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해오, 방탄소년단, 브라운 아이드 소울, B.A.P의 새 앨범에 관한 코멘트다. | [weiv]
 

 

 

해오 | Structure | 2014.02.06
해오

최성욱: “드림팝과 포스트락의 느낌이 진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라는 소개글이 이 앨범의 느낌을 가장 명료하게 정리하고 있다. 곡에 따라서 비장미 넘치는 기타 사운드와 드라마틱한 전개가 돋보이는 포스트록의 구성에 글리치 사운드가 첨가되기도 하고, 반대로 일렉트로닉 비트를 뼈대로 보컬과 간결한 기타 리프를 첨가하면서 몽롱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곡의 구성이 복잡하지만 전체적으로 멜로딕하게 다가오는 것도 앨범의 장점이다. 8/10
한명륜: 1집 [Lightgoldenrodyellow](2009)의 ‘싱얼롱’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작품. 하지만 악상들을 살려가는 방법들이 다양한 매력을 보인다. “All The Things Are Passing By”는 노트의 수를 줄이고 울림을 최대한 활용하는가 하면, “In Sight of Light”, “Good Day” 같은 트랙에서는 어쿠스틱 악기 소스를 살짝 뒤트는 센스도 선보인다. 다만 이럴 거면 좀 더 과감한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7/10
하박국: 지글지글한 기타 사운드, 디스코 신스, 음역의 차이가 크지 않은 멜로디 그리고 이를 통해 발현되는 나른한 서정. 해오의 두 번째 음반 [Structure]는 우리가 익히 영미권에서 들어온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소리를 들려준다. 오리지널리티나 지역성을 가치로 두는 이에게 이는 약점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앨범이 돋보이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톤을 잃지 않으며 그 안에서 끝까지 밀어붙이는 치밀한 구성 때문이다. 드림팝의 전형에 충실한 “Luna”나 “Word of Silence”부터 IDM에서 비트를 가져온 “Good Day”, 90년대에서 빌려온 헤비한 기타 사운드를 들려주는 “Ride The Wave” 그리고 음반 안의 작은 소우주 “Hard to Keep” Part 1/2/3까지. 결국 [Structure]는 클라우드에서 가져온 음악을 스크린 터치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처음부터 끝까지 음반을 듣는 즐거움은 이런 것이라 얘기하는 듯하다. 마지막 곡은 재즈 베이시스트 김성배의 곡을 샘플링해 IDM으로 재해석한 “In Sight of Light(Instrumental)”이다. 이 곡을 들으며 1집과의 단절을 통해 흥미로운 경력을 만든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본다. 8/10

 

 

방탄소년단 | Skool Luv Affair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2014.02.12
방탄소년단

미묘: 다소 보수적인 시각일 순 있으나, 전작에서는 스킷이 캐릭터를 조성하면서도 음악에 몰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그런 떠들썩하고 산만한 캐릭터를 음악 내에서 소화하고 있어, 그간의 성장을 느끼게 한다. 여러 명의 멤버들이 번갈아가며 앞뒤로 튀어나오는 형식 자체는 드물지 않으나,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강렬한 기세를 통해 산만한 에너지의 맛을 살려내고 있다. 그것이 어느 정도의 음악적 기복과 아이돌적인 기운마저 챙겨주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8/10
블럭: 멤버들의 기량이나 완성도, 질적인 측면에서의 성장은 환영이다. 어색하거나 민망한 흔적도 많이 줄었고, 억지스러운 사회 비판도 없어서 좋다. 특히 랩을 하는 멤버들의 표현력이 늘었는데, 성장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걸 좀 더 보여준 느낌이다. 하지만 “JUMP”에서는 여전히 프로듀싱 측면에서의 안일함을 드러내고 있으며, 장르 고유의 매력을 몇 곡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아쉽다. 무엇보다 방탄소년단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7/10

 

 

브라운 아이드 소울 | Thank Your Soul: SIDE A | 산타뮤직, 2014.02.14
브라운 아이드 소울

최성욱: 여러 해 동안 손발을 맞춘 그룹답게 보컬의 하모니가 매끄럽다. 그러나 개개인의 음색이 도드라지면서 시너지를 일으키기보다는 합의점을 찾기 위해 각자 조금씩 양보하며 절충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운드도 마찬가지다. 브라스 섹션에 힘을 준 업템포의 곡에서조차 그루브한 느낌 없이 전형적으로 흐른다. 6/10

 

 

B.A.P | First Sensibility | TS엔터테인먼트, 2014.02.03
B.A.P

블럭: ‘힙합’, ‘전사’라는 단어를 애써 붙이지 않아도 될 만큼 다른 보이그룹들의 앨범과 그 결을 비슷하게 하고 있다. 보이는 부분에서도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비장함이나 ‘20세기 아이돌스러움’이 많이 줄었다. 전작들에 비해 많이 세련되어진 면도 있지만, 아직은 시장의 트렌드보다 약간 뒤에 있다. 다소 평이한 팝 앨범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이는 그만큼 이 그룹이 소화할 수 있는 폭이나 여유가 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6/10
미묘: 각 곡의 완성도가 평균 이하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타이틀인 “1004”도 다소 낯 뜨거운 순간들은 있으나 구석구석 공들인 티가 나고, 몇몇 곡에서 장르 음악과 아이돌 성향을 배합하려는 시도들 또한 적지 않은 성과를 보인다. 그러나 정규 앨범이 백화점을 구성하기 위한 존재만은 아니라고 할 때, ‘B.A.P가 부른다’는 점 외의 특정한 맥락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채로 앨범의 중후반부로 들어서면, 초반의 장르 음악 인용과 보도자료의 다양한 용어들이 ‘달달한 아이돌팝’을 위한 면죄부로서 사용되고 있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팬들은 만족할지 모르겠으나 그 이상의 음악적 설득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팬만을 위한 음반을 내는 것은 아이돌로서 현명한 전략일 순 있어도, 우아한 행동일지는 의문이다.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