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뎀은 SM엔터테인먼트가 수년간 찾았던 음악산업 컨퍼런스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SM은 15년간의 꾸준한 참가와 시장조사 끝에 2012년 ‘Made in SM’이라는 이름으로 미뎀에 큰 부스를 차려 참가했고, 이는 그간 유럽의 작곡가들과 꾸준한 교류를 주고받았던 중요한 연례행사였다고 한다. 왜 SM은 미뎀을 택했을까? 미뎀은 75개국에서 6천여 명이 참가하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뮤직비지니스 장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프랑스 칸느에서 개최되어온 이 컨퍼런스는 라이브, 디지털,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브랜딩, 마케팅 및 음악 관련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분야를 전천후로 다루며 발전해왔다. *미뎀 홈페이지 www.midem.com

미뎀행사장입구미뎀 행사장 입구

미뎀이 열리는 곳은 팔레드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이라는 컨퍼런스 공간이고, 지중해의 아름다운 바다와 고풍스러운 호텔들이 즐비한 기가 막힌 전망을 가졌다. 이곳에서 칸느영화제나 광고제도 열리므로 언제 이곳에 오느냐에 따라서 세계적인 스타를 만나게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여타 다른 컨퍼런스와 같이 미뎀은 워크샵, 컨퍼런스, 라이브 쇼케이스, 네트워킹 이벤트 등 여러 분야의 음악산업을 포괄한다. 올해에는 윌아이엠(will.i.am)의 키노트로 시작하여 브랜딩과 음악산업, 음악스타트업의 해킹대회,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 인디, 팬들과의 교류 방식 등 뮤직비지니스의 핫이슈들이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에 의해 다뤄졌다. 컨퍼런스의 많은 부분은 유튜브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윌아이엠은, ‘우리 음악계는 게으르다. 우리가 페이스북이 돼야 했고, 우리가 트위터가 돼야 했다. 우리는 애플이 될 수도 있었다. 우리의 음악산업은 파워풀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해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미뎀 측은 올해의 미뎀이 ‘두 가지 큰 감정’을 품고 있다면서, 큰 테크 회사들에 대한 분노와 디지털 시대에서의 기회에 대한 열정이 그것이라 설명했다.

미뎀 컨퍼런스 세션미뎀 컨퍼런스 세션

올해의 미뎀은 브라질을 주빈국으로 하여 한 개의 쇼케이스 무대를 브라질 정부에서 서포트하여 3박 4일간 쇼를 선보였다. 이 외에 한국을 포함한 대만과 말레이시아의 공식 쇼케이스가 있었고, 크고 작은 비공식 쇼케이스들이 주변에서 펼쳐졌다. 비공식적 자리에서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는데, 미뎀 행사 이전에 이메일로 오는 쇼케이스, 네트워킹이벤트 및 파티에 따라서 미리 스케줄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미뎀을 2015년에 방문하게 된다면 아래의 팁을 꼭 참고하길 바란다. 첫째, 목표 설정. 실제로 그냥 참석하면 되겠지 하며 오는 분들이 가끔 있다. 나는 6천여 명의 참가자 중에 꼭 만나서 미팅을 하고 싶은 사람을 50여 명 정도로 추려 개개인에게 이메일을 보내 약속을 잡았다. 30개 정도의 미팅을 3일에 걸쳐서 하게 되었고, 컨퍼런스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단 1분도 없었다. 둘째, 진짜는 6시 이후부터 시작. 팔레는 5~6시경이면 파장 분위기가 보이는데, 보통 6시에 작은 음료파티 및 네트워킹 세션들이 많이 있고 8시경에는 쇼케이스, 10시경에는 프라이빗 파티들이 있다. 그래서 음악컨퍼런스에 가게 되면 아침부터 오후까지 미팅하고 오후부터 새벽까지 네트워킹 및 파티에서 음주가무형 네트워킹을 하게 된다. 셋째, 빠른 팔로업. 나만 100여 명의 새로운 사람을 만난 게 아니다. 나와 미팅을 한 그들도 나를 제외하고 100여 명 이상을 만났을 것이다. 돌아와서 미팅 내용의 요약과 더불어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 등을 자세히 이메일로 보내주지 않으면 관심이 20% 정도 있던 사람들은 2주 이내에 잊어버린다. 마지막, 체력. 미뎀은 이제 4일 동안 열리는데, 아침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스케줄을 빡빡하게 소화하다 보면, 끼니를 때울 수 없는 순간이 허다하고, 결국 결과는 체력 저하로 이어져 집에 가는 길이 천근만근이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먹어야 한다(둘째 날 새벽에는 컵라면을 선물받고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K-pop  Night Out 쇼케이스에서 다이나믹듀오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K-pop Night Out’ 쇼케이스에서 다이나믹 듀오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한편 컨퍼런스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 뮤지비지니스의 새내기인 나도 여러 번의 컨퍼런스를 통해 여러 사람들을 만났었는데, 이번 미뎀에서 몇 개의 미팅은 팔레 밖에서 이루어졌다. 그 이유는, 나처럼 미팅만 하는 사람들은 큰돈을 들여 미뎀 티켓을 사지 않아도 중요한 미팅은 모두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한 호텔 로비에서 어슬렁거리다 보면 유명한 음악 인사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미뎀의 위상이 점차 떨어져 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오고 있다. 사실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에는 더 많은 일이 일어났고, 더 많은 기회들이 있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같은 추세는 우리 사회 전반의 분위기나 시대의 경향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닌가 싶다. 인터넷의 발달로 크고 작은 뉴스를 굳이 미뎀에 오지 않고도 항상 접할 수 있고, 대륙 건너의 사람들도 온라인으로 대화가 가능하지 않은가. 만약 실제로 미뎀의 퀄리티가 낮아졌다면 그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할 텐데, SXSW나 Music Matters는 지리적 위치나 성격이 미뎀과는 다르기에 대체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실제로 무엇을 바라고 오는가에 따라서 미뎀은 실망스러울 수도, 기대 이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미뎀에서만 만날 수 있는 회사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내년의 미뎀을 기대하고 있다. | 서머 킴 summerkjy@gmail.com

 
 note. 서머 킴(김정연)은 런던의 골드스미스(Goldsmiths)에서 앙트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을 전공하고 Consolidated Independent(CI)라는 디지털 음원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문화를 기반으로 삼은 여러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에어비엔비를 통해 런던에 있는 집도 쉐어링할 수 있다. 개인 블로그는 이곳이다. CI가 하는 일과 사무실이 위치한 런던 테크시티에 대해서는 블로터닷넷의 인터뷰를 참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