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캬라멜 – 까탈레나 | TheThird Single Catallena (2014) 1년 5개월만에 컴백한오렌지 캬라멜은 역시 그냥 나오지 않았다. 초밥이라는 다소 어이없게 느껴질만한 컨셉으로 돌아왔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 안에서 또 한 번 소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사실 오렌지 캬라멜이 유지하고 있는 정체성 안에서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 낸다는 것은 일종의 인형놀이와 같은, 향유하는 이에게 깨알같은 재미를 줄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 인형에게 자아가 없다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오렌지 캬라멜의 경우 데뷔 초부터 이미지로서는 (코스프레와 같은 부분에 있어서) 특정 장르 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하지만 아이돌이라는 영역에서 익숙하지 않음의 충격을 가져오면서 많은 애프터스쿨의 기존 팬들에게는 혼란을 줬다. 조영수 특유의 코드 진행과 악기 선정으로 트로트인지 팝인지 모를 곡들도 어느 정도 악재로 작용했다. 대신 각종 패러디와 ‘탐나는 컨셉’을 선점했다는 부분에서 큰 성과를 얻었고 덕분에 많은 아이돌 그룹이, 특히 보이그룹들이 명절 특집으로 패러디를 강행하는 등 부차적인홍보 효과를 얻기도 했다. 오히려 기존 활동과 확실히 구분을 두고 다른 영역에 있던 팬들을 끌어옴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갔다. 오렌지 캬라멜을 퀄리티나 안정성의 측면에서 정상 궤도로 올려놓은 것은 “립스틱”이었다. 당시 작업을 함께 했던 프로듀서 이기, 용배, 그리고 아트디렉터 팀 디지페디와 “까탈레나” 역시 함께 진행하였다. 이곡은 “립스틱”이나 함께 실린 “So Sorry”와 같이 댄스 뮤직의 요소를 차용하기보다는 기존에 조영수가 선보였던 맥락에 더 충실하다. 그러나 흡사 인도의 디스코 음악을 연상시키는 과잉이나 파키스탄 민요를 차용하는 등의 아이디어는 기존의 오렌지캬라멜 음악들이 가지고 있던 단점들을 보완하고 있다. 더불어 이 곡은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걸 크러쉬(Girl Crush)를 담은 곡이다. 재미있는 점은 그렇게 반한 까탈레나가 여장 남자라는 점이다. 일종의 안전장치일수도 있겠지만(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처럼), 그것이 안전장치라는 걸 생각한다면 이 곡의 의미가 확실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결국 오렌지 캬라멜은 특정 장르나 영역에서 가져올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그러나 점점 세련되게 차용하고 있는 듯 하다. | 블럭(박준우) blucsha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