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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리 아이드 (Starry Eyed) – Lo­―Fi Dacing Star – 핑퐁(Pingpong Sound), 2005

 

 

한국의 슈게이져들을 위한 파퓰러

스타리 아이드(Starry Eyed)는 기타를 치는 섭(Sub)과 베이시스트 김몽구, 그리고 드럼의 덕(Duck)으로 이루어진 슈게이징(shoegazing)과 포스트록(post-rock) 성향의 3인조 밴드이다. 밴드의 자체제작으로 만들어져 2005년 12월에 핑퐁레코드를 통해 발매된 EP [Lo-Fi Dacing Star] 안에는 포스트록을 즐겨듣는 국내의 인디음악 팬들에게 호평을 받을 만한 사운드가 담겨있다. 이는 스타리 아이드가 영향을 받은 과거 슈게이징 밴드들이나 2000년대의 포스트록 밴드들의 음악을 충분히 소화한 후 이들 나름의 사운드로 자연스럽게 표출하였기 때문이다.

첫 곡인 “느린 소년의 유영”은 곡이 시작하자마자 스타리 아이드가 음악적으로 어떤 색깔과 정서를 가지고 있는지 들려주고 있다. 이들의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작은 공연장 안을 구석구석 채웠던 노이즈 사운드를 떠올리며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공간감으로 가득 찬 이들의 노이즈 사운드는 “Today And Not The End”에서도 여성 코러스와 어울려 아스라하게 캐치한 감흥을 선사한다. 스워브드라이버(Swervedriver) 같은 동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두 번째 곡 “Velvet Eyes”는 이 왕십리의 슈게이징 밴드가 꿈꾸는 것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고 EP 안에 보다 다양한 사운드를 넣으려 했다는 반증 같은 곡이며, 앨범 내에서 가장 개성적인 곡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곡과 더불어 “Lo-Fi Dancing Star”에서 들을 수 있는 속삭이는 보컬의 음색은 듣는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다.

이어지는 “꿈꾸는 왕십리”는 비밀스러운 감성을 담고 있는 포스트록 성향의 공간감이 느껴지는 곡인데, 이 곡 만이 아니라 앨범 전체에 이러한 공간감이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것은 홈 레코딩으로 소박하게 만들어진 이 앨범이, 스타리 아이드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자체제작 앨범이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을 충분히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러한 장점들 덕분에 들려줄 것을 다 들려준 후에도 시간이 꽤 남는, 슬로코어(slow core)성향의 “Hug Me”와 “당신을 위한 파퓰러” 같은 평범한 팝 트랙들도 앨범 안에서 호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고 있다.

[Lo-Fi Dancing Star]에서 느껴지는 특징은 이들이 한쪽으로는 90년대 슈게이징의 질감과 정서, 다른 한쪽으로는 포스트 록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취할 것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느린 소년의 유영”과 “꿈꾸는 왕십리”가 각각의 경향을 대표하고 있지만 서로의 간극이 멀지않다는 사실에서 그 실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슈게이징과 포스트록이라는 두 가지 스타일을 홍대의 인디 밴드들이 어떤 식으로 동시에 소화해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이들의 사운드가 만들어 내는 정서는 영미의 그것보다는 여성적(슈게이징)이거나 공격적(포스트록)이지 않으나, 더욱 반항적이고 사춘기적인 감흥을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슈게이징 밴드보다 더 기타노이즈에 집착하고 있고 구체적인 심상을 그려낸다.

홍대 노이즈밴드들이 가진 이러한 정서는 서로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을 감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으로 대표되는 슈게이징과 모과이(Mogwai)를 필두로 한 포스트록이라는, 영미 권에서 어느 정도 다른 시간대에 주목받았던 두 스타일이 국내에서는 1990년대 끄트머리에 거의 동시에 소개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비슷한 성향의 밴드끼리 같은 바닥에서 유영하고 있는 점을 연관 지어 해석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점들은 앞으로 좀 더 두고 봐야 분명해질 부분들이다. 어찌되었건 이러한 요소들이 홍대의 슈게이징 밴드들에 의해 국내 청자들이 즐기기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스타리 아이드의 베이시스트인 김몽구는 몽구스(Mongoose)에서의 결과물 이외에 이 앨범으로 자신이 홍대 인디씬에서 주목을 받을 만한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인식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는 그 자신의 재능뿐 만 아니라 주변에 그와 같은 많은 뮤지션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20060316 | 프시초 enola0000@naver.com

7/10

수록곡
1. 느린 소년의 유영
2. Velvet Eyes
3. Today and Not the End
4. 꿈꾸는 왕십리
5. Lo-Fi Dancing Star
6. Hug Me
7. Under the Moonlight
8. 당신을 위한 파퓰러

관련 사이트
스타리 아이드 공식 사이트
http://starry-eyed.w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