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클라운 – 견딜 만해 (feat. 효린) | 표독 (2014)

 

매드 클라운과 효린의 하모니는 에미넴(Eminem)과 리한나(Rihanna)가 옷을 바꿔 입은 듯한 느낌을 준다. 안일한 시도라고 지적할 수는 있겠으나, 대중성의 획득이라는 면에서 확실히 강점이 있는 구성이다. “견딜 만해”에서 매드 클라운의 랩은 특별한 스킬보다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있다. “402호 빈집 불 꺼졌네 온몸이 터널 같아 허전해”, “나 이별을 똑바로 마주보는 법 몰라서 슬픔 앞에 고슴도치마냥 웅크렸어”, “사랑은 갇히고 난 바깥에서 문을 잠그네 빈집” 등의 가사는 힙합이 낯선 대중들로 하여금 랩의 묘미에 관심을 기울이게 할 만하다. ‘한국의 비욘세(Beyonce)’로도 불리는 효린은 짙은 호소력의 탁 트인 보컬로 청자들이 곡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익숙하다. 인디 씬의 촉망받던 랩퍼가 주류 기획사에 자리를 잡은 뒤 발표한 싱글에 이어 발표한 EP에서 처음 선보이는 곡이 익숙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분명 반길 만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힙합 팬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것 같고, 평단의 반응도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착해 빠졌어”가 주류에 안착하기 위한 타협이었다면, 이번 EP에서는 기존 힙합 팬들을 보다 만족시킬 만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EP의 다른 수록곡들을 들어 보면, 오히려 “견딜 만해”가 예외적인 경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힙합의 다양화ㆍ대중화를 원한다면, 대중에게 선보일 곡과 다른 수록곡들 사이의 거리에 너그러워질 필요도 있을 것이다. | 주민혁 idolcrit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