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 오브 더 디스코 – 탱탱볼 (온스테이지 ver.) | 탱탱볼 (2014)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이하 술탄)가 멤버를 재편한 뒤 지난해 발표한 정규앨범 [The Golden Age](2013)는, 음악에 대한 태도부터 음향 하나하나까지 무척이나 달라진 모습으로 진화한 듯한 음반이었다. 훵크록(funk-rock) 스타일의 타이틀곡 “캐러밴”과 “의심스러워”뿐 아니라 “압둘라의 여인”이나 “버터플라이”처럼 대놓고 소울/알앤비 밴드 사운드를 시도하면서도 말쑥한 편곡에 달콤한 가락을 버무려낸 곡들의 완성도는, 개인적으로 이 앨범을 ‘2013년의 독보적인 수확’이었다고 말해도 입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술탄이 2014년 들어 처음 발표한 싱글 “탱탱볼”은 이 밴드에 대한 항변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곡은 밴드의 대표곡 “의심스러워”와 유사한 구성을 가진 훵크 넘버다. 다소 분절적인 시퀀스들이 위트 섞인 음향 요소들을 건널목 삼아 부드럽게 건너가며 치닫고, 방방 뛰며, 흐느적거린다(곡의 이러한 형태는 특유의 안무를 짜는 데 있어 더 유리한 면도 있어 보인다). 더해서 언급할 만한 건, 이들의 콘셉트와 퍼포먼스가 밴드의 진지하고도 치밀하게 계산된 사운드와 자연스럽게 융합한다는 점이다. 장난처럼 보이는 밴드의 몇몇 외형을 ‘개드립’이라 부르든 ‘B급 정체성’이라 부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들이 스리슬쩍 흘리는 농이나 우스개들은 그보다 더 지속적이고 공적인 영역에서의 음악과 만나 서로를 보완하기 때문이다(더 이상 술탄의 음악과 콘셉트를 서로 떼어놓고 바라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1집 수록곡들과 마찬가지로 “탱탱볼”은 곡을 쓰고 노래하는 압둘라 나잠을 비롯해 오마르 홍(기타), 카림 사르르(베이스), 간지하드(드럼)가 자신의 포지션을 충실히 수행하는 듯 들리고, 효과음이나 키보드(오르간)도 소모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댄스와 랩, 백킹 보컬을 맡고 있는 J.J 핫산의 역할은, 술탄 오브 더 디스코를 술탄 오브 더 ‘디스코’로 만드는 핵심으로 보인다(디스코의 정수는 ‘춤’이고, 춤이 없는 술탄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리하여 가요와 팝, 인디에 걸친 밴드의 지향과 토양을 반영하면서도 새롭고 진지한 블랙 밴드뮤직을 또 한 번 구현해낸 결과물인 “탱탱볼”은, 앞으로도 이 팀이 [The Golden Age]와 같은 수작을 발표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어스 윈드 앤 파이어나 쿨 앤 더 갱과 같은 전설적인 밴드들이 보여주지 못한 음악과 퍼포먼스를, 지금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라는 팀이 하고 있다. | 김영진 younggea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