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078EXO-K | The 2nd Mini Album ‘중독 (Overdose)’ | SM Entertainment, 2014

 

타이틀곡의 중요성

선주문 66만장의 앨범이 리뷰 하나 없다는 건 참 기이한 일이다. 그래서 썼다. 다섯 곡 밖에 되지 않아서 트랙 바이 트랙으로 썼고, 본의 아니게 “중독”에게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타이틀곡인만큼 중요하기도 하고, 워낙 할 얘기가 많았다.

우선 앨범은 엑소(EXO)가 “으르렁”으로 흥했다는 점에서 단서를 잡은 듯하다. 거기에 SM 특유의 일렉트로팝 요소 차용이 더해지고, 나름의 ‘음악적 기획’이 구성되어 있다. 샤이니와 f(x)는 음악적 컨셉이 어느 정도 잡혀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지만, 엑소는 (EXO-K와 EXO-M으로 따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워낙 대형 그룹인만큼 자칫하면 그 때마다 음악적 결을 달리하는 기존 그룹들의 전철을 밟을 뻔한 것을 어느 정도 갈래를 만들어 한계를 끌어올렸다. 물론 이 맥락은 이번 앨범 이후의 작품들을 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어쨌든 음악적으로도 색깔을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그게 알앤비 베이스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더욱 흥미롭다.

우선 “중독”의 경우, 스냅과 클랩 사이의 소리가 한 마디(그러니까 bar, 그 BAR 말고…)에 16번을 꽉 채우면서 ‘workin’이라고 발음하는 목소리를 왜곡하여 리프를 만든 루프 디자인으로 시작한다. 스네어 중심으로 짠 패턴은 훅 직전과 훅에서 등장한다. 2~4마디 단위로 킥/스네어 구간을 바꿔가는 진행 외에 스네어로 짠 패턴을 등장시키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스네어 패턴에서는 16박 꽉 채우던 소리가 스네어 자리에 배치되며 이러한 전환은 약간의 여유감을 주기도 한다. 마디 내내 16번을 꽉 채우면 사실 그루브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게 녹음한건지 소리도 약간씩 다르고 앨범 전체에서 제일 메인이 되면서도 크게 리듬을 해치지 않는다. 이어 매시브(Massive) 신스 소리가 벌스 후반부에 배치되어 길지 않은데도 패닝을 통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더불어 보컬과 톤을 맞춘 것도 나름의 소리를 정리하는 방식. 훅에서는 신스를 풍성하게 써서 훅임을 강조했고, 브릿지에서 메이저 코드까지는 아니지만 샤방하게 바꿔가는 건 역시 클리셰이지만 으르렁에 이어 그대로 썼다. 재미있는 건 랩 부분에서의 변주인데, 비트스위칭까지는 아니지만 곡 전체에서 베이스 음역대에 소리를 가장 많이 썼다. 더불어 랩 내내 변주가 계속되는 것은 SM 곡은 랩이 상대적으로 약점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보완했다고 생각한다.

벌스 두 번에 훅 4마디짜리 두 개에 랩/노래 브릿지 두 개, 그리고 네 마디 단위로 구성을 바꿔가는 것은 최근 트렌드 중 하나다. 이 곡은 트렌드가 되는 구성들을 집약적으로 모아서 짠 모양새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루프를 여러 개 만드는 셈인데, 서로 다른 루프들을 잘 짜는 것도 나름의 일인 듯 싶다. 보컬 능력은 모든 멤버가 알앤비 곡을 살릴 만큼 기량이 100%인 것은 아니다. 특히 수호는 비교적 스트레이트하게 부르는 편이며 음색 자체는 큰 장점이지만 리듬감이 떨어진다. 백현은 월광에서는 뛰어난 리듬감을 보이는데 반해 중독에서는 약간 아쉽다. 반면 디오의 리듬감은 참 좋다. 곡 초반부를 살리는 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SM 특유의 음색(특히 고음으로 올라가면 이상하게 다들 소리가 같아진다)이나 마디 전체에 힘이 들어가는 방식은 알앤비로 가기에는 좀 더 차별화된 방법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가장 좋은 선례는 내부에 있다. 샤이니라고… 아무튼 파트 분배와 상관없이 곡 자체는 확실히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전무후무한, 새로운 그런 사운드는 아니지만 메인스트림에서 할 수 있는-어느 정도 익숙하면서 약간 신선하다고 어필할 수 있는-곡이다.

“월광”의 경우 알앤비 팝 공식에 충실한 트랙이다. 프로듀싱 팀 언더독스(The Underdogs)가 종종 들려줬던 느낌도 많이 나고, 특히 보컬 라인이 진하게 잘 구성된 알앤비다. 어떤 구성장치나 그런 것보다는 큰 그림이 좋고, 4마디씩 바뀌는 구성이 아니라 드럼라인, 리프, 퍼커션이 잘 구성된 (흔한) 알앤비 팝 음악이다. 전기 기타가 후반부를 끌고가는 것 역시 그런 요소들 중 하나. 이어지는 “Thunder” 역시 전형적인 R&B 트랙 중 하나이며, 기존에 빌보드 차트에서 발표된 메인스트림 알앤비 곡이 가지고 있는 클리셰들을 잘 가져와서 썼다. 굳이 딱 꼽자면 알 켈리(R. Kelly)의 몇 곡들이 떠오른다. 저번에 “으르렁”이 “No Diggity”와 굉장히 비슷한 것처럼 레퍼런스가 너무 보인다 싶지만, 무난한 만큼 딱히 아쉬울 것도 없는 트랙. 그러고 보니 “Thunder”와 “으르렁”은 약간 결을 비슷하게 간다. 그래서 여기까지 이 세 트랙은 정말 엑소의 음악적 컨셉을 잡아가는 데 있어, 앨범을 감상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구성이다.

“Run”은 팝 트랙이라 그냥 넘길까 싶다. 개별의 트랙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앨범에서는 옥의 티가 아닌가 싶다. 엑소가 굳이 유행을 의식할 필요는 없지만 이왕 알앤비로 컨셉을 정했으면 미니앨범이라도 일관성을 유지했으면 했다. 마지막 “Love, Love, Love”는 굳이 따지자면 가장 유행에 가까운, 얼터너티브 R&B 느낌인데 과도하다 싶은 랩의 비중이나 트랙 정리가 덜 된 느낌 등 아쉬움이 많았다. 최강창민 솔로곡 “Heaven’s Day”처럼 갔으면 좋았으련만. 아무튼 그래서 앨범은 별 다섯 만점에 넷은 주고 싶다. 다섯 트랙 중 두 트랙이나 아쉬운 트랙이지만, 나머지 세 트랙이 잘 엮여있고 탄탄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보컬 디렉팅에 있어서 군데군데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기본과 이해가 있다면 금방 해결할 문제라고 본다. | 블럭(박준우) blucshak@gmail.com

Rating: 8/10

 

수록곡
1. 중독 (Overdose)
2. 월광 (Moonlight)
3. Thunder
4. Run
5. Love, Love,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