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카 – You Don’t Love Me | You Don`t Love Me (2014)

 

많은 이들이 K-Pop의 승리를 언급할 때 주로 아이돌만 거론하는데, 사실 K-Pop의 승리는 프로듀싱의 승리다. 2세대 아이돌에 이르러, K-Pop은 바야흐로 세계음악시장을 휩쓸고 있다. 그렇다면 1세대 아이돌과 2세대 아이돌의 진정한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저 그 수가 더 많아지고, 세계음악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뿐일까? 그렇다면 그렇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프로듀싱의 발전과 더 많은 프로듀서의 등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른바 3대 기획사로 불리는 SMㆍYGㆍJYP는 모두 특정인의 이름(혹은 별칭)을 딴 데에서 알 수 있듯이 특정한 색깔이 뚜렷하며, 자체적인 프로듀서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지금,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중의 기억 속에 각인될 만큼 뚜렷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이른바 3대 기획사의 성공은 물론 자본의 성공이기도 하겠으나, 자체 보유하고 있는 프로듀서들이 자신들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세대 아이돌 가운데 특기할 만한 점은, 바로 1세대 아이돌의 명가 DSP에서 배출한 카라의 성공이다. 카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저 오랜 무명생활을 거쳐 마침내 성공을 거두었다거나, 일본음악시장을 제패했다거나 하는 이유들 때문만은 아니다. 카라에 주목해야 하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는 바로 스윗튠에 있다. DSP는 이른바 3대 기획사와는 달리 자신들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자체적인 프로듀서를 보유하지 못했다. 대신 스윗튠에게 작업을 맡겨 왔는데, 스윗튠은 카라와 동반성장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윗튠은 특정 기획사에 소속된 프로듀서들이 아니지만, 카라는 물론 작업을 맡는 아이돌마다 대중의 이목을 끌게 만들었다. 이러한 스윗튠의 공(功)은 이른바 3대 기획사 소속이 아니라고 하더라도(자본의 막강한 지원이 덜하다고 하더라도), 프로듀서와의 화학작용만으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데 있다.

스윗튠 이외에도 용감한 형제ㆍ신사동호랭이ㆍ이단옆차기 등 성공적인 입지를 구축한 프로듀서들이 자기 색깔을 내면서, K-Pop은 더욱 풍성해졌다. 2세대 아이돌이 세계음악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데에는, 프로듀서의 다양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다시 말하지만, K-Pop의 승리는 프로듀싱의 승리다.

그러나 ‘믿고 듣는’ 프로듀서들이라 하더라도, 작업을 맡는 아이돌마다 인상적인 화학작용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스윗튠과 작업하는 모든 아이돌이 카라와 작업할 때만큼 화학작용을 만들어내거나, 용감한 형제와 작업하는 모든 아이돌이 씨스타와 작업할 때만큼 화학작용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아이돌의 성공은 프로듀서와 얼마나 인상적인 ‘케미’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스피카의 새 싱글 “You Don’t Love Me”가 주목받는 이유는, 누구나 인정하듯이 프로듀서에 있다. 이효리는 자신의 흥미로운 복귀작 “미스코리아”를 작곡하면서 프로듀서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였다. 이어서 “You Don’t Love Me”를 통하여 프로듀서로서의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그래서인지 “You Don’t Love Me”는 “미스코리아”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다. 레트로와 감각적인 프레이즈의 반복이 ‘이효리 스타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곡이 조금 단조롭다는 것은 ‘프로듀서 이효리’가 극복해 나아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이효리는 프로듀서로서 비교적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딛었다.

실력만으로는 어느 아이돌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 왔던 스피카는 아직까지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될 ‘한 방’이 없었다. “러시안룰렛”과 “Lonely” 등의 전작에서 스윗튠과 인상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바 있지만, 대중을 사로잡을 만큼의 화학작용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였다. 바로 전작인 “Tonight”은 어느 정도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스피카만의 색깔이 무엇인지 뚜렷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부족했다. 그런 점에서 “You Don’t Love Me”는 스피카가 이제껏 발표한 곡들 가운데, 다른 아이돌들과 구분되는 스피카만의 색깔이 무엇인지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다. 프로듀서 이효리와 스피카의 화학작용은 기대 이상인 셈이다. 스피카의 리드미컬한 보컬은 경쾌한 브라스 연주와 어우러져 모처럼 빛을 발한다. 그동안 스피카는 음악적으로 다양한 옷을 입어 왔는데, 늘 괜찮기는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딱 스피카에게 맞는 옷이라는 느낌이 든 적은 없었다. “You Don’t Love Me”를 통하여 스피카는 드디어 자신들을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 옷을 입었다. 카라와 스윗튠이 동반성장한 것처럼, 스피카와 이효리도 동반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K-Pop을 더욱 다채롭게 할 가수와 프로듀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 주민혁 idolcrit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