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를 건너뛰고 찾아온 5월 마지막 주 위클리 웨이브는 파블로프, 인피니트, 솔루션스, 일리네어 레코즈의 새 앨범에 관한 짧은 리뷰다. | [weiv]
 

 

 

파블로프 | 26 | 러브락 컴퍼니, 2014.05.21
파블로프

최성욱: 토속적이면서 관능적인 로큰롤이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는 한국식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바탕으로 하드록, 펑크, 블루스를 위트 있게 버무리고 있다. 뭉개지는 퍼즈 기타 톤과 리프가 매력적이며, 악기와 음색의 궁합도 좋다. 오래된 사운드와 곡의 형식을 고루하지 않게 재해석하는 능력이 있다. 8/10
한명륜: 일견 스토너/슬럿지 스타일인가 싶지만, 앨범 전체를 듣다 보면 70년대 헤비메탈 태동기로 시공간 이동을 하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70~80년대 한국 주류 가요들의 음악과 가사를 슬며시 뒤트는 젊은이다운 장난기가 음악의 색채를 흑백이 아닌 컬러로 소환한다. “어젯밤 이야기 Ⅱ”에서 등장하는 “난 알아요”(서태지와 아이들)의 한 구절이나, 김현식의 “골목길” 가사를 패러디하면서 제목을 “내 사랑 내 곁에”로 가져간 감각은, 복잡한 장치를 거치지 않아 능청스럽고 키치한 느낌마저 든다. 연주 역시 그 시절 선배들이 동경했던 사운드를 테크닉적 혹은 테크놀로지적 측면에서 진일보한 상태로 선보임으로써, 그들이 선택한 레퍼런스를 동시대의 맥락으로 옮겨오고 있다. 작업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8/10

 

 

인피니트 | Season 2 | 울림엔터테인먼트, 2014.05.21
인피니트

김윤하: 자신들의 ‘두 번째 시즌’을 연다는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그대로일 수 있다는 것에 일종의 장인정신마저 느껴진다. 스윗튠, 제이윤 등 인피니트의 브레인과도 같은 작곡가들은 자신들의 소임을 다했고, 월드투어로 다져진 멤버 개개인의 역량과 밴드사운드는 앨범에 튼튼한 심장과 새로운 숨을 불어넣었다. 이 고고한 뚝심은 ’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이 아닌 ’90년대로 돌아가 버린 듯한’ 곡들이나 평범한 발라드 트랙들마저 얼추 안고 가며 이들의 최근 앨범들이 안겼던 실망을 조금씩 상쇄시켜 나간다. 들을수록 확신이 든다. 이건 어쩌면, 한 아이돌의 순정이다. 8/10
미묘: 인피니트를 이해하는 열쇠 중 하나는 ‘오글미’일 것이다. 색스러운 음색의 보컬과 감각적이면서도 허세 섞인 가사, 다소 터무니없는 미소년 세계까지. 때로 낯 뜨겁기도 한 수록곡들이 구태의연하다기보다 고집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리고 타이틀 “Last Romeo”는 그런 인피니트의 색깔이 가장 화려하면서도 대중적인 설득력을 갖는 순간이다. 사람에 따라 앨범은 다소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겠다. 7/10
한명륜: 최근 1, 2년간의 결과물을 보면 인피니트야말로 스윗튠의 아바타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번 정규 2집 역시 그러한 성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 다만 스윗튠의 사운드나 톤의 운용은 타이틀곡 “Last Romeo”를 비롯한 곡들에서 전작들과는 달리 좀 더 어쿠스틱한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특히 드럼 소스에서 두드러진다. 비슷한 느낌이라면 레인보우의“A” 정도를 꼽을 수 있겠지만 어택은 그보다 훨씬 둥글다. 오히려 제이윤이 작곡한 “Follow Me”가 스윗튠의 이전 톤에 가까운 인상. 제이윤은 슬로우 넘버 “나란 사람”도 작곡했는데, 지루하지 않은 멜로디 라인이 돋보인다. 여담이지만, 엠씨 더 맥스의 전작에서 제이윤이 주도적으로 곡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7/10
블럭: 스윗튠과 제이윤 투톱이 앨범 내 트랙을 채워나가는 과정은 제이팝에 근접한 댄스팝과 댄스뮤직의 소스 차용 그리고 세련된 편곡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스타일의 곡들은 인피니트만의 장점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다. 더불어 일관된 무드와 컨셉을 지닌 정규 앨범이라는 점에서 비주얼이나 타이틀곡을 제외한 오디오만으로도 어느 정도 승부를 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한편 유닛 혹은 솔로 곡들은 전체 흐름에서 적절한 환기점이 되기도 하지만 앨범의 무드를 해치는 경우도 있으며, 특히 구식 발라드 곡들은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까 싶다. 7/10

 

 

솔루션스 | MOVEMENTS | 해피로봇 레코드, 2014.05.16
솔루션스

미묘: 다채로운 사운드와 테마들이 쉼 없는 자극으로 쏟아지는 속에서, 유수한 80~90년대 (주로) 영국 록의 이름들이 스쳐지나간다. 한때 록 좀 들었다 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운 마음이 화려한 비트에 실려 더욱 즐거울 수 있을 것. 아레나풍의 큰 스케일을 갖췄으면서 집에서 감상하기에도 충분한, 잘 짜인 일렉트로닉이다. 이 정도의 좋은 음반을 내놓으면서 뭐가 아쉬워 보도자료에 집요하게 ‘실험적’이란 표현을 사용해야 했는지 찜찜할 따름이다. 7/10
최성욱: 현재 진행형인 영미권 일렉트로닉 록 밴드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매끈하다. “Can’t Wait”, “Jungle In Your Mind”와 같은 싱글은 당장 빌보드와 영국 차트에 진입한다고 해도 손색없어 보인다. 그러나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에너지가 떨어지는 느낌인데, 노래들이 일정한 공식처럼 비슷한 구조를 뼈대로 한 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7/10
오규진: 매 곡마다 허투루 지나가는 법 없이 새로운 테마가 계속 등장하며 듣는 사람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지 않는다. 제목이 시사하듯 의미 없는 반복을 자제하고 지속적인 변주가 시도되는데, 이들의 노력과 고뇌가 곡을 꽉 채워 청자에게 기분 좋게 전달된다. 하지만 앨범 전반의 완급 조절은 조금 아쉽다. 결국, 팝을 지향하는 이들답게 개개의 곡은 모두 즐거움을 주는 트랙들이지만, 모아놓았을 때의 시너지가 다소 부족하다. 특히 후반부에 이들이 완급 조절을 시도할 때 그 아쉬움은 두드러진다. “Heavy Nights”이나 “Sailor’s Song” 모두 준수한 곡들이지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 곡들처럼 느껴져, 이 앨범에, 굳이 그 위치에 포함돼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그래도 팝이 그렇듯이, 이들의 음악은 곡 하나하나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8/10
김윤하: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어디 한군데 흠잡을 데가 없다. 굳이 선을 긋자면 전작의 “Sounds of The Universe”의 다 큰 자식들 같은 열 곡의 노래들이 큰 자기주장 없이 사이좋게 화음을 맞춘다. 지난 2년여간 각종 페스티벌 무대의 작지 않은 무대들에 연이어 오르며 쌓은 연륜과 세계적인 마스터링 스튜디오(Sterling Sound)의 손을 거친 매끈한 소리 모두, 앨범에 미끈하게 반영되어 있다. 다만 앨범을 모두 듣고 나면 이제는 사라져버린, 어딘가 줄곧 마음 쓰이던 이들의 여린 한숨이 조금 그리워진다. 애써 조화롭게 완성한 세계에 대한 너무 무모한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7/10

 

 

일리네어 레코즈 | 11:11 | 일리네어 레코즈, 2014.05.21
일리네어 레코즈

블럭: 일리네어 레코즈가 앨범에서 드러내는 주제는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 앨범에서는 그러한 것들을 표현함에 있어 유치함은 줄어들고 좀 더 유연하게 풀어냈으며, 각자의 캐릭터를 달리하면서도 톤을 맞춰가며 호흡을 만들어냈다. 가사나 곡 구조, 트랙 배치에 있어서도 고민과 아이디어의 흔적이 드러나며, 그들이 왜 현재 힙합 시장에서 최고의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장점들 때문에 트랙의 컨셉이나 곡 자체에서 뚜렷하게 레퍼런스를 드러내는 모습, 거기서 전해지는 독창성의 빈약함은 아쉬움이 크다. 이들의 존재감이나 실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힙합 음악 시장에서 지니는 위치나 기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뻔한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6/10
오규진: 물론 성공하고 돈 잘 버는 힙합 뮤지션의 내러티브는 한국 힙합에서 일리네어 레코즈만이 가진 독자적인 위치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구현 방식마저도 메이박 뮤직 그룹(Maybach Music Group)과 같은 미국의 선행 사례들을 답습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 전에 셋 모두 충분히 독자적으로 독창적인 음악을 해왔던 사람들이고, 여전히 랩은 준수하다. 단지 이들의 실력에 비해 가사나 프로덕션 모두 너무 안일한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앨범 내에서 자신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음악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보이기에 아직 기대를 저버리진 않게 한다.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