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from 시스타) x 정기고 – 썸 (feat. 릴보이 from 긱스) | 썸 (2014)

 

“썸”은 ‘썸남썸녀’가 ‘썸 타는’ 노래이다. 사랑도 생물이어서, 처음에는 금방 움튼 새싹이 흙을 밀어내듯 힘껏, 그러나 조심스레 약동한다. 그 후로 오랫동안 세월의 풍상을 견뎌내며 깊이를 더해 가고, 성숙해 간다. 사랑이야 당연히 설렘의 과정이지만, 막 사랑이 시작되려는 찰나야말로 가장 두근거리는 순간이다(〈개그 콘서트〉의 ‘두근두근’을 떠올려 보라).

소유와 정기고는 그 두근대는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소유는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자신이 ‘효린보다 못한 보컬’이 아니라 ‘효린과는 다른 보컬’임을 여실히 증명해 보인다. 기실 씨스타에 소유가 없었다면, 그 숱한 히트곡들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소유의 고혹적인 보컬과 어우러지는 정기고의 감미로운 보컬은 ‘역시 정기고!’라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소몰이꾼들이 R&B 보컬을 가장하는 현실에서, 그의 존재는 더욱 소중하다.

특기할 만한 것은 스타쉽의 기획력이다. 산하에 스타쉽엑스를 설립한 후 인디 씬에서 매드클라운ㆍ정기고 등의 재능 있는 뮤지션들을 영입했으며, 모두 소유와의 협업을 통해 매우 성공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로써 소유가 솔로 가수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한 셈이니, 일석이조의 실험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인디 씬은 K-Pop의 미래를 위한 활로로 부상하고 있다. SM이 지분을 투자해 발전소를 론칭하기로 한 것도 느닷없는 일은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주류 기획사들이 인디 씬까지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소유와 정기고의 “썸”은 아이돌 팝과 인디 감수성의 상생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아무튼 “썸”은 작사가ㆍ작곡가ㆍ가수들ㆍ기획사의 눈부신 호흡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비록 가사에 ‘봄’은 나오지 않지만, 조금 더 늦게 발표되었더라면 ‘봄 캐롤’ 등극까지도 노려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귓가를 기분 좋게 간질이고, 가슴을 콩닥콩닥 두근두근하게 하는 유려한 팝이다. | 주민혁 idolcrit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