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샤벳 – B.B.B(Big Baby Baby) | B.B.B (2014) ‘디스코’를 검색하면 ‘추억’이나 ‘7080’이라는 단어가 연관 검색어로 제시된다. 하지만 디스코는 그저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만은 아니다.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의 현란한 춤과 더불어 일약 세계 음악 시장을 평정한 이 장르는, 이전까지 록 음악에 심취했던 청년들로 하여금 전자음을 기반으로 하는 댄스 음악에 맞춰 춤추게 만들었다. 전자음의 대중화를 거론할 때 디스코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만큼 디스코는 처음부터 세련되고 미래 지향적인 음악이었던 셈이다. 21세기에 전자음악 장비들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디스코는 더욱 더 현대적인 옷을 입고 화려하게 귀환했다.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의 “Lovelight”를 비롯해, 한국에서도 원더걸스의 “Nobody”ㆍ손담비의 “토요일 밤에”ㆍ티아라의 “Roly-Poly” 등의 곡들이 디스코의 건재함을 입증했다. 달샤벳의 “B.B.B (Big Baby Baby)” 역시 21세기 사운드로 치장한 디스코이다. 1970~80년대에 유행한 디스코 스타일에 충실하지만, 그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Nobody”나 “Roly-Poly”가 ‘변화’보다 ‘계승’ 그 자체에 방점을 찍었다면, “B.B.B (Big Baby Baby)”는 “토요일 밤에”처럼 ‘계승’에 바탕한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곡 중간 중간에 잘 빠진 전자음이 숨 가쁘게 등장해 흥을 돋우지만, 유리스믹스(Eurythmics)의 신스팝을 연상시키는 기본 비트는 최근 댄스 음악들에 비하여 빠르지 않다. 이 곡에서 ‘변화’를 감지하게 하는 것은 신시사이저가 만들어내는 다채롭고 풍성한 소리인데, 지나치게 튀지 않고 복고적인 멜로디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작사ㆍ작곡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편곡을 맡은 신사동호랭이의 감각은 확실히 디스코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한편 곡에 비해 달샤벳의 보컬이 아쉽다는 지적도 들린다. 수긍할 수 있지만, 전자음을 기반으로 하는 댄스 음악에서 가수의 가창력이 반드시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달샤벳 멤버들의 여리여리한 보컬은 다른 어떤 음악보다 디스코에 잘 어울리고, (다행히) 그들의 소속사인 해피페이스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있기 없기”에 이어 또 한 번 디스코를 선택한 것은 탁월한 결정으로 보이며, 그 결과물 역시 몹시 근사하다. 이런 곡이 ‘걸그룹 섹시대전’이라는 여론의 뭇매에 의하여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 주민혁 idolcrit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