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일 – 비웃어 주오 | 8 days(2014)

 

언제나 그렇듯 정재일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노래의 결을 살리는데 몰두한다. 다양한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서 전통 가곡을 재해석하고 변형하는 것에 주력하는 박민희도 노래의 결에 살포시 목소리를 얹는다. 미니멀한 클래식한 사운드에 맞게 음색의 진폭을 줄인다. 그러다가 감정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미련한 날 꾸짖어 주오”) 가녀리면서도 청아한 목소리에 최대한 힘을 싣는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흐트러진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비웃어 주오”의 또다른 매력은 노랫말에 있다. 박창학의 노랫말은 그가 이전에 참여했던 [김소월 프로젝트]를 연상하게 한다. 아니 그보다 더 고전적이다. 후회와 회한의 정서가 짧으면서도 은유적인 문장에 깊게 새겨져 있다. 고즈넉하고 알싸하다. 추천의 변보다 노랫말이 더 값어치 있으니 노랫말을 옮겨 적는다. | 최성욱 www.facebook.com/prefree99

 

비웃어 주오

두 귀를 막고
두 눈 꼭 감아도
세월만은 흐르더라
머릿칼은 성성하고 볼썽사나워져
여전히 그대를 잊을 수 없었으니
미련한 날 꾸짖어 주오
 비웃어 주오
세월마저 비켜가 버린
 우둔한 내마음이
지치지도 않고 그대를 생각하니
미련한 날 꾸짖어 주오
 비웃어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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