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블루파프리카, 일리닛 & 일레븐, 피네, 폰부스의 새 앨범에 관한 코멘트다. | [weiv] 블루파프리카 | 긴긴밤 | 슈가레코드, 2014.04.23 한명륜: 조금씩 다른 방향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무난하게 만족시킬 만한 트랙들이 모여 있다. 익숙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긴긴밤”이나 “고백”은 최근 모던록의 ‘분위기’를 즐기려는 청자들에게 어렵지 않을 곡. “내게 말을 해봐”는 기타 리프의 굵직한 덩어리감과 끈적함을 원하는 마니아들을 충분히 이끌 만하며, “이 빗속에”의 올드한 질감과 인스트루멘틀적 요소는 직접 연주를 즐기는 이들의 손가락을 움찔거리게 할 만하다. 이런 트랙들이 유연한 흐름을 만드는데, 이를 일종의 통일감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개별 곡들의 속성은 각 스타일의 전형성을 따르고 있기에 독특함은 약하지만, 일련의 흐름에서 나오는 유기성이 돋보인다. 7/10 최성욱: ‘팝 블루스’라는 소개 글과는 무관하게 소프트한 팝, 록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며, 자보아일랜드, 데이브레이크와 같은 밴드들과 유사한 성향의 음악을 들려준다. 물론, 앞서 열거한 밴드들과는 다르게 중간 중간 블루지한 기타 솔로가 첨부되어 있지만,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 블루스 장르의 색깔이 조금만 더 드러났더라면 독특한 결과물이 완성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6/10 일리닛 & 일레븐 | Airborne | 2014.04.21 블럭: 무료 공개 곡을 조금씩 발표하더니 기습적으로 EP를 발표했다. 일리닛 특유의 무게감이 묵직하게 아래쪽 공간을 채운다면, 일레븐의 유연함은 위쪽 공간을 누비고 다닌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가며 중심을 찾아간 듯하다. 두 주인공 모두 어느 정도 힘을 빼고 편안하게 가는 듯한 인상은 자칫 무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득이 되었다. 정반대의 두 사람이 격자무늬처럼 촘촘하게 엮이는 과정에서 시너지를 얻으며, 단순하지 않은 가사와 자극적이지 않은 프로덕션이 좋다. 8/10 피네 | 서로의 도시 | 루비레코드, 2014.04.24 미묘: 두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하나는 몇몇 곡들이 기승전결을 확고히 하기보다는 각각의 테마를 흘려내다가 닫히고 다음 곡으로 연결되는 양상이다. 그것은 음반 단위로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큰 줄기의 흐름을 만들어내 흥미로움을 더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신스, 기타, 베이스와 보컬의 편성이 곡에 따라 상당한 비중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를 첫 번째 특징과 연관하면 음반 단위의 변화를 보이는 방법론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스가 리드하는 곡들의 경우 대체로 다른 파트의 자리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기타와 신스의 비중은 대체로 상당히 불균형하고, 베이스도 신스 베이스가 아니어야 할 이유를 느낄 만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일이 많다. 송라이팅이 큰 약점을 보인다고는 생각지 않으나, 밴드 자신의 성향들이 안정적인 혼합체를 이루기도 전에 The xx풍으로 빠지고 마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5/10 김윤하: 어떤 음악을 이야기하며 굳이 다른 음악가의 이름을 언급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피네의 경우는 다르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애써 ‘그 밴드’의 이름을 억지로 피하는 것이 면피처럼 느껴진다. 이들도 이미 데뷔 이후 족히 수백 번은 들어 이젠 언급이 없으면 서운하지 않을까 싶은 밴드 The xx의 이름은 결국 이 앨범 [서로의 도시]까지 따라온다. 그리고 그 정 아닌 정이 앨범에 치명타를 남긴다. “서울”, “Dance” 같은 앨범 전/중반부의 몇몇 곡들이 그 전형성을 회피하려는 이들만의 반가운 몸짓을 내비치지만, 올리버 심처럼 목소리를, 로미 크로프트처럼 기타를 울리는 순간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만다. 과연 정이 무섭다. 5/10 최성욱: 간결하고 반복적인 리듬 패턴, 저음의 베이스 라인과 드럼비트, 큰 낙차 없이 일정한 무드로 지속되는 목소리와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덧대기보다는 단순한 반향의 전자음을 최대한 공명시킴으로써 여백을 살리는 음악이다. 더 엑스엑스(The xx)의 영향이 짙게 느껴지지만 미니멀한 스타일의 멋을 잘 살려내고 있으며, “Dance”, “일곱시”와 같은 곡에서는 상승곡선을 타듯이 사운드를 응집시키며 반짝이는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7/10 폰부스 | Wonder | 트리퍼사운드, 2014.04.25 한명륜: 전작들보다 훨씬 스트레이트하고 솔직담백한 라인의 보컬 멜로디가 단연 귀를 사로잡는 앨범이다. 격정적인 리듬의 콤비네이션이 돋보이는 “재클린”, 로큰롤 시대의 시그니처 같은 기타 리프의 “낯선 날”, 어쿠스틱한 매력이 살아 있는 “바람이 분다” 등 여러 스타일의 곡들을 관통하는 것이 보컬 멜로디의 힘. 특히 가사 자체의 운율감이 좋아 따라 부르기에도 편하다. 사운드 운용 측면도 선이 굵고 스트레이트하다. 독창적이라기보다는 이들이 오랫동안 좋아해왔던 어떤 레퍼런스를 자신들의 것으로 체화해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부분이긴 하지만, 폰부스의 이번 앨범을 새로운 의미의 첫 출발로 볼 요인이라 해도 좋지 않을까.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