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ken_Twin

Broken Twin | May | Anti (2014)

 

칠흑같이 어두운 5월

이소라의 “봄”(6집 [눈썹달] 수록곡)을 참 좋아한다. 노래 제목에서 풍기는 설레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지독하게(담담하게 흘러서 더 지독한) 슬픈 발라드다. 계절을 빗대면서도 계절의 화사함과는 무관하게 흐르는 노래들이 있다. 바깥의 화사한 정경과 무관하게 내면의 어두운 그늘을 향해 발을 딛는 사람들도 있다. 브로큰 트윈(Broken Twin)의 [May]는 칠흑같이 어두운 5월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불친절한 위로의 노래다.

브로큰 트윈은 덴마크 태생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Majke Voss Romme의 다른 이름으로서, 25살의 어린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미니멀하고, 무겁고, 고전적인 작법을 취한다.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 피아노와 바이올린 중심의 미니멀한 악기 편성 등에 있어서19살에 데뷔 앨범([Lovetune for Vacuum], 2009)을 발매한 소프 앤 스킨(Soap & Skin)과 여러모로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나 커버 이미지에서 풍기듯이 소프 앤 스킨보다 더 고전적인(어쩌면 올드한) 창법과 곡의 전개를 보여준다. 몇몇의 짙고, 어두운 영국식 포크싱어가 떠오를 정도로 별다른 기교 없이 청아하면서도 깊은 울림의 창법을 보여주며, 로-파이한 사운드는 한 때 유행했던 새드코어 밴드들의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단조풍의 피아노 음이 두드러진 까닭에 때때로 시네마틱한 모던 클래식에 목소리를 덧입힌 음악처럼도 느껴지기도 하다. 안토니 앤 더 존슨스(Antony and the Johnson)가 어렴풋이 연상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앨범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둡고, 불안한 자아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고, 느리지만 헐겁지 않게 조율된 피아노, 스트링 사운드가 브로큰 트윈의 목소리를 받쳐주면서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만든다. 목소리 자체의 공명만으로도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진동을 만들어 내는데, 부족한 여백을 반복적인 패턴의 피아노, 바이올린 사운드로 채우고 있다. 앨범에서 대표적인 곡을 꼽으라면 나지막한 전자기타의 튕김으로 시작하는 “Glimpse of A Time”, 느릿한 피아노 음으로 시작하여, 이펙트 효과를 준 바이올린을 거칠게 켬으로써 드림팝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In Dreams”,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흔들리는 빛을 향해서 손을 내미는 마지막 곡 “No Darkness”를 고를 수 있겠다. 그러나 앨범 전체적으로 고백조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지속되는 까닭에 노래 간의 편차가 적다. | 최성욱 www.facebook.com/prefree99

 

Rating: 8/10

수록곡

1. The Aching
2. Glimpse of a Time
3. Roam
4. Sun Has Gone
5. River Raining
6. Soon After This
7. Out of Air
8. In Dreams
9. If Pilots Go To Heaven
10. No Dark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