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 디 에어포트(From The Airport) | Chemical Love | 플럭서스뮤직, 2014 곡예비행의 종착지는 어디가 될까 앨범 [Chemical Love]는 2012년에 밀로(Milo)와 지(Zee)가 결성한 일렉트로-록(Electro-Rock) 듀오 프롬 디 에어포트(From The Airport)의 첫 번째 EP 앨범이다. 이미 공개된 바 있는 두 곡(“Timelines, “Raining”)과 새로 발표한 세 곡(“Chemical Love”, “Black Skies”, “Distinct Memories of the Common Boy”)이 모여 총 다섯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앨범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이 듀오의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 프롬 디 에어포트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보다 국외에서 그 음악을 더욱더 인정받아 왔다. 데뷔 싱글인 “Colors”는 발매 후 영향력 있는 미국의 인디 웹진인 에서 한국인 최초로 소개됨과 동시에 그 매체의 ‘인기 차트(Popular Chart)’ 전체 13위에 올랐다. 그 후 차츰 국외의 음악 리스너와 블로거들에게 주목받게 되었는데, 결국 본 앨범에 수록되기도 한 세 번째 싱글 “Timelines”는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Get Lucky”를 누르고 인기 차트 1위를 하기도 했다. “Colors”와 “Timelines” 모두 일렉트로-록의 범주에 속한 곡인데, “Colors”는 투 도어 시네마 클럽(Two Door Cinema Club)이나 포스털 서비스(The Postal Service)를 연상시키는 뉴 웨이브(New Wave) 음악의 흔적이 눈에 띄는 편인 반면 “Timelines”는 입체감 있는 이펙트나 활발한 신스 사용이 재그워 마(Jagwar Ma) 같은 인디트로니카(Indietronica)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두 곡의 가장 큰 매력은 캐치하고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로, 이는 프로그레시브 메탈(Progressive Metal) 밴드를 해왔던 밀로(Milo)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다시 이번 EP로 돌아와 보자. 해외에서 오히려 인정받았던 지난 두 싱글은 완전히 같은 작법으로 쓰이진 않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두 곡 모두 같은 선상에 있는, 매력적인 기타 리프를 앞세운 포스트-펑크(Post-punk) 일렉트로-록이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입증해온 프롬 디 에어포트의 성공 방정식을 이번 EP도 따르고 있는가? 대답은 ‘아니오’다. 한국에서 특별한 수익이 없는 만큼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지 못해 많은 곡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프롬 디 에어포트는 이번 EP에서 ‘우리는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다’를 보여주려는 듯 일렉트로-록 범주 내에서 변용해볼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을 시도한다. 첫 곡 “Chemical Love”는 인공적인 악기를 최대한 배제한 채 담담하고 기계적인 목소리와 매력적인 기타 리프로 심벌즈(Cymbals) 같은 시부야-케이(Shibuya-kei)식 편안한 인디록을 들려준다. “Black Skies”는 “Colors”와 비슷한 뉴웨이브 일렉트로니카 음악이지만, 어두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인지 일반적인 팝 구조를 약간 비틀어 브릿지 부분에 정신없이 많은 신스와 보컬 샘플을 넣어놓았다. 반면 “Raining”에서는 슈게이징(Shoegazing) 음악에서 영향을 받은 듯 리버브가 잔뜩 걸린 보컬, 기타와 드럼을 기반으로 보컬이 지배하지 않는 구간의 대다수에서 노이즈와 몽롱한 패드 소리를 적절히, 때로는 자신감 있게 섞어 쓰며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지막 곡인 “Distinct Memories Of The Common Boy”에선 곡 전반의 통통 튀는 신스나 (아우트로 부분에) 보코더 음색의 아르페지오가 첨가되어 좀 더 하우스 음악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곡 간의 이질감이 많이 느껴질 수 있지만, 매 곡에서 보이는 팝 메탈의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와 간단한 멜로디 그리고 보컬의 역할을 줄인 대신에 채워진 적절한 신스는 이 다섯 개의 수록곡이 모두 프롬 디 에어포트의 작품이란 걸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들이 프롬 디 에어포트라는 이름을 내걸게 된 건, 공항에서 수많은 감정의 교류가 일어나듯 최대한 다양한 감정의 시작점을 음악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되짚어보니, “Colors”나 “Timelines” 두 곡 모두 일종의 구조를 변형시키는 방식을 통해 이미 존재해오던 일렉트로-록 음악의 전형 같은 것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EP가 하나의 음악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번 EP만으로는 프롬 디 에어포트가 앞으로 들려줄 청사진이 명확히 그려지지 않지만, 청자가 [Chemical Love]를 듣고 이 듀오의 잠재력을 즐겁게 상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이 EP는 성공작이라고 볼 수 있겠다. | 오규진 ohgyujin@gmail.com Rating: 7/10 수록곡 1. Chemical Love 2. Black Skies 3. Timelines 4. Raining 5. Distinct Memories Of The Common 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