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아이러닉 휴, 짙은, 몽니, 골드문트의 새 앨범에 관한 코멘트다. | [weiv]
 

 

 

아이러닉 휴 | For Melting Steel | 2014.03.20
아이러닉 휴

최성욱: 일반적인 포스트 록의 문법에서 벗어나 있다. 오히려 민속음악과 포크 록의 믹스를 통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보츠카(Devotchka)의 방법론에 가깝다. 영미 권역의 사운드와는 다른, 이국적이면서도 토속적인 음색의 풍경을 전한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다가도 맹렬하게 휘몰아치는 순간이 있다. 반대로 사운드의 덮개를 벗기고 삭이는 순간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시 켜켜이 사운드를 중첩시켜 협곡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아주 느릿하게 내달리는 음악이다. 곱씹는 맛이 있다. 9/10
임승균: 어느 앨범에 ‘x년 만의 후속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는 대략 두 가지 종류의 결과물을 예상해볼 수 있을 게다. 긴 우여곡절의 시간을 메우는 전작의 유지보수이거나, 오래된 집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거나. 이 앨범은 전자인 듯하면서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이전의 아이러닉 휴가 UK 기타록/슈게이징의 그림자 안에서 다소 무난한 몽환감을 자아냈다면, [For Melting Steel]은 몽환감을 유지하면서 (주로) ‘사이키델릭’이나 (가끔) ‘프로그레시브’ 같은 단어들이 떠오르는 사운드를 담고 있다. 두 대의 기타에서 만들어지는 리프 중심의 곡들이 동시대적 감성의 첨단을 자랑하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거꾸로 누나 가슴 속에 3천 원쯤은 있는 바로 그 부분을 자극한다. 그리 새롭지 않지만 더 이상 무난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그런 의미에서는 역으로 세련된 앨범. 7/10

 

 

짙은 | diaspora : 흩어진 사람들 | 파스텔뮤직, 2014.03.19
짙은

블럭: 앨범 자체가 주는 인상도 강하지만 가사나 주제 선정, 그리고 그걸 뒷받침하는 악기의 구성이나 톤이 굉장히 잘 밀착되어 있다. 흩어진 채 길을 잃고 헤매는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를 바라는 듯한 상황 자체는 추상적이지만, 짙은 특유의 섬세하고 세밀한 표현들은 그러한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게끔 뒷받침한다. 시간상 어느 지점에 있어도 유효한 음악이며, 우선 감정을 동하게 만든 다음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8/10
한명륜: 가치판단이 아님을 전제하고서, 앨범 제목과 수록곡들이 만드는 장면은 철저히 이미지적이고 비언어적이란 인상이 강하다. 디아스포라 자체가 가진 어떤 서사적 의미를 생각했을 때 그러하다는 의미. 결과론이지만 수식어구로 이어지는 가사들은 짙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유효하긴 어렵지 않았을까. 다만 “망명”, “해바라기”에 적용된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은 좀 더 과감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 6/10

 

 

몽니 | Follow My Voice | 모던보이레코드, 2014.03.18
몽니

한명륜: 각 악기들의 마모되지 않은 뚜렷한 존재감이 돋보인다. “LOVEsound”에서는 모나거나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바운스를 만들어내는 베이스와 드럼, “순간 안에”에서는 명료하고 자신감 넘치는 선율의 기타가 귀를 사로잡는다. 보컬은 전 트랙에 걸쳐 힘이 넘치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연주 파트의 지분을 누르지 않는다. 곡마다 균형 감각과 조화미가 돋보이는데, 이는 앨범의 구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8/10
이재훈: 스스로 “다양한 감성을 담아냈다”고 평하는 몽니의 새 앨범은 어쩌면 그 자평을 넘어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깔끔한 연주와 사운드이지만, 그 곡들의 감성은 다양하기보다는 중구난방이고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밴드의 큰 변화가 담겼다는 타이틀곡 “순간 안에”는 세련되지 못하다. 뻔한 주제를 노래하는 “Smart”는 새롭지 않으며, “돋네요”의 가사는 정말로 돋는다. “10년차 밴드의 ‘묵은지’ 감성”이 이렇게 담아내져서는 밴드에게도, 청자에게도 곤란하다. 2/10

 

 

골드문트 | Unplanned Works | 2014.03.13
골드문트

미묘: 디스코 하우스의 영향이 돋보이는 가운데, 가끔은 ‘케이팝스러운’ 느낌을 발견하기도 하는 것이 흥미롭다. 단단한 소스들이 화려한 질주감을 선보여 듣는 맛을 살려준다. 한편 이 음반의 호불호가 갈린다면 아마도 ‘기타리스트 일렉트로닉’이라 불러도 좋을 어떤 성향을 노출하는 부분일 것이다. 부분부분 혼잡스러워지는 사운드스케이프, 간혹 똑똑 끊어지거나 앙상블이 어긋나는 느낌은 ‘악기’에서 시퀀서로의 플랫폼 이동이 빚어내는, 극복 가능한 흠결들을 떠올리게 한다. 지나친 고민 없이 풀어내는 활기와 그것에 동반된 글래머러스한 질감은 분명 매력적이어서 제목인 “Unplanned Works”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이 작업이 지속된다면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6/10
최성욱: 둔탁한 템포의 덥스텝 음악, 언니네 이발관식 신스팝, 허밍 어반 스테레오를 연상하게 하는 라운지풍의 노래까지, 기본적인 멜로디를 뼈대로 다양한 스타일을 더해보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을 듣는 듯 편안하면서도 소박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이채롭다. 익숙한 패턴과 단조로운 사운드로 인해 지나치게 풋풋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