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첫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하임, 전기뱀장어, 바버렛츠, 김연우의 새 앨범에 관한 짧은 리뷰입니다. | [weiv] 하임 | Point 9 | 2014.05.30 블럭: 간결한 사운드 구성과 그에 어울리는 보컬색은 군데군데 왜곡을 펼쳐놓음에도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저음 보컬라인을 더하는 방식도 인상적이며, 본인의 목소리 색을 잘 활용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개별로 놓고 보았을 때 이질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사운드 소스들을 잘 조합해냈다. 더불어 가사가 들어간 보컬이 없는 구간에서의 패닝과 믹싱은 긴밀하고 빠르게 움직이되 산만하지 않다. 소리가 꽉 차있는 부분은 EP 전체를 두르는 매력을 줄이는 것 같아 아쉽다. 7/10 오규진: 굳이 여러 개의 샘플들을 짧은 시간 내에 바꿔가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사운드를 가지고 믹싱을 변화시키면서 이질감을 구현하기 때문에, 곡 전체, 크게는 앨범 전체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거기에 하임의 차분하고 높지 않은 목소리 또한 전체적인 중심을 잡아준다. 소리의 밸런스상 보컬 또한 하나의 샘플로서 취급되고 있어, 분명히 곡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꽤 구체적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보단 ‘질감’이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짧은 길이의 앨범이고, 중심을 흐트러트리기 쉬운 장르에서, 가시적이고 청자가 쉬이 따라갈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경험이 아닌가 싶다. 8/10 미묘: 일렉트릭 피아노와 비트 크러셔, 짧게 잘린 샘플이나 블립 등을, 이제는 혁신적인 사운드라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음반의 잘 다듬어진 사운드와 그 매혹적인 조합은, 결국 같은 언어와 소스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곧 퀄리티라는 뻔한 사실을 다시 확인해준다. 차갑고 작은 소리들과 큰 부피감의 소리가 교차하는 것이 인상적인데, 특히 후자의 경우 믹스 속에서 ‘적신’ 리버브와는 차이를 둔, ‘질감의 리버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언뜻 엄정화의 투명함과 조원선의 울림 사이를 오가는 듯한 보컬이 담담하게 노래하는 동안, 신비한 광경을 냉정하게 관찰하는 듯한 음악의 흐름이 결정적인 순간에 폭발력을 보인다. 그 조율이 매우 ‘듣기 좋게’ 이뤄져 있음은 물론이다. 후반으로 가면서 정서적으로 점차 뜨거워지는 음반의 흐름도 매력 있지만, 마지막 트랙이 아무래도 다소의 온도차를 보이는 점은 EP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8/10 전기뱀장어 | 너의 의미 | 사운드홀릭, 2014.05.30 최성욱: 전체적으로 스트레이트하게 내지르는 싱글의 비중이 줄다 보니 이전보다 나긋나긋하게 느껴진다. 노랫말도 예의 노골적인 풋풋함보다는 비유를 통한 의미 전달이 두드러진다. 첫 앨범과는 다르게, 브로콜리 너마저가 어렴풋이 연상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물론 노래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밴드 고유의 색채가 다소 옅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야간비행”, “싫으면 말고”와 같이 전기뱀장어만의 사운드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트랙에 애정이 간다. 7/10 오규진: 가사의 내용이나 보컬의 완급 조절이 전작보다 그 내용을 감상하는 데 있어 더 좋다. 앨범은 일찍이 보여주던 스타일의 개러지 록 곡들과 좀 더 느린 서프 록에 가까운 곡들로 크게 나뉘는데, 가사의 전달, 즉 보컬 구성에 신경을 쓴 덕분에 새로운 스타일의 곡들은 나쁘지 않다. 특히 예전의 기억들을 토대로 한 가사를 들려주는 두 곡, “술래잡기”에서 “꿀벌”로 이어지는 부분이 인상에 강하게 남는다. 다만 이전부터 해오던 스타일의 경우, 이번에도 역시 보컬 라인을 포함한 전반적인 리듬 구성이 새롭지 못해,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아쉽다. 레퍼런스 논란에서 자유로우려면 멜로디뿐만 아니라 곡 구성에 있어 더 세밀한 변화를 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6/10 바버렛츠 | 바버렛츠 소곡집 #1 | 2014.05.27 한명륜: 이들의 음악이 특별히 기이함을 좇으려 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충실한 기본기가 어떤 음악적 풍경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앨범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한여름에 부는 바람” 인트로와 이어지는 “한여름밤의 꿈”의 아우트로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배음으로 받쳐주는 감각은 놀랍다. 이 ‘고퀄(리티)’, 결코 쓸데없지 않다. 8/10 김연우 | Move | 미스틱89, 2014.05.28 최성욱: 작/편곡의 완성도가 높다. 그루브한 리듬이 귀에 쏙 박힐 정도로 선명하고 명확하다. 그러나 보컬의 창법이 리듬과 어울리지 못한 채 왱왱거리며, 툭툭 끊긴다. 목소리의 힘과 기교를 조금 더 줄이고 리드미컬한 사운드를 뒷받침하는 형태로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6/10 한명륜: 표제곡 “Move”는 90년대 중반 조지 마이클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비슷한 스타일로 귀를 끄는 건 “Call Me”다. 인트로에선 불필요한 준비 동작이 빠진 듯 시원한 기타의 리듬워크가 돋보이며 멜로디도 명료하다. 랩 부분이 끝날 무렵부터 코러스로 돌아오는 화성의 움직임도 좀 더 유기적이고 건축적인 면모를 선보인다. 김연우의 낮은 배음이 강조된 곡인데, 랩을 맡은 칸토가 곡의 맥락 안에서 김연우의 톤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지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90년대에 이식되어 훨씬 매끄러워진 80년대 팝의 느낌을 재현하는 앨범이자 정석원과 김연우의 뜻이 조화를 잘 이룬 결과물. 8/10