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Roux – Let Me Down Gently | Trouble in Paradise (2014)

 

라 루(La Roux)의 데뷔 앨범 [La Roux]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올해의 댄스/일렉트로닉 앨범으로 그래미 상을 탈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음악이 조금 특별했기 때문이다. 라 루가 들려준 음악은 80년대 신스팝을 재현했다지만, 그 시대 신스팝보다 더 원초적이고, 더 캐치했다. 얼핏 보면 말이 안 되는 이 음악이 성립할 수 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신디사이저는옛 시대의 신스팝보다 더 본연의 정제 되지 않은 기계적인 소리를 사용했고, 엘리 잭슨(Elly Jackson)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우며 꾸밈이 전혀 없었다. 엘리 잭슨의 특이한 머리와 중성적인 스타일이 맞물려, 라 루는 개성 강한 영국의 음악 애호가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라 루가 5년 만에 엘리 잭슨 혼자 만의 프로젝트로써 새 싱글 “Let Me Down Gently”를 들고 돌아왔다. 스타일이 확연히 바뀌었다. 직설적이지 않고, 리버브가 잔뜩 걸린, 각종 이펙트 뒤에 숨어있는 라 루의 곡이라니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라 루가 3년간 투어도 하지 않은 채 2집 작업에만 몰두한 건, 애초에 1집과 다른 음악을 할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기를 위해서 강렬한 한 방이 있는 곡을 첫 싱글로 낼 법도 하지만, “Let Me Down Gently”는 오히려 자신의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중간에 드랍을 넣고 곡을 변화시킨 것도, 기타와 색소폰 솔로를 넣은 것도, EQ와 이펙트의 도움으로 더 섬세한 보컬을 보여주려 한 것도, 안주하지 않겠다는 라 루의 선언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도들이 서로 어색함 없이 맞물리면서 괜찮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처음 들었을 땐 어색했지만, 계속 들을수록 3년간의 휴식이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었을지, 다가올 2집 [Trouble in Paradise]를 기대하게 된다. | 오규진 ohgyuj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