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스윙스, 마그나폴, 김창기, 준오(Juuno)의 새 앨범에 관한 코멘트다. | [weiv]
 

 

 

스윙스 | 감정기복 II Part.1: 주요 우울증 | 저스트뮤직, 2014.02.26
스윙스

블럭: ‘감정기복’이라는 기존의 이름을 다시 꺼내왔지만 전보다 훨씬 세련되고 정돈된 방식으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한다. 어쿠스틱한 악기들이 중심으로 구성된 트랙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역시 앨범의 컨셉이나 의도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기존에도 선보인 적이 있지만, 보컬이라는 방식을 차용하면서 래퍼로서 가지고 있는 리듬감이나 가사적인 측면 모두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듣는 이에게 새로운 감상의 지점을 보여준다. 스윙스에 대한 호불호는 음악 자체보다는 가사가 지닌 정서에 따라 갈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번 앨범도 그렇겠지만, 지난 작품들보다는 훨씬 덜 불편하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8/10
임승균: 래퍼로서 스윙스는 자신의 감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부류에 속한 듯 보인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마냥 돋기만 할 수도 있겠지만, 초기부터 유지해온 (이를테면) ‘상처받은 강자’로서의 시점에서 종종 마초적 스왝을 묘한 인정욕구로 이어가는 부분도 그렇다. 그럼에도 [감정기복](2008)의 시퀄을 위해 보컬의 비중이 큰 트랙들을 선곡한 것은 일종의 도박이 아닐까 싶지만, 다행히 보컬은 그때보다도 완숙해진 랩과 나쁘지 않은 조화를 이룬다. 다만 외부적으로는 자신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 작년의 컨트롤 건(특히 “황정민”)과 “Bulldozer” 싱글의 강렬함을 뒤따르는 앨범으로서, 내부적으로는 “돌아가자”, “이겨낼거야 2″와 그 이후의 어쿠스틱이 이끄는 트랙들 사이의 구성 면에서 조금 어색해 보이기도. 7/10

 

 

마그나폴 | SpaceKitchen | 칠리뮤직코리아, 2014.03.06
마그나폴

한명륜: 이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무거워졌다. 그러면서도 그 변화를 만든 고민이 단순하지 않음을 어필하는 결과물이랄까. 코러스부의 댄서블한 업비트를 전후 묵직한 변박으로 묶어두는 “Muskapple”, “The Battle of Beneventum”의 덜컥거리는 브레이크가 주는 긴장감은 흥미롭다. 그러다 트랙이 70년대 후반 80년대 초 영국 하드록/메탈의 진행과 음색을 닮은 “Lick the Blood (Offa Yer Boots)”에 이르면 ‘결국 이걸 하고 싶어서였나’라는 인상을 받는다. 오마주를 보이려던 바가 짐작되기도 하지만 낡음에 머무르지 않는다. 8/10
최성욱: 70년대 하드록 사운드의 전형과 닮아 있다. 묵직하면서도 사나운 기타 소리와 박진감 넘치는 드럼, 넘실대는 베이스음이 무리 없이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하드록 사운드 특유의 질주하듯 내달리는 사운드를 구현하지 못하고 중간중간 머뭇거리는 느낌이다. 전형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멜로디의 흐름에 다양한 변화감을 주려는 의도인 듯하나 성공적으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6/10

 

 

김창기 | 평범한 남자의 유치한 노래 | 2014.02.27
김창기

최성욱: 미안하게도, 김창기는 결핍의 정서를 표현한 노래에서 빛을 발한다. 단아한 멜로디를 바탕으로 불안한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한 노래에서 더 큰 울림을 자아낸다. 그런 면에서 이번 앨범은 너무나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무난한 풍경은 그 잔향이 크지 않은 법이다. 역설적으로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곡인 “Little Words”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7/10
한명륜: 원래 (비범한) 음악인이었던 자신을 자각하는 일상인이 전작 [내 머리 속의 가시](2013)의 화자였다면, 이번 결과물은 그 화자가 반대 방향으로 행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마도 “난 아직도 외로워”([내 머리])와 “평범한 남자의 유치한 노래”([평범한 남자])를 번갈아 들어본다면 확인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 각 악기 파트가 다소 제자리걸음을 하는 인상은 있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 창작자의 솔직한 ‘기분’과 이야기에 음반의 지분이 있으니, 지엽적인 부분일 것이다. 7/10

 

 

준오(Juuno) | Shift | 파스텔뮤직, 2014.02.26
준오

미묘: 이준오 특유의 공들인 사운드 디자인과 유려한 화성감이 매력적이다. ‘일렉트로닉을 차용한 팝/록’에서 어쩌면 감당하기 힘들 듯한 ‘일렉트로닉’의 음악 언어와 질감을 마음껏 풀어놓는 것 또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편 어떤 심상 혹은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 위에 풀어놓는 듯한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보다 ‘노래’의 구조를 차용하는 경향이 있어 다소 차이를 보인다. 그것은 단순히 보컬이 포함돼 있다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도 아니고, 물론 단점도 아니다. 그런데 각 곡이 시간을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느껴지는 장르적 매력이 전반부에서 더 두드러진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다섯 곡짜리 EP보다는 큰 규모의 음반으로 듣고 싶은 아쉬움도 남는다. 7/10
블럭: 개별의 곡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뚜렷한 만큼 감상의 지점이나 표현하는 감정이 명료하다. 여기에 잘 쓰인 가사는 그러한 느낌을 훌륭하게 뒷받침한다. 그렇다고 해서 감성적인 부분만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아니다. 앨범은 곡을 구성하는 소리들이나 전개 방식에서 오는 묘미 역시 놓치지 않는다. 과거의 소리들을 많이 가져오고 있지만 왜곡의 방식이나 사운드 측면에 있어서 촌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과장된 해석일수도 있겠지만, 아티스트 개인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시작 혹은 첫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듯한 맥락을 지니고 있을 것 같다.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