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당 레코드가 문을 닫았다. 3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열려 있었던 이 곳은 각종 음반 및 음향기기를 파는 곳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각종 음반은 말 그대로 클래식, 재즈부터 팝, 가요, 인디 음악까지 모든 음악을 포함하고 있다. 미화당 레코드는 위탁 판매를 통해 인디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팔았고, 그러한 점에서는 홍대라는 곳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그보다 보편성이 더 강하게 자리잡았던 장소이다. 어떤 특색 혹은 컨셉을 내건 편집 매장이 아닌 보통의 음반 매장이었고, 대규모(혹은 기업화된) 매장이 아닌 개인의 매장으로는 찾기 드문 곳이었다. 장소는 크기를 줄이며 현재 신한은행 자리에서 푸르지오 상가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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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에 위치한 음반 매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남아있다. 그 중에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위탁판매하는 부분도 있고, LP를 보유하거나 특정 장르를 주로 다루는 등 취향을 기반으로 한다는 특색도 지니고 있다. 이는 미화당레코드와는 약간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미화당레코드는 1982년에 홍대점을 오픈하여 1996년 천호점, 1998년 인천점을 오픈하였다. 그리고 2001년에는 음반기획 및 제작사 제이브뮤직을, 2002년에는 제이브 스튜디오를 만들기도 하였다. 제이브뮤직은 LP 시절의 헤비메탈 명반들을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복각, ‘코리아 록 레전드’라는 이름의 시리즈로 잇달아 앨범을 재발매하기도 하였으며, 크로우와 같은 밴드를 보유하기도 했다.

음반 외에도 각종 액세서리들을 팔기도 했다. 과거에는 레코드 샵에서 아티스트의 새 앨범 쇼케이스도, 사인회 등의 행사도 열었다. 최근에는 다루는 음악들이 다양해서인지 외국인 구매자들도 종종 있었다. 아무래도 케이팝의 영향과 홍대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난 것 때문이지 않을까. 온라인 포맷도 나름대로 노력했던 것 같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다음카페가 있었고, 지난 해부터는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가게는 결국 2014년 4월 27일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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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기 직전의 날인 4월 26일 미화당레코드를 찾았다. 이미 빠질 물건들은 다 빠지고 이어폰과 헤드폰, 그리고 약간의 CD만 남아 있었다. CD는 장당 천원에 파는 것들도 있었는데, 신보를 제외한 대부분은 2장에 만원이었다. 장당 천원에 파는 것들은 아주 오래된 앨범들이 대부분이었다. 기존에 매장이 그래왔듯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었다. 인코그니토(Incognito)부터 샤데이(Sade), 타이가(Tyga), 외에도 재즈 앨범, 아이돌 그룹의 앨범까지 다양하게 남아있었고, 나는 몇 장을 사서 최근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굉장히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매장에는 붕가붕가레코드의 컴필레이션 앨범 곡들이 흘러나왔다. 몇 곡의 가사들은 매장의 모습과 겹치는 듯 했다. 강아지 치치는 매장이 문을 닫는걸 모르는지 여전히 느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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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매장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다. 온라인 구매자의 증가, 스트리밍 서비스 등 소비 패턴과 시스템의 변화 때문에 이러한 현실은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는 디지털 부클릿도 깔끔하게 잘 볼 수 있고 정보 공개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바람에 CD를 살 이유가 없어졌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조심스럽게 집어 뜯어보는 그 손맛, 차곡차곡 모아놓고 바라볼 때의 뿌듯함, 혹은 각 앨범마다 개인의 기록을 담아두는 애틋함은 CD 구매를 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당장 홍대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CD를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부정적인 답변이 먼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LP 수요의 증가를 포함하여 레코드 샵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홍대 인근에 있던 수많은 음반 매장들 중 다수가 문을 닫은 것이 현실이나, 퍼플레코드는 여전히 남아있고 최근에는 시트레코드가 이사왔고 김밥레코드가 열렸다. 이들 모두가 LP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도 한데, 각 매장마다 색깔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화당레코드는 이들과 달랐다. 다양한 카테고리를 다루고 있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었으며, 로컬 매장이고 작은 단위의 매장이었기에 매장에게 필요한 것은 큐레이션과 같은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른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로컬 레코드 샵의 필요성, 그리고 작은 단위 매장의 필요성은 절실히 느낀다. 평범함, 경쟁력과 같은 단어들을 꺼내가며 로컬 레코드 샵이 사라지도록 놔두는 것은 나에게는 불편한 일이다. 로컬 레코드 샵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있다. 그것은 좋은 음악을 소개하는 가이드일수도 있고, 로컬 음악과 함께 살아남는 공간일수도 있다. 이건 의무, 당위라기보다는 환경 개선 차원의 문제이며, 인디펜던트 형태의 아티스트나 작품이 중요한 것처럼 인디펜던트 스토어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미화당레코드가 남긴 허전함을 또 느끼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만. | 박준우(블럭) blucshak@gmail.com

 

미화당 레코드 연혁 (본사: 서울 강동구 천호동)
1982 미화당 홍대점 오픈
1996 미화당 천호점 오픈
1998 미화당 인천점 오픈
2001 음반 기획 및 제작사 제이브뮤직 오픈
2002 제이브 스튜디오 오픈
2014 영업 종료

관련 링크
미화당레코드 장미애 사장 인터뷰 / 스트리트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