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빅 포니, 가인, we hate jh, 참깨와 솜사탕의 새 앨범에 관한 코멘트다. | [weiv] 빅 포니 | Bobby | 2014.02.04 최민우: 엘리엇 스미스를 연상시키는 ‘fragile’하고 아스라한 포크송 모음집. 어떤 면으로 봐도 ‘한국 음악’처럼 들리지는 않지만 그런 것과 관계없이 달콤하고 낭만적인 선율과 까슬한 로파이 무드가 인상적이며 추운 겨울밤에도 잘 어울린다. 동시에 발매한 인디 일렉트로닉 음반 [Long Live The Lie]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Bobby] 쪽을 추천하고 싶다. 7/10 최성욱: 흠 잡을 곳 없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포크 앨범. 기타 사운드가 주조를 이루지만, 기타와 목소리의 여백을 감싸는 세심한 음향 효과들이 음악의 완성도를 높인다. 도드라져 보이지는 않지만 곡의 분위기에 따라서 조금씩 톤을 달리하는 기타 연주도 매력적이다. 다만 이 음반을 해외 앨범으로 분류했을 때 얼마나 변별력을 가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7/10 가인 | Truth or Dare | 에이팝엔터테인먼트, 2014.02.06 블럭: 김이나, 이민수 콤비는 선공개되었던 “Fxxk U”와 “진실 혹은 대담”을 통해 가인에게 좀 더 강도 높은 색채의 옷을 줬다. 컨셉의 소화라든지 원하는 방향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싶다. 이효리, 박진영, 하임(haihm)이 참여한 나머지 트랙들도 완성도 자체는 준수하다. 여전히 섹슈얼한 컨셉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번 앨범은 가인이 앞으로 어느 수위까지 갈지가 궁금해진다. 다만 “진실 혹은 대담”에서 베이스와 퍼커션의 비슷한 패턴과 사용은 로빈 시크의 “Blurred Lines”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효리의 트랙 역시 레퍼런스의 뚜렷함, 벌써부터 자기복제의 불안함을 선보인다. 컨셉 역시 은근함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7/10 최민우: 타이틀 “진실 혹은 대담”은 “Blurred Lines”와 “피어나”를 반죽한 다음 마돈나로 간을 한 음악 같다. 세련되게 제작되었지만 기시감을 뛰어넘는 ‘촉’이 잡히지는 않아서인지 ‘기성품’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Fxxk You” 역시 비슷하고, 실은 음반 전체가 그렇다. 간단히 말해 이 음반(과 관련 이미지와 영상)이 제공하는 자극은 발매 전에 속삭이던 것보다는 안전하고 ‘교훈적’으로 보인다. 그게 문제라는 얘기는 아니다. 대개는 그러니까. 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딱히 신선하지도,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5/10 미묘: 이민수 작곡가의 프로덕션은 늘 조금만 더 과감하게 밀어붙였으면 하는 애매함이 있고, 그것이 매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하필이면 이런 식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를테면 “Fxxk U”는 젊은 여자 가수가 욕설을 내뱉을 수 있는 풍토에 대한 음악 마니아들의 환상을 위무하지만, 정작 한국인에게 훨씬 강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x까”는 이미 수없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애매한 자극 속에서 정작 성관계에 관한 강한 메시지는 오히려 희석돼버리고, 인상적인 후렴을 뒷받침하는 아기자기한 멜로디와 편곡마저 묻히는 감이 있다. 음반의 전반부가 너무 과감하다고 생각한 탓일까, 중반부는 유려하지만 또한 평이하다. 마지막 곡인 “폭로” 정도의 센세이셔널함만이라도 유지되었다면 어땠을까. 지지할 것이냐를 묻는다면 지지할 순 있겠지만, 가인의 음반이라면 조금 더 기대했다고 하는 것이 솔직할 것이다. 6/10 위 헤이트 제이에이치 | officially, we hate jh | GMC 레코즈, 2014.01.28 한명륜: 무리하게 높이지 않은 볼륨이 좋다. 그 속에서 미드레인지가 끈적하게 살아 있는 보컬(박주현)이 도전적이다. 도입부터 툭툭 내뱉는 듯한 “피로”는 들을수록 저음부의 디테일이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20”은 박주현 솔로 포맷으로 활동한 [Demotivated] EP 수록 버전과 함께 들어보면, 리듬 파트의 음색을 활용하는 데 있어 흥미로운 차이를 보인다. 발전이라기보다는 넓은 스펙트럼 중 한 영역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8/10 김영진: “이모(Emo) 리바이벌의 한국 상륙”이라 하기에는 멜로디가 다소 풋풋하고 성글게도 들리지만, 전반적인 지향이나 태도의 명확함은 충분히 전해진다. 직선적인 연주와 보컬, 그리고 격랑의 정서를 담은 노랫말은 시큰한 청춘의 감성을 풍기고, 또랑또랑하고 묵묵한 기타 리프에서는 오히려 2000년대 전후 ‘모던록’의 향취도 느껴진다.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트랙이자 천학주의 믹싱 작업이 빛을 발하는 듯한 “20”은, 밴드가 자신의 방향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곳을 향해 한 발짝 더 내디뎠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곡으로 손색없어 보인다. 6/10 참깨와 솜사탕 | 마음거리 | 파스텔뮤직, 2014.02.05 한명륜: “어쩌면”의 우쿨렐레, “잊어야 한다는 게”의 기타 스트로크 등 이 팀은 팝의 모든 평범함을 재료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아이디어의 부족보단 고수하고자 하는 방향인 듯하다. 연주와 편곡의 결도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 안에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음악이 무리 없고 편안하게 공간을 채운다. 다만 ‘좋은 BGM’에 머무른다는 느낌은 피할 수 없다. 7/10 최성욱: “장난감” 등 대부분의 곡에서는 예의 아기자기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남녀 보컬의 조화가 돋보인다. 그러나 “잊어야 한다는 게”, “Fool Boy”에서는 비장미 넘치는 브릿팝 사운드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로킹(rocking)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말랑말랑한 사운드와 비장미 넘치는 사운드 간의 비율을 관찰하면 이 밴드의 지향점이 보이는 듯하다. 만듦새가 매끈하여 어떤 톤의 음악이든 일정 수준의 퀄리티를 보장하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비슷한 음악가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