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ro – Satisfy 3인조 전자음악 밴드 네로(Nero)는 BBC가 선정하는 Sound of 2011 후보로 뽑히며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이후 첫 정규 앨범 [Welcome Reality]의 안정적인 데뷔 등 어느정도 순항의 과정을 밟았다. 과잉에 가까운 신스의 사용은 물론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차용하여 네로는 고유의 색을 만들었다. 나는 첫 앨범을 들으며 (비록 적은 양의 가사가 들어가지만) ‘언어가 없는 음악이 어떻게 서사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 약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다. 특유의 웅장함이나 드라마틱한 구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서사였다. 다양한 리듬을 구사했던 네로답게 이번 싱글은 콤플렉스트로(Complextro)에 가까운 음악을 선보인다. 분위기를 다잡는 도입부, 그 중에서도 빛을 발하는 보컬의 목소리는 네로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후 선보이는 구간들은 기존의 음악에서 좀 더 댄서블한 모습을 보이며, 동시에 기존의 웅장함 대신 비장함으로 어느 정도 선회한 듯하다. 트랙을 쌓아올리는 과정, 거기서 다시 소리를 빼고 끌어올리는 방식도 멋지지만 결국 빛을 발하는 것은 네로 특유의 사운드로 다져나가는 서사적인 면모이다. | 블럭(박준우) blucsha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