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받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고, 생각보다 빨리 한국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무대 위에서 말 그대로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떨어져 있는 백업 싱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도전과 실패 등 그들의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사다난했던 이야기들을 꽤 명료하게 풀어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개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되 그것들을 몇 개의 테마로 엮어서 전개하는 방식을 따른다. 인터뷰 형식이나 포맷 등이 신선하지는 않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뚜렷하다. 그와 동시에 타이트하지 않은 구성으로 진행되고 각 장면의 연출에도 힘을 실어 관객의 집중력을 모으는 완급조절은 인상적이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을 십분 살린 셈이다. 작품은 전체 흐름의 통일을 위해 여러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분할했기 때문에 몇 인물의 흐름을 따라가려고 하다 보면 집중력을 요하기도 한다. 백업 싱어라는 존재를 인물보다 작품에 초점을 맞춰 뒤로 두는가 싶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하나의 스테이지라면 백업 싱어들은 주인공으로 다뤄진다. 그렇게 보자면 극 중 백업 싱어의 역할을 하는 것은 오히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나 믹 재거(Mick Jagger), 스팅(Sting)과 같은 존재들이다. 영화 초반에는 백업 싱어의 존재와 시작, 그 역사를 보여주며 메인 싱어들과의 관계와 함께 무대 위 주인공들의 백업 싱어 예찬도 드러낸다. 동시에 그들의 실제 생계 유지 방식이나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중후반부로 가면 달린 러브(Darlene Love), 리사 피셔(Lisa Fischer), 타타 베가(Tata Vega), 주디스 힐(Judith Hill) 등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했던, 혹은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성공을 꿈꾸었던 백업 싱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복잡하게 썼지만, 결국 과거를 기점으로 하여 백업 싱어들이 음악을 시작하고 지금에 있기까지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백업 싱어라는 존재를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여 찬양하지도, 동정이나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백업 싱어에 대한 관점과 시선에서 어느 정도의 균형과 구심점을 유지하면서 전개되는 작품은 백업 싱어들의 ‘이야기’에 온전히 초점을 맞춘다. 그들의 경험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생각, 특히 롤링 스톤즈의 “Gimme Shelter”에 관한 일화나 아이크 & 티나 터너 레뷰(The Ike & Tina Turner Revue)에 관한 내용은 대중음악 안에서 여성의 몸이 놓이는 맥락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해볼만하다. 여기에 더해 브리티시 인베이전과 같은 영국 록큰롤의 영향, 백업 싱어들이 그 일을 하게 된 계기를 따르다 보면 미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짧게나마 엿볼 수 있다. 또한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전개된 흑인 시민권 운동이나 당시 백업 싱어의 사회적 지위 등을 통해 그들의 실제 생계를 다루면서 로큰롤의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미국 사회의 변화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이 이야기들은 의도적으로 배치될 때도 있지만, 극의 전면으로 부각되어 흐름을 끊거나 분위기를 전환하지는 않으며, 백업 싱어들이 직접 자신들의 생애를 말하는 대목에서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인상 깊은 자료 화면들과 백업 싱어들이 노래하는 모습 등이다. 이는 영화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동시에 작품 전체를 두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을 주는 가장 큰 도구기도 하다. 게다가 음악 팬이라면 루더 반드로스(Luther Vandross),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등장하는데 어찌 먹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음악 다큐멘터리 외에도 문화 전반에 걸친 소재를 꾸준히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있는 모건 네빌(Morgan Neville)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86회 아카데미시상식 장편다큐멘터리 상, 39회 시애틀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상 외 다수의 시상식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수입은 영화사 조제가, 배급은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 박준우(블럭) blucshak@gmail.com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오프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