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 – 춤 (FIRST AID remix) | 요조 x FIRST AID remix (2014)

 

일렉트로닉 프로듀서/DJ인 퍼스트 에이드(FIRST AID)와 비주얼 아트 크루인 비스킷 뮤지엄(b’skit museum)과 함께한 요조의 새 트랙. “춤”은 요조 2집 [나의쓸모]에 수록된 곡으로 애초에 5분 분량의 곡이 이 버전에서는 3분 정도로 편곡되었다. 곡은 마치 해질녘의 어스름을 떠올리게 한다. 낮과 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하늘과 같이 첫 소절의 가사는 흐릿하게 사라지는데 그 찰나의 긴장은 곧이어 시작되는 후렴구를 위한 복선이다. 어둠 속의 성냥이 타오르듯 갑자기 시작되는 후렴은 느릿하게 산책하도록 설계된 길을 따라 몇 차례 반복된다.  노이즈는 그 곁을 배회하며 안락함을 방해하는데, 그 과정에서 소리의 풍경이 만들어지고 이 공간감은 부드럽고 애틋하게 주위를 감싸다가 마침내 어둠 속에서 흔들리는 촛불처럼, 어떤 필사적인 인상을 남기며 끝나버린다. 음악을 통한 이런 이미지의 대비는 꽤 강렬해서 영상에서도 그걸 찾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톤 다운된 색감과 비교되는 붉은 조명, 과하다 싶게 장식적인 의상과 대응하는 미니멀한 실루엣 같은 것들이 내게는 빛과 어둠, 낮과 밤의 충돌을 묘사하는 사운드와 같은 맥락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나는 요조의 솔로 2집 [나의 쓸모]가 이 싱어송라이터의 전환점이라고 믿는다. 여기에는 요조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 지향하는 스타일, 그리고 마침내 가 닿고 싶은 곳이 입체적으로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 점에서 이 리믹스는 그저 적당한 때에 출시한 싱글이라기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일종의 징검다리(중 하나)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과연 이걸 딛고 그녀는 어디로 가게 될까.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결과물이다. | 차우진 nar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