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Pornographers – Twin Cinema – Matador, 2005 파편적인, 그리고 편파적인 이처럼 앙증맞게 북적거리는 편곡 감각과 트렌드를 내세우는 밴드가 해가 갈수록 더욱 멋진 멜로디와 리듬을 들고 나와 연주하는 모습은 꽤나 반갑다. 뉴욕 안티포크 무브먼트(anti-fork movement)의 신세대 주자 더 몰디 피치스(The Moldy Peaches)가 2002년에 요란한 부틀렉 앨범을 발매했을 때, 그리고 호주 그룹 아키텍처 인 헬싱키(Architecture in Helsinki)가 올해 초 한층 상큼해진 두 번째 앨범을 내놓았을 때 가졌던 감흥들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이 자리에서 얘기할 더 뉴 포르노그래퍼스(The New Pornographers)는 저 밴드들에 비해 북미권의 인디록 계보에 접근해있는 팀이지만, 사운드의 재기발랄함은 결코 저들에 뒤지지 않는다. 1990년대 캐나다의 부자 동네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단 두 장의 앨범을 통해 60년대 소프트팝을 새롭게 재해석, 소위 ‘명랑팝’의 진가를 들려준 바 있는 밴드 줌파노(Zumpano)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 칼 뉴먼(Carl Newman)은 이 새로운 프로젝트성 밴드를 결성한지 5년 후에야 7명의 라인업으로 첫 앨범을 세상에 선보인다. 그게 2000년, 인디 밴드라면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인 마타도어(Matador)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Mass Romantic]의 출현이었던 것이다. 당시 줌파노의 칼 뉴먼과 더불어 멜랑콜리한 인디록 밴드 디스트로이어(Destroyer)의 댄 비자(Dan Bejar)가 머리를 맞대어 세상에 내놓은 그 앨범에서의 ‘파편적’ 성향의 곡들은 실로 나름의 화제작이었다. 어떤 평론가는 ’21세기 아방가르드 팝’이라는 용어로까지 그들을 조명하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인정받는 여성 보컬리스트로 활동 중인 또 한 명의 재주꾼 니코 케이즈(Neko Case)와 밴드의 리더 뉴먼의 조화로운 합창이 유독 돋보이는 소포모어 앨범 [Electric Version](2003) 역시 무난한 성공을 이루었다. 그 후 그들은 각자의 솔로 활동을 더 꾸준히 병행했지만, 2005년 올 해 그들의 세 번째 앨범 [Twin Cinema]는 세간의 주목과 약간의 우려 속에 발매되었고 본토에서의 반응은 다행스럽게도 이전 앨범들 못지않게 호의적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에서 그들은 전작들에서 꾸준히 보여 온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더욱 증폭시키면서도 확고한 멜로디라인의 성격을 굳게 다지고 있다. 오버드라이브 걸린 두 겹의 기타 리프 위로 적당히 힘 있는 뉴먼의 목소리가 신명나게 말달리는 첫 곡 “Twin Cinema”는 처음 듣는 순간부터 매혹적인 대기를 조성한다. 청자의 엉덩이를 들썩이기 위해 기타는 익살맞고 보컬은 거침이 없다. 타이틀곡 “Use It” 역시 그에 못지않은 댄스넘버다. 복고적인 록큰롤풍의 기타와 드럼 연주는 니코와 뉴먼의 반듯한(?) 하모니와 함께 이들 밴드에 보다 강렬한 캐릭터를 불어넣는다. 또 다른 송라이터 댄 비자가 작곡한 “Jackie, Dressed in Cobras”도 뚜렷한 개성이 넘쳐흐른다. 멀쩡하게 시작되는가 싶던 노래가 약간의 변주를 가한 첫 소절을 지나면서부터는 보다 변칙적인 드러밍과 곡조를 발산해나간다. 물론 따라 흥얼거리기엔 어렵지 않을 정도로. 사정이 이러니 이들의 극도로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노랫말 따위에도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다. 어느 악기 파트 하나 지나치게 돌출되는 지점을 찾기 힘든 이들의 ‘수평적 사운드’는, 그 안에 포진된 재치 있는 멜로디 조각들의 흡입력을 앞세워 듣는 이를 즐겁게 교란시킨다. 물론 비교적 평범한 비트와 코드 진행을 들려주는 “Sing Me Spanish Techno”나 어쿠스틱 기타의 차분한 스트로크로 시작하는 “Streets of Fire”처럼 상당히 무난한 팝으로 다가오는 곡들도 없진 않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트랙들은 이 포르노 사진사들의 특이하고도 특정한 프레임 속에서 창조, 재창조되고 있다. 예컨대 탁월한 점층적 구조를 가진 4번 트랙 “The Bleeding Heart Show”를 반복재생으로 듣고 있노라면, 그들다운 스냅사진만의 전형적인 레이아웃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싶다가도 문득 그 범벅스러운 스타일의 사운드 덕분에 다시 흐려지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되뇐다. 그래, 이토록 편파적인 음악에는 우리도 똑같이 편파적인 청취를, 편파적으로 마음껏 즐겨주기를… 20051211 | 김영진 young_gean@hotmail.com 8/10 수록곡 1. Twin Cinema 2. The Bones of an Idol 3. Use It 4. The Bleeding Heart Show 5. Jackie, Dressed in Cobras 6. The Jessica Numbers 7. These Are the Fables 8. Sing Me Spanish Techno 9. Falling Through Your Clothes 10. Broken Breads 11. Three or Four 12. Star Bodies 13. Streets of Fire 14. Stacked Crooked 관련 사이트 The New Pornographers 공식 사이트 http://www.thenewpornographers.com The New Pornographers 비공식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newpornographers Matador Records의 The New Pornographers 페이지 http://www.matadorrecords.com/the_new_pornograp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