 수혈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검증된 신선함과 안전성에 대한 팬들의 지지 덕분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둘의 첫 정규앨범 [Resoundin’](2005)과 [Music](2005)이 작년 한 해 발표된 작품들 중 단연 유난히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는 데에 이견이 없는 청자라면 이 둘의 프로젝트작 [Supremacy](2006)를 반가운 마음으로 기다렸을 것이다.

본인들을 포함해 14명의 프로듀서가 제공하는 비트 위에서 팔로알토와 더 콰이엇은 엠씨(MC)로서 최고(supremacy)의 모습을 보여주려 애쓴다. 이 음반 [Supremacy]에서도 증명되듯, 팔로알토는 그만의 ‘흘러넘치는’ 플로우와 격정적인 억양 및 발음이 돋보이는 래핑으로 다시한번 여타 엠씨들과의 차별선을 긋는다. 더 콰이엇 역시 마찬가지다. 비트메이커가 아닌 라임메이커로서 들려주는 그의 입담에는, 리듬을 타이트하게 엮어가는 과정에서도 결코 허덕이지 않는 ‘여유’가 깃들어 있다.

그러나 이쯤에서 털어놓자. 결정적으로 둘의 합작품 [Supremacy]에는 ‘비트와 엠씽 간의 관계’라는 차원에서 그간 그들이 보여 온 작업물의 평균치를 깎아먹는 부분이 적잖은 비중으로 존재한다. 둘은 한 인터뷰를 통해, 어떠한 비트 위에서도 자기만의 래핑을 얹어낼 수 있다면 그 곡은 결국 자신의 노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피력한 바 있다. 물론 이 음반은 누가 뭐라 하건 팔로알토와 더 콰이엇의 작품으로 들린다. 어쨌거나 그들이 노래하니까. 하지만 모든 청자들이 두 엠씨의 아카펠라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힙합음악, 그것의 하위 장르인 랩음악에서 비트와 엠씽의 조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쉽게 말해, 이 음반은 “상자 속 젊음”의 업그레이드된 확장판이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그것의 핵심적 이유가 바로 다채로운 비트들과 피앤큐의 엠씽이 그들의 의지만큼 잘 조합되진 않는다는 것이고.

물론 사탄(SaaTan)이나 뉴올리언스(NuoliuNce)와 같이 청중에게 비교적 낯선 프로듀서들이 제공한 곡들 중 그 안에서 유난히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령 뉴올리언스가 만든 비트 위로 도끼와 이-센스(E-Sens)가 피처링한 “지켜볼게”는 앨범을 통틀어 가장 빛나는 트랙이다. 이 곡은 더 콰이엇의 또 다른 래핑색을 들려주기도 할 뿐더러, 뉴올리언스의 변박감이 스민 감각적 비트와 네 명의 엠씨가 조율해나가는 랩게임의 광경은 근래의 힙합씬에서 보기 드문 신선함을 발한다. 또한 메이저 특유의 힙합 공식에 국한될 거라 여겨졌던 타블로나 지오(프리스타일의 멤버)가 선보인 산물들도 예상 밖의 수확이다. “내일은 오니까”에서 타블로가 깔아놓은 주단을 피앤큐가 촘촘히 달려가는 모습은 충분히 조화로우며, 지오의 “Love Evolution”은 두 엠씨의 래핑이 비트에 가장 자연스럽게 들러붙는 트랙 중 하나다.

하지만 그럼에도 앨범 전반의 하향평준화를 이루는데 일조하는 것은 각기 다양한, 그렇다고 딱히 탁월하지도 않은 평범한 비트들과 피앤큐의 배합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캐릭터를 구축한 피(P)와 큐(Q)도 O-P-Q-R로 이어지는 알파벳 사이에 묻혀버리듯 제 몫을 못 다하는 순간들이 종종 보인다. 이는 가령 첫 트랙 “Supremacy”서부터 그렇다. 페니(Pen2y)가 깔아놓은 두 마디 루프는 다소 역동적인 멜로디의 신디음과 조금은 갑갑한 스네어-킥드럼 소리로 반복되는 비트를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무난함을 떨쳐버릴 피앤큐의 역할은 기대했던 만큼의 울림을 갖지는 못한다. 자신감의 성장은 느껴지지만, 둘의 전작들에서 들려준 ‘라임 맛’ 혹은 ‘씹는 맛’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 점은 다음 트랙 “수수께끼”를 비롯해 태반의 수록곡에서 포착된다.

사실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이 음반이 품고 있는 이벤트적 성격이다. 애초의 목적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것’이었다기보다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것’이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로 앞서 발표된, 같은 소울 컴퍼니(Soul Company)를 통해 선보인 이루펀트(Eluphant) 프로젝트의 작업물과 대조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다양한 비트의 불균일함 아래서 피앤큐의 엠씽이 맛있게 들러붙기 위해선 보다 점성(粘性)이 강했어야 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독창적이었던 각자의 솔로작들에 비해 내용과 형식 모두에 있어 이들의 말하기, 쓰기는 밋밋하고 건성으로 들린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집중력 있는 고민이 기존에 보여준 작업물에 비해 드물다는 점도 안타깝다.

그렇기에 [Music]의 무게감 있는 비트와 랩, [Resoundin’]의 통일성과 절도 있는 라임 물결을 [Supremacy]에서도 기대해선 곤란하다. 물론 이 음반을 두 뮤지션의 퇴보로 해석하는 것에도 어폐는 있다. 굳이 말하라면, 안정된 루트를 벗어난 답보에 가깝겠다. 그러나 혹자들은 이 음반을 두고, 그간 이들이 쌓아온 실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준 앨범이 아닌, 다이나믹 듀오의 [Double Dynamite](2005) 참여 등을 통해 쌓게 된 인맥이 두터워졌음을 더 또렷이 바라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피앤큐의 이번 작품에 대한 반응은 ‘좋거나 혹은 시큰둥하거나’ 둘 중 하나에 가까울 터, 나는 후자에 끌렸다. 20060828 | 김영진 young_gean@hotmail.com

5/10

수록곡
1. Supremacy
2. 수수께끼
3. 내일은 오니까 (composer 타블로)
4. Love Evolution
5. 웃어넘겨 (feat. IF)
6. 지켜볼게 (feat. 도끼 & E-Sens)
7. 보여줘,
8. 날으는 새처럼
9. We Are
10. Cold World (feat. 강태우 aka Soulman)
11. Life Goes On (feat. Tiger JK & T)
12. Imagine That
13. 고해 (feat. Koonta)
14. 못다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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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The Quiett 공식 사이트
http://thequiett.net
Soul Company 공식 사이트
http://soulcompany.net
개화산 공식 사이트
http://www.gaehwas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